[시론] 성과관리의 게임 체인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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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성과관리의 게임 체인저

지난해 말 메타의 인사총괄 자넬 게일이 전 직원에게 보낸 내부 메모가 미국 실리콘밸리를 뒤흔들었다. “올해부터 인공지능(AI) 활용 성과(AI-driven impact)를 모든 직원의 핵심 평가 항목으로 반영한다”는 내용이었다. 엔지니어든 마케터든 예외 없이 AI를 업무에 얼마나 효과적으로 활용했는지를 평가받게 된 것이다.

흥미로운 점은 메타가 이를 일방적으로 밀어붙이지 않았다는 것이다. 레벨업이라는 내부 게임으로 자연스럽게 학습을 유도하고, 채용 면접에서도 사용을 허용해 입사에서 퇴직까지 전 과정에 AI 역량을 녹여냈다.

마이크로소프트도 “AI 활용은 더 이상 선택이 아니라 모든 직급의 핵심”이라고 선언했고 구글 역시 평가 체계를 개편해 성과 차등을 강화했다. 빅테크들이 전하는 메시지는 분명하다. 측정 가능한 성과를 만들지 못하면 보상도 승진도 없다는 것이다.

한국도 예외가 아니다. 지난달 22일 세계 최초로 전면 시행된 AI 기본법은 규제보다 진흥에 무게를 두고 기업의 AI 도입을 제도적으로 뒷받침하고 있다. 그런데 기업 현장의 현실은 녹록지 않다. 65세 정년 연장 논의가 본격화하고 재직자 평균 연령은 43세를 넘어서고 있다. 정부는 대기업을 주축으로 청년 채용을 호소하고 있다. 호봉제 기반의 인건비 부담 속에 고령 인력을 유지하면서 동시에 청년 고용을 확대해야 하는, 기업으로서는 상충하는 난제를 떠안은 셈이다.

문제를 푸는 열쇠가 직무와 성과 중심의 AI 기반 성과관리 체계다. 올해 초 실리콘밸리 빅테크들을 방문해 목격한 변화의 핵심은 AI를 얼마나 자주 쓰느냐가 아니다. AI와의 협업으로 시간을 단축하고 품질을 높인 구체적 성과를 증명할 수 있느냐다. 직무 가치와 성과 기여도 중심의 평가 체계가 자리 잡으면 정년 연장에 따른 인건비 부담이 완화되고, 나이와 무관하게 AI 역량을 갖춘 인재가 정당한 대우를 받게 된다. 이는 청년에게도 연차가 아니라 역량으로 성장할 수 있는 공정한 기회다.

리더의 역할부터 달라져야 한다. ‘예전에 다 해 봤다’는 태도 대신 AI와 구성원 모두에게서 기꺼이 배우며 함께 성과를 만들어가는 리더가 절실하다. 상황에 따라 리더십과 팔로어십을 유연하게 오가는 ‘컨버터블 리더십’이야말로 변화의 시대에 구성원에게 심리적 안정감을 줄 수 있다. 평가 역시 단순한 AI 사용 빈도가 아니라 성과의 질과 팀 기여도를 종합적으로 살피는 균형 감각이 필요하다.

재직 중인 구성원도 관점의 전환이 필요하다. 가트너 조사에 따르면 직원의 87%가 알고리즘 기반 피드백이 상사의 주관적 평가보다 공정하다고 느낀다. AI 기반 성과관리는 연공서열이 아니라 여러분의 진짜 기여를 인정받는 기회다. 다만 AI 교육 기회를 공평하게 보장한 후 평가에 반영하는 순서를 지켜야 한다. 조직은 직무별 AI 협업 표준과 우수 사례를 공유해 무엇이 성과인지 명확히 해야 한다. 노사도 재교육, 전환배치를 포함한 학습 로드맵에 합의해 ‘배움의 안전망’을 깔아줘야 한다. AI 전환은 기술 프로젝트가 아니다. 인사·조직의 재설계이자 ‘일하는 방식’의 경쟁력 싸움이다.

성과관리의 게임이 바뀌었다. 이제 우리가 바뀔 차례다. AI 기본법 시행, 정년 연장, 청년 고용이라는 한국적 과제는 하나의 해법으로 수렴된다. 직무와 성과 중심의 인사 체계 위에 AI 역량을 올려놓는 것이다. 리더는 솔선수범하고, 구성원은 용기를 내 한 걸음씩 나아가고, 조직은 세대와 연차를 넘어 공정한 기회를 설계할 때 비로소 AI와 인간의 동반성장이 실현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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