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기업가 정신 발현을 막는 배임죄, 개선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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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기업가 정신 발현을 막는 배임죄, 개선 시급하다

배임죄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하거나 제3자로 하여금 이익을 취득하게 해 본인(회사)에게 손해를 가하는 행위는 물론 엄중한 형사 처벌 대상이다. 하지만 현행법은 법치의 기본 원리와 부합하지 않고 기업가정신 위축 등의 부작용이 심대해 그동안 비판과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비판은 크게 세 가지다.

먼저 배임죄는 ‘임무 위배’ 등 구성요건이 모호하고 추상적이다. 기준과 요건이 애매하면 수범자는 법률 리스크를 사전에 식별·평가·통제하기 어렵다. 반면 법 집행자에게 모호한 기준은 자의적 해석과 재량권 남용의 온상이 된다. 오래전부터 기업인들 사이에서 배임죄는 ‘걸면 걸리는 죄’로 통해 왔다. 특경법상 횡령·배임죄 무죄율이 전체 형사사건 무죄율보다 유의미하게 높은 점도 이를 방증한다.

또 다른 비판은 다른 나라에 비해 적용 대상이 매우 넓다는 점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임무 위배’와 ‘재산상 손해 발생’이라는 추상적 요건이 있으면 사적 자치의 영역에서 민사소송으로 해결 가능한 사안인데도 배임죄로 고소·고발과 수사·기소가 가능하다. 더 나아가 처벌 기준인 재산상 손해 발생과 관련해 손해 발생 우려 사안까지 확대 적용되는 사례도 있다. 사실상 경영 판단·결정의 모든 사안에 대해 배임죄 고소·고발이 가능한 구조다.

배임죄 성립 여부는 법원이 사후적으로 판단하는데, 결과적으로 실패한 경영 판단·결정은 유죄 처분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그래서 한국에서 기업을 경영하는 일은 ‘교도소 담장 위를 걷는 행위’에 비유될 만큼 위험한 직업이다. 우리와 달리 미국과 영국은 배임죄 없이 관련 범죄를 사기·횡령죄로 처벌한다. 독일·일본·프랑스에는 배임죄가 있으나 남용과 부작용을 막기 위해 경영판단 원칙 등 안전장치를 두고 있다.

형벌 수준도 너무 지나치다. 특경법 제3조는 이득액이 5억 원 이상 50억 원 미만이면 3년 이상의 징역, 50억 원 이상이면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을 규정하고 있다. 기업 경영에서 5억 원은 대단한 액수가 아니다. 그러나 그 정도의 판단·결정도 실패하면 배임죄로 엮여 중형을 받을 수 있다. 이럴 땐 실패 가능성이 있는 투자나 도전적인 결정을 기피하는 것이 안전한 선택이 된다.

배임죄 요건은 모호하고 적용 대상은 광범위하며 처벌이 과도해 경영진의 기업가정신은 위축될 수밖에 없다. 독일과 일본이 정상적 경영 판단 과정에서의 과실이나 실패를 배임죄 처벌 대상에서 제외한 것도 이러한 문제를 막기 위해서다. 우리도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 지금의 배임죄는 형벌 만능주의의 종합판이자 기업가 정신의 대표적인 걸림돌 제도다. 기업가 정신의 본질은 불확실한 상황에서 위험을 감수하는 판단·결정이다. 불확실성 속의 판단·결정은 주의의무를 다해도 실패할 수 있다. 그렇다고 해서 배임죄로 엄벌하는 것은 기업가정신의 본질을 부정하는 격이다. 배임죄는 구성요건을 명확하게 제한하고, 경영판단 원칙을 상법과 형법에 명문화하는 방향으로 재편돼야 한다. 그것이 법의 지배 원칙과 기업가정신이 조화를 이루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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