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테이블코인 “발행만큼 활용처 확보도 중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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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동아 한만혁 기자] 스테이블코인(법정화폐와 고정된 가치로 연동된 가상자산)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국내 도입에 대한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이에 가상자산 산업은 물론이고 금융권, 법조계, 정치권 등에서도 활발한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블록체인 전문 연구기관 해시드오픈리서치가 5월 28일 스테이블코인 세미나를 개최했다. 해외 스테이블 코인 활용 사례를 살펴보고 국내 스테이블코인 규제에 대해 제언하기 위한 행사다.

김용범 해시드오픈리서치 대표는 “스테이블코인에 대한 글로벌 정책 환경이 빠르게 변하고 있다”라며 “해외 스테이블코인이 유입되고 있는 상황에서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허용하지 않는 것은 통화 주권을 해외에 넘겨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용범 해시드오픈리서치 대표 / 출처=IT동아김용범 해시드오픈리서치 대표 / 출처=IT동아

스테이블코인, 발행만큼 활용처 확보도 중요

스테이블코인은 변동성이 적기 때문에 결제나 송금 수단으로 적합하다. 특히 스테이블코인 기반 결제 및 송금 시스템은 기존 금융 시스템 대비 빠른 속도, 낮은 수수료, 글로벌 접근성 등의 장점이 있다.

이에 결제 수단으로 스테이블코인을 활용하는 기업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글로벌 자산운용사 JP모건은 자체 스테이블코인 JPM코인을 발행하고 있으며, 뱅크오브아메리카(BoA), 씨티, 웰스파고 등이 스테이블코인 발행 계획을 발표했다. 글로벌 기업 비자, 마스터카드, 페이팔 등이 스테이블코인을 도입하고 있어 앞으로 활용도는 더욱 높아질 전망이다. 글로벌 투자은행 스탠다드차타드는 스테이블코인 시장이 향후 3년간 2조 달러(약 2753조 원) 규모로 성장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이는 현재 시장 규모보다 8배 높은 수치다.

복진솔 로필러스 리서치 리드는 스테이블코인 발행만큼 활용처 확보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스테이블코인 산업이 빠르게 성장하고 다양한 스테이블코인이 나왔지만 대부분 점유율이 미미한 상태”라며 “페이팔이 유통과 브랜딩에 참여하면서 9억 달러(약 1조 2386억 원) 규모로 성장한 PYUSD의 사례를 보면 활용처를 얼마나 확보했느냐에 따라 규모가 달라지는 것을 알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복진솔 로필러스 리서치 리드 / 출처=IT동아복진솔 로필러스 리서치 리드 / 출처=IT동아

이와 함께 복진솔 리드는 해외 스테이블코인의 주요 활용 사례를 소개했다. 그가 제시한 활용 사례는 ▲결제 ▲송금 ▲은행 간 정산 ▲거래소 통화 등이다.

스테이블코인 기반 결제 시스템은 중개자가 필요 없기 때문에 수수료 절감, 정산 시간 단축의 효과가 있다. 대표적인 사례는 PYUSD다. 고객이 PYUSD로 결제하면 가맹점은 바로 정산받는다. 비자와 마스터카드 역시 고객이 스테이블코인으로 결제하도록 지원하고 있으며, 카드 발급사나 매입사가 가맹점에 스테이블코인으로 정산하는 시스템을 파일럿 형태로 운영하고 있다. 복진솔 리드는 “결제 시장에서 스테이블코인을 도입하려는 움직임은 더욱 활발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송금은 스테이블코인의 장점을 직접적으로 경험할 수 있는 영역이다. 특히 해외 송금의 경우 기존 시스템 대비 저렴하고 빠르게 이용할 수 있다. 스타링크 위성을 소유한 스페이스엑스는 전 세계 이용자로부터 결제받을 때 현지 통화로 결제받은 후 스테이블코인으로 전환하고 미국에서 달러로 전환하는 방식을 적용하고 있다. 환율 변동으로 인한 위험 요소를 줄이기 위함이다. 데이터 라벨링 기업 스케일AI는 제3세계 노동자에게 스테이블코인으로 보수를 지급하고 있다.

은행 간 정산의 경우 기존 시스템의 거래 지연, 실시간 정산 중단 등의 단점을 보완한다. 스테이블코인을 이용하면 실시간으로 처리함으로써 끊김 없이 서비스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JP모건은 2019년부터 스테이블코인 JPM코인을 발행하고 있으며 1조 5000억 달러(약 2064조 원) 이상의 거래를 처리했다. 이 외에 거래소 통화에 대해서는 바이낸스, 바이빗, 코인베이스, 크라켄 등이 스테이블코인을 거래 통화로 활용하는 사례를 설명했다.

복진솔 리드는 “스테이블코인의 발행과 설계도 중요하지만 그만큼 활용처 확보도 중요하다”라며 “활용처를 확보해야 통화 주권을 강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스테이블코인 규제, 우리 실정에 맞는 합리적인 대안 필요

김효봉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는 원화 기반 스테이블코인 규제 마련 시 고려해야 할 점에 대해 설명했다.

김효봉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 / 출처=IT동아김효봉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 / 출처=IT동아

김효봉 변호사는 “규제 측면에서 스테이블코인은 지급 수단, 투자 자산의 성격을 모두 갖고 있는 독특한 형태”라며 “별도 입법이 필요하다”라고 주장했다. 우리나라는 지급 수단의 경우 투자 자산이 될 수 없다고 명시한다. 지급 수단은 가치가 안정되고 상환이 보장되는 반면 투자 자산은 가치가 변동되기 때문이다. 스테이블코인은 가치가 안정됐지만 변동성을 갖고 있어 지급 수단과 투자 수단의 성격을 모두 갖고 있다. 이에 기존 규제가 아닌 별도 입법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이어 김효봉 변호사는 스테이블코인 관련 규제를 만들 때 “세부 항목을 명확히 규제해 이용자를 보호하면서 글로벌 정합성을 고려해 설계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우리나라가 글로벌 금융 시장에서 소외되지 않고 국내 이용자의 수요를 충분히 충족시키려면 해외 스테이블코인 발행인까지 수용해야 할 수 있어야 한다는 말이다. 그는 “단 미국이나 영국의 규제를 그대로 도입하기는 어렵다”라며 “우리나라 특성이나 환경 등을 고려해 합리적인 대안을 수립해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또한 김효봉 변호사는 자본금 요건, 라이선스 등에 대해서도 제언했다. 자본금의 경우 발행량이나 위험 수준에 비례해 요건을 명시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또한 스테이블코인 사업자가 사업을 원활하게 수행하도록 분야별 라이선스를 명확히 규정할 필요가 있다고 당부했다.

해시드오픈리서치 스테이블코인 세미나 현장 / 출처=IT동아해시드오픈리서치 스테이블코인 세미나 현장 / 출처=IT동아

지금까지 가상자산 업계는 스테이블코인의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국내 도입을 촉구하는데 목소리를 높였다. 해시드오픈리서치가 개최한 이번 세미나는 스테이블코인 발행 다음 단계인 활용도와 규제에 대한 논의가 주를 이뤘다. 원론적인 이야기를 넘어 실질적인 활용 과정에 대해 고민하는 자리였다. 세미나에 참여한 연사들도 활용처를 확보해야 가치 있고 유용한 스테이블코인이 될 것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또한 구체적인 사업 구조 설계와 국내 상황을 반영하면서도 글로벌 정합성에 부합하는 규제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IT동아 한만혁 기자 (mh@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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