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법 표준화로 개복없이 복강경 간이식…세계 최고 권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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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규성 삼성서울병원 이식외과 교수(왼쪽 세 번째)가 복강경을 활용해 간 이식 수술을 하고 있다. /삼성서울병원 제공

최규성 삼성서울병원 이식외과 교수(왼쪽 세 번째)가 복강경을 활용해 간 이식 수술을 하고 있다. /삼성서울병원 제공

‘0.1%’. 삼성서울병원에서 내시경 등을 이용한 복강경 간이식 수술을 받다가 배를 여는 개복 수술로 전환한 환자의 비율이다. 통상 복강경 수술을 하다가 해부학적 문제가 있거나 난도가 높아지면 개복으로 전환한다. 최규성 삼성서울병원 이식외과 교수(사진)가 수술한 환자 중엔 이런 사례가 한 건도 없다. 그만큼 사전에 완벽하게 시뮬레이션해 수술을 설계하고 있다는 의미다. 그의 수술 수준을 세계 최고라고 평가하는 이유다. 최 교수는 “사전에 수술 중 생길 수 있는 다양한 변수를 최대한 평가해 치료법을 정확히 결정하는 체계를 갖췄다”며 “3차원(3D) 프린팅 기술과 인공지능(AI) 등으로 수술 경험이 많지 않은 젊은 의사들 실력도 표준화하고 있다”고 했다. 어떤 의사가 수술해도 같은 성적을 내도록 ‘표준화’를 이룬 게 삼성서울병원 간 이식팀의 진짜 ‘강점’이라는 의미다.

◇복강경 간 이식 세계적 명의

수술법 표준화로 개복없이 복강경 간이식…세계 최고 권위자

최 교수는 간 이식 기증자는 물론 수혜자도 복강경을 주로 활용해 수술하는 외과의사다. 수술 부담이 큰 것으로 알려진 ‘좌간’ 이식 수술은 세계적으로도 가장 많이 집도했다. 2011년 국내 처음으로 복강경을 활용해 좌간 이식 기증자와 수혜자 수술을 동시에 시행했다. 좌간은 우간보다 크기가 작아 혈관 등을 잇는 이식 수술 난도가 더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몸속 노폐물을 거르고 호르몬 대사를 해 ‘화학공장’으로 불리는 간은 기능이 복잡하고 다양하다. 간염, 간암 등으로 간이 제 기능을 못 하면 다른 사람의 간을 이식받는 수술을 해야 한다. 지난해 기준 국내 간이식 대기자는 6532명이다. 국내에서는 뇌사 기증자 이식 수술은 많지 않다. 이를 대체하는 게 생체 간이식이다. 살아 있는 기증자의 간 일부를 떼 환자에게 이식하는 방법이다. 국내에선 ‘표준 수술법’으로 자리 잡았지만 의학계에선 여전히 우려의 시선이 많다. 수술로 기증자의 건강에 악영향을 줄 수 있어서다. 흉터를 최대한 적게 내는 복강경 수술이 기증자 수술에 폭넓게 활용되는 배경이다.

◇AI 등 도입해 수술 표준화

최 교수가 복강경에 집중하는 것도 기증자와 수혜자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서다. 그는 수술 성적을 높이기 위해 기증자 간을 떼는 수술에 걸리는 시간을 미리 정하고 수술에 들어간다. 시간이 길어질수록 이식받을 간을 기다리는 수혜자 건강 상태가 나빠질 수 있어서다. 지금까지 한 번도 정해진 시간을 넘긴 적은 없다. 기증자와 수혜자가 수술 후 이전과 같은 일상을 살도록 돕는 것도 그의 역할이다. 직업 때문에 복근이 손상돼선 안 되는 사람이라면 이런 상황도 고려해 수술을 설계한다. 종교적 이유로 수혈을 거부하는 환자도 마찬가지다. 최 교수는 “과거엔 수혈을 거부하는 환자를 보면 이해가 안 됐다”며 “하지만 어느 순간 이들의 삶도 존중받아야 한다고 생각하게 됐다”고 했다. 그는 2011년 국내 첫 무수혈 성인 간이식 수술을 집도했다.

3D 프린팅과 AI를 접목해 수술법을 표준화하는 연구에도 집중하고 있다. 수술 ‘달인’이 된 최 교수에겐 이런 도구가 수술 성적 향상에 큰 영향을 주지 않는다. 2차원(2D) 영상도 머릿속에선 3D로 단번에 그릴 정도로 많은 케이스가 쌓였기 때문이다. 젊은 의사들은 다르다. 수술 경험이 많지 않아 예외 상황에 익숙지 않으면 해부학적으로 난도 높은 환자 등의 수술 성적이 떨어질 수 있다. 이를 보완하는 게 3D 프린팅과 AI다. 3D 프린팅으로 미리 환자의 내부 장기 모양 등을 경험하고 AI로 내비게이션을 보듯 위험한 혈관 등을 안내받으면 돌발 상황을 크게 줄일 수 있다.

◇“뇌사 기증 늘도록 사회적 배려 필요”

최 교수는 의사마다 다른 수술법을 표준화하는 데도 초점을 맞췄다. 통상 간이식을 하면 의사마다 수술 기구를 넣는 방법이나 수술 부위에 접근하는 각도 등이 다르다. 삼성서울병원 간이식팀은 복강경을 넣는 위치와 각도 등을 ‘프로토콜’로 만들어 표준화했다. 특정한 의사가 수술을 하다가 사정이 생겨 손을 바꿔도 언제든 다른 의사가 수술을 이어갈 수 있다. 표준 방법으로 여러 의사가 함께 수술법을 개발하다 보니 ‘속도’도 더 높일 수 있게 됐다. 이른바 ‘시스템의 힘’이다. 복강경 수술은 숙련도가 낮은 의사가 짧은 시간 실력을 높이는 데도 도움이 된다. 수술방에 들어간 모든 의사가 큰 화면으로 집도의와 같은 수술 시야를 체험할 수 있어서다. 개복 수술이나 로봇 수술은 집도의만 수술 시야를 확보할 수 있다.

이런 노력은 지난해부터 1년6개월 넘게 이어진 의정 갈등 기간에 빛을 발했다. 다른 병원들은 의정 갈등 탓에 간이식 수술 건수가 줄었지만 삼성서울병원은 기존 수술 건수를 거의 비슷하게 유지했다. 전공의가 빠졌지만 마취과 교수 등과 협의해 특정 일자에 수술을 몰아 빠르게 진행하는 방식으로 해법을 마련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최 교수는 “내가 빠졌다고 수술 시스템이 멈춰선 안 된다”며 “3D 프린팅과 AI 연구 등을 계속하는 이유”라고 했다.

과거엔 젊은 자식이 고령인 환자에게 간을 내주는 이식 수술이 많았다. 최근엔 기증자 연령도 고령화하는 추세다. 건강한 70대 부모가 병에 걸린 자식에게 간을 주는 수술도 흔하다.건강한 사람이라도 고령일수록 수술 난도는 높아진다. 최 교수는 이런 변화에 사회적 대비가 필요하다고 했다. 그는 “이름도 모르는 누군가를 위해 자신을 기꺼이 내주는 기증자의 헌신을 보면 존경스러운 마음뿐”이라며 “그런 마음에 보답하기 위해서라도 기증자와 이식 환자 모두에게 더 나은 치료법을 찾겠다”고 했다.

■ 약력

△2001년 한림대 의대 졸업
△2013년~ 삼성서울병원 교수
△2024년~ 대한간이식학회 기획위원회 위원장, 한국간담췌외과학회 재무이사, 대한복강경간수술연구회 총무
△2025년 세계복강경간절제학회 사무부총장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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