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James C. Scott의 “Seeing Like A State” 의 핵심은 조직이 시스템의 “가독성” 을 높여 모든 것을 측정·보고할 수 있도록 바꾸려 한다는 점임
- 그러나 실제로는 추적·예측 불가능한 “비가독적 작업” 이 필수적이며, 가독성만 중시하면 오히려 효율이 떨어지는 현상 발생함
- 특히 대규모 소프트웨어 기업은 작업의 가독성을 확보하기 위해 복잡한 절차를 도입하지만, 신속한 대응이나 비공식적인 협업은 가독성 체계 밖에서 일어남
-
기업 내부의 “비가독성” 은 공식 시스템을 우회해 훨씬 빠르고 효율적인 협업을 가능하게 하지만, 동시에 공식 절차와의 마찰도 일으킴
- 크고 복잡한 조직은 가독성과 비가독성의 균형을 유지해야 하며, 두 요소 모두가 조직의 근간임
서론: “Seeing Like A State”의 핵심 아이디어
-
James C. Scott의 저서 “Seeing Like A State”의 핵심은 다음 세 가지로 요약됨
- 현대 조직은 시스템을 “가독성” 이 극대화된 형태로 바꿔서, 모든 부분이 측정 및 보고 가능하도록 통제함
- 하지만 이 조직들은 거대한 “비가독적” 작업에 의존함. 즉, 추적하거나 계획될 수 없지만 필수적인 작업이 다수 존재함
- 가독성의 증진은 효율성을 저해하는 경우가 많으나, 그 밖의 이점(통제, 계획, 투명성 등)이 큰 이득으로 간주됨
-
가독성이란 예측 가능하고, 산출이 추적 가능하며, 특정 인적 자원에 의존하지 않는 작업임. 예: 일정 관리, OKR, Jira 등
-
비가독성은 즉흥적이거나 암묵지에 기반한 일, 즉 서면화, 공식화가 불가능한 협업이나 갑작스러운 변경, 인간관계에 의존하는 일 등임
“국가처럼 바라보기(Seeing like a state)” 사례
- Scott은 19세기 독일의 “질서정연한 숲” 사례를 들어, 조직이 효율을 위해 통제하고 표준화하려는 시도를 설명함
- 숲의 모든 나무를 한눈에 파악할 수 있도록 관리함으로써, 계획과 거래, 자원 분배 효율이 높아진다는 기대가 있었음
- 실제로는 숲의 다양성과 하층식물의 역할이 간과되어 생산성이 저하되고, 질병과 기생충에 취약해짐
- 즉, 효율과 투명성 모두를 노렸지만, 과도한 가독성 추구가 오히려 효율을 저해하는 결과가 발생함
소프트웨어 회사의 가독성과 비가독성
- 소프트웨어 기업도 마찬가지로, 작은 팀이나 개인이 더 효율적일 수 있음
-
대기업에서는 엔지니어의 작업을 “가독적”으로 만들기 위해 다양한 절차와 도구를 도입함
- 이는 작업의 계획·측정·보고에는 유리하지만, 실제 소프트웨어 생산성은 떨어뜨릴 수 있음
- 작은 회사는 즉시 문제에 대응하거나 변화를 빠르게 수용할 수 있음(비가독적인 능력)
- 대기업이 이런 효율성 대신 복잡한 절차를 유지하는 이유는 대형 엔터프라이즈 계약과 관련 있음. 큰 고객들은 공급사에 예측 가능성과 신뢰성을 요구함
- 이런 고객과 협업하려면, 장기 계획·기능 약속·진행상황 문서화 등 가독성이 필수임
대기업이 중시하는 가독성의 실질적 가치
- 대규모 소프트웨어 회사에서 가독성이란
- 개인 엔지니어까지 현재 진행 중인 모든 프로젝트를 파악할 수 있음
- 지난 분기에 완수된 프로젝트 목록을 바로 산출할 수 있음
- 분기 단위(혹은 그 이상)로 업무 계획이 가능함
- 위급 상황 시 부서를 전체 동원할 수 있음
- 작은 소프트웨어 회사는 즉시 유연하게 대응하는 능력 외에는 이런 요건을 거의 충족하지 못함
- 대기업은 기록, 분류, 장기 계획에는 강점이 있지만, 신속한 대응력(즉각적 조직 자원 투입)은 오히려 약화될 수 있음
- 이러한 가독성 확보는 주로 엔터프라이즈 고객과의 신뢰, 계약, 장기 협력 등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함
가독성 확보를 위한 가정 및 그 한계
- 대기업은 가독성 추진 과정에서 다음과 같은 단순한 가정을 함
- 동일 직급 엔지니어의 생산성이 대체로 비슷함
- 인원 재배치가 생산성 저하로 이어지지 않음
- 팀 내 인원 변화 없이 생산성도 동일함
- 프로젝트 산정이 미리 가능하며, 산정 시간을 늘리면 정확성도 높아짐
- 하지만 실제로는
- 같은 직급에서도 실력 차이가 크며, 전문성과 관심사에 따라 프로젝트 생산성에 큰 차이가 생김
- 팀 규모와 생산성은 약한 상관관계만 존재함
- 프로젝트 산정은 거의 환상에 가깝고, 실제로는 산정 일정에 맞추기 위해 작업 방식이 바뀌기도 함
-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가정이 회사 내 의사소통, 외부 대기업과의 협약, 사업 계획엔 쓸모가 있음
임시적 “비가독성” 허용 구역
- 복잡한 프로세스 때문에 대기업이 즉각적 대응력을 상실하는 경우 발생함
- 긴급 문제(예: 대규모 고객의 장애, DB 한계치 도달 등)는 정식 절차로는 대응이 불가함
- 이런 경우, 회사는 임시적 비가독성 허용 구역을 만듦
- “타이거팀”, “스트라이크팀” 등으로 불리며, 신뢰받는 엔지니어로 구성됨
- 별도 매니저 없이, 목표만 명확히 하고 자유롭게 일 처리 가능함
- 이는 완전한 비가독성과 과도한 가독성 사이의 타협안임
- 공식 프로세스를 우회하지만, 상시로 운영되지 않고 임시로만 유지됨
공식적인 프로세스 밖의 영구적 비가독성 영역
- 팀 간 협업에서 공식적인 프로세스를 따르면 수주~수개월 소요되는 일이 많음(예: 다른 팀에 간단한 변경 요청)
- 실제로는 “비가독적 백채널” 을 통해 해결함
- 엔지니어끼리 비공식적으로 요청·처리하는 경우가 많으며, 이는 공식 프로세스에 기록되지 않음
- 백채널을 잘 활용하려면 평판과 네트워크가 중요함
- 공식 절차만으로는 처리 불가인 다양한 협상·합의·조정이 백채널에서 이루어짐
- 다만, 이로 인한 불평등(예: 신규 입사자 불이익)이나 오남용(백채널을 이용한 편파적 업무 분배 등) 우려도 있음
조직 내 인물 유형과 가독성/비가독성
- Venkatesh Rao의 “The Gervais Principle”에서 조직 인물을 세 유형으로 분류함
- “소시오패스”: 규칙을 이용해 자신의 이익 추구, 조직의 비가독성 영역을 적극적으로 조작
- “클루리스”: 공식 절차와 규칙만 중시, 비공식적인 조직 내 움직임을 이해하지 못함
- “루저”: 비가독성 영역을 이해하지만 깊게 참여하진 않으며, 최소한의 에너지만 투입함
- 조직의 효율성과 긴장은 이들 각 그룹의 상호작용에서 발생함. “클루리스”가 공식 절차 개선에 집착하는 반면, “소시오패스”와 “루저”는 비가독성 영역을 각자 방식으로 활용함
결론 및 시사점
- 조직 내 비가독성 세계를 인식·활용하는 것이 중요함
-
비가독성 조언은 공식적으로 드러나면 처벌받을 수 있어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함
- 공식 절차만이 옳다는 시각은 순진한 생각임. 어느 조직이든, 가독성(공식 프로세스)과 비가독성(비공식 네트워크·즉흥적 대응력)이 모두 필요함
- 가독성은 장기 계획, 대외 협력, 조직 규모 증대 등에서 필수적이고, 비가독성은 고효율 작업, 긴급 상황 대처, 인간적 욕구 충족에 기여함
참고: Hacker News 논의
- 일부 댓글에서는 대기업이 가독성을 중시하는 이유로 “엔터프라이즈 거래” 외에도 대규모 커뮤니케이션, 시장 점유율 확대, 내부 통제 등을 꼽았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