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천후와 뇌우도 남자골프 세계랭킹 1위 스코티 셰플러(미국)의 질주를 막지 못했다. 댈러스 지역 팬들 앞에서 연이틀 이글 쇼와 버디 파티로 단독 선두를 달리면서다.
셰플러는 2일(현지시간) 미국 텍사스주 매키니 TPC크레이그랜치(파71)에서 열린 미국프로골프(PGA)투어 더CJ컵바이런넬슨(총상금 990만달러) 2라운드에서 8언더파 63타를 쳤다. 이틀 내리 맹타를 휘두른 셰플러는 중간 합계 18언더파 124타로 단독 선두를 달렸다. 단독 2위 샘 스티븐스(미국·12언더파)와는 무려 6타 차다.
댈러스에서 자랐고 지금도 댈러스에서 가정을 꾸리고 사는 셰플러는 800만명이 거주하는 댈러스 생활권에서 몰려온 팬들의 열렬한 응원을 받고 있다. 날씨가 맑았던 1라운드엔 3000여 명의 팬들이 셰플러의 조를 따라다녔다.
이날 10번홀에서 경기를 시작해 17번홀까지 1타도 줄이지 못했던 셰플러는 18번홀(파5) 이글로 단숨에 2타를 줄였다. 세컨드샷을 핀 3m 거리에 붙인 뒤 이글퍼트를 떨어뜨렸다. 그러나 경기장 주변에 뇌우가 쏟아지면서 경기가 중단되는 악재를 만나 어렵게 잡은 분위기를 이어가지 못했다.
무려 6시간 동안 클럽하우스에서 대기하느라 막 끌어 올린 감각이 식어 버리는 듯했지만, 날씨가 좋아져 다시 코스에 나선 셰플러는 무서운 기세로 버디를 쓸어 담았다. 후반 1, 2번홀 연속 버디에 이어 5~7번홀 3개 홀 연속 버디를 뽑아냈고, 9번홀(파5)에서도 멋진 벙커샷으로 버디를 보탰다.
셰플러는 대기 상황에 대해 “경기가 중단됐을 때 선수 식당에서 음식을 많이 먹었다”며 “다른 선수들과 앉아서 이야기도 나누며 시간을 보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틀 동안 잘 쳤고, 전반적으로 내 경기에 매우 만족한다”며 “집에 가서 조금 쉬고 내일을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지난해 7승을 쌓았지만 올해는 지난 연말 손바닥 부상 여파로 시즌을 늦게 시작해 아직 우승이 없는 셰플러는 “내 경기력이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최근 대회에서 전반적으로 안정적인 골프를 했다”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한국프로골프(KPGA)투어 우리금융챔피언십에 나갔다가 커트 탈락을 겪고 돌아온 임성재가 이날 한국 선수 가운데 가장 돋보였다. 3언더파 68타를 친 임성재는 공동 16위(7언더파)로 2라운드를 마쳤다. 셰플러에 11타나 뒤진 임성재는 “선두를 신경 쓰지 않고 남은 라운드에서 버디를 많이 만들면 성적은 올라갈 수 있을 것 같다”며 “주말에 열심히 쳐서 순위를 조금 더 올려보겠다”고 다짐했다.
셰플러와 이틀 동안 함께 경기한 김시우는 공동 25위(6언더파)로 반환점을 돌았다. 그는 “생각보다 버디를 많이 못 했다”며 “남은 이틀은 조금 더 부담 없이 공격적으로 타수를 줄이고 싶다”고 했다.
김주형은 이날 5타를 줄여 공동 63위(4언더파)로 순위를 끌어 올렸지만, 커트 통과는 불투명하다. 안병훈은 5번홀까지 1타를 줄여 4언더파가 됐다. 2번홀까지만 경기한 강성훈은 1타를 줄여 2언더파로 잔여 경기를 치른다.
이날 경기가 한동안 중단됐다가 재개되는 바람에 상당수 선수는 해가 질 때까지 2라운드를 마치지 못했다. 3일 3라운드 경기 전에 2라운드 잔여 경기를 치러야 한다. 따라서 2라운드 최종 순위는 유동적이며 커트 기준 타수 역시 2라운드 잔여 경기 종료 후 결정된다.
매키니=서재원 기자 jw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