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만사] 트럼프 무역전쟁에 맞선 '브릭스' 국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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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최재석 선임기자 = "미국과 같은 거대 국가의 대통령이 온라인 네트워크를 통해 세계를 겁박하는 건 매우 잘못된 일이다. 우리는 황제를 원하지 않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7일(현지시간) SNS에 "브릭스(BRICS)의 반미 정책을 따르는 국가들은 추가 10% 관세를 부과받을 것"이라고 엄포를 놓자, 브릭스 회원국인 브라질의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대통령이 기자회견을 통해 되받아친 말이다.

이미지 확대 브라질에서 열린 17차 브릭스 정상회의

브라질에서 열린 17차 브릭스 정상회의

[리우데자네이루 AFP=연합뉴스. 재판매 및 DB 금지]

트럼프도 말로 그치지 않았다. 이틀 뒤인 9일 브라질과 필리핀 등 8개국에 내달 1일부터 적용할 상호 관세율이 적힌 서한을 보냈는데 그 가운데 특히 브라질에는 추가 10% 관세도 아닌 말 그대로 '관세 폭탄'을 투하했다. 지난 4월 처음 발표됐던 관세율 10%에서 무려 40% 포인트가 인상된 50%로 관세율을 적시한 것이다. 그러면서 그 이유로 브라질의 국내 정치를 내세웠다.

트럼프는 룰라에게 보낸 서한에서 쿠데타를 기도한 혐의로 재판 중인 자이르 보우소나루 전 브라질 대통령과 관련해 "이 재판은 열려서는 안 된다. 마녀사냥은 즉시 끝나야 한다"고 썼다. 아울러 브라질에서 자유로운 선거와 미국인들의 근본적인 표현 자유가 공격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관세 위협을 다른 나라의 사법절차에 개입하는 수단으로 사용한 셈이다.

보우소나루(2019∼2022년 대통령 재임)는 '브라질의 트럼프'로 불리는 강경 우파 성향의 인시다. 그는 2022년 대선에서 룰라에게 패한 후 결과에 불복해 군부 쿠데타를 일으키려 한 혐의로 기소됐다. 룰라 대통령 취임 일주일 뒤에 일어난 대규모 선거 불복 폭동의 배후로도 지목됐다. 선거에서 진 후 지지자들에게 폭동을 사주하는 등 여러 가지 면에서 트럼프와 닮았다는 평가를 받는다.

룰라도 물러서지 않았다. 곧바로 자국 주재 미국 대사를 외교부 청사로 불러 트럼프의 '내정간섭'에 대한 소명을 요구했다. 룰라는 소셜미디어 엑스를 통해서 "일방적인 관세 인상은 브라질의 경제 호혜주의 법을 고려해 처리될 것"이라며 보복 관세를 예고했다.

관세 위협에 맞서는 브라질의 움직임은 예사롭지 않다. 트럼프가 초강력 관세를 발표한 날, 자국을 가로질러 페루의 초대형 항구까지 이어지는 대규모 철도망 구축에 협력하기 위해 중국과 양해각서를 체결했다고 발표했다. 아울러 브릭스 정상회의에 참석한 인도와 별도 정상회담을 갖고 상호 교역량을 현재의 3배 수준으로 늘리기로 했다.

앞서 룰라는 자국에서 개최한 브릭스 정상회의 공동성명을 통해 미국을 직접 거론하지는 않았지만 "무차별적으로 인상한 관세 부과"가 글로벌 무역 질서를 교란한다고 비판했다. 트럼프와의 무역전쟁에 맞서는 새로운 전사로 부상한 브릭스는 비서방 신흥경제국 연합체다. 2001년 골드만삭스의 짐 오닐이 브라질(Brazil), 러시아(Russia), 인도(India). 중국(China)이 빠른 경제성장으로 세계 경제의 중요한 축으로 부상할 것이라는 보고서를 내면서 4개국의 앞 글자를 따서 '브릭(BRIC)'이라는 용어를 처음 만들었다.

이후 2009년 첫 번째 4개국 정상회의가 열려 실질적인 상호협력 강화가 논의되기 시작했고 2010년 남아프리카공화국(South Africa)이 합류하면서 지금의 'BRICS'라는 용어가 완성됐다. 이집트, 에티오피아, 이란, 아랍에미리트, 인도네시아 등이 추가로 합류하면서 서방 선진 7개국 G7을 견제하는 개발도상국들의 협력체로 성장했다.

브릭스 회원국들이 미국과의 무역전쟁에서 계속 단일대오를 유지할지는 지켜볼 일이다. 회원국 간 정치적 이해관계와 경제적 구조의 차이가 크기 때문이다. 블룸버그 통신은 브릭스에 대한 보복 조치를 천명한 트럼프로부터 아직 관세 서한을 받지 않은 인도가 미국의 '관세 폭탄'을 보고 입장이 난처해졌다고 보도했다. 미국과의 관세 협상에서 뚜렷한 진전이 없는 한국 입장에서도 고민만 깊어진다.

bondong@yna.co.kr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2025년07월10일 17시30분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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