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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실로 빚은 만루포' 두산 오명진 "2군에서 정말 열심히 했다"

6 days ago 7

잠실 롯데전서 그랜드슬램…이승엽 감독 "오늘은 오명진의 날"

이미지 확대 첫 홈런 치고 인터뷰하는 두산 오명진

첫 홈런 치고 인터뷰하는 두산 오명진

(서울=연합뉴스) 하남직 기자 = 두산 오명진이 27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롯데와 홈 경기에서 1군 무대 첫 홈런을 만루포로 장식한 뒤, 취재진과 인터뷰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하남직 기자 = 오명진(23·두산 베어스)이 인터뷰를 마치자, 입단 동기 박지훈이 달려와 물을 뿌렸다.

두산 거포 김재환은 오명진이 만루포를 친 순간, 자신이 홈런을 칠 때보다 기뻐했다.

이승엽 두산 감독도 "오늘은 오명진의 날"이라며 "팀 동료와 팬들이 바라던 첫 홈런을 결승 만루포로 때려내는 담대함을 보여줬다. 이후에도 들뜨지 않고 적시타를 친 점도 칭찬한다"고 말했다.

프로야구 두산 선수단은 27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롯데 자이언츠와 홈 경기를 13-4 대승으로 장식한 뒤, 오명진에게 축하 인사를 쏟아냈다.

오명진은 "제가 2군에서 정말 열심히 했거든요"라며 "내가 대단한 성적을 낸 건 아니지만, 2군에서 열심히 하면 언젠가 1군에서 뛸 기회를 얻을 수 있다는 걸 보여준 것 같아서 기분 좋다"고 씩 웃었다.

오명진의 소감에, 두산 선수단과 팬들이 오명진의 첫 홈런을 특별하게 생각하는 이유가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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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하는 오명진

(서울=연합뉴스) 하남직 기자 = 두산 오명진이 27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롯데와 홈 경기에서 1군 무대 첫 홈런을 만루포로 장식한 뒤, 취재진과 인터뷰하고 있다.

2020년 2차 6라운드 59순위로 두산에 입단한 오명진은 지난해까지 1군 정규시즌에서 안타를 신고하지 못했다.

1군 통산 성적은 8타수 무안타였다.

누구보다 열심히 훈련했지만, 결과로 보상받지 못했다.

위기도 있었다.

2022년 4월에 국군체육부대(상무)에 지원했지만, 낙방했다. 결국 그해 5월에 일반 부대로 입대했다.

오명진은 "상무 탈락 통보를 받고 낙담했지만, 이런 때일수록 긍정적으로 생각하자고 마음먹었다"며 "부대에서도 할 수 있는 걸 찾았다. 좌절하지 않으려고 했다"고 떠올렸다.

전역 후 2024년에 두산으로 복귀한 오명진은 퓨처스리그 북부리그 타율 2위에 올랐다.

올해 시범경기에서는 타율 1위(0.407)에 오르며 두산 주전 2루수로 낙점받았다.

하지만, 정규시즌에 들어서자 오명진은 3월 4경기에서 13타수 무안타로 침묵했다.

결국 4월 11일에 2군행을 통보받았다.

이번에도 오명진은 좌절하지 않았다.

코칭스태프와 동료들도 오명진의 마음을 매만졌다.

오명진은 "2군으로 내려갈 때 이승엽 감독님이 '결국 네가 1군에서 해내야 한다. 지금 2군에 내려보내는 것도 1군에서 쓰기 위함'이라고 말씀하셨다"며 "2군 코치진도 '이렇게 스윙이 좋은데 왜 너 자신을 믿지 못하나'라고 힘을 주셨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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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군 첫 안타 신고한 오명진

(서울=연합뉴스) 2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5 신한 SOL뱅크 KBO리그 키움 히어로즈와 두산 베어스의 경기. 4회말 1사 두산 오명진이 1군 무대 첫 안타를 치고 있다. 2025.4.2 [두산 베어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photo@yna.co.kr

성실함으로 무장한 오명진은 2군에서도 쉼 없이 훈련했다.

오명진과 두산 선수단의 바람대로, 오명진의 노력이 드디어 빛을 발했다.

오명진은 이날 롯데와의 경기에서 0-0으로 맞선 4회말 1사 만루에 등장해 롯데 왼손 불펜 송재영의 초구 시속 129㎞ 슬라이더를 잡아당겨 오른쪽 담을 넘어가는 그랜드슬램을 작렬했다.

1군 무대 첫 홈런을 만루포로 장식하며 진기록도 세웠다.

오명진은 두산 구단에서는 세 번째, KBO리그 역대 19번째로 '데뷔 첫 홈런을 만루포로 장식한 타자'로 기록됐다.

오명진은 7회 2사 만루에서도 2타점 2루타를 치는 등 이날 4타수 3안타 6타점으로 맹활약했다.

경기 뒤 오명진은 "4회에 맞자마자 홈런이라고 생각했다. 박석민 타격코치님이 슬라이더를 노려보라고 했는데 적중했다"며 "이영수 타격코치님도 많은 조언을 해주셨는데, 오늘 뭔가를 보여드려서 정말 다행이다. 모든 분께 감사하다"고 밝혔다.

노력이 보상받지 못한 기간에도 오명진은 "노력하지 않고, 포기하는 게 더 창피한 일"이라며 다시 배트를 잡았다.

그런 오명진을 이승엽 감독과 코치들은 믿었고, 동료들도 오명진이 성공하길 바랐다.

주위의 격려와 응원에 오명진도 담대해졌다.

그는 "2군으로 내려갈 때도 좌절하지 않았다. '열심히 준비하자'라고만 생각했다"며 "23일 1군으로 올라올 때는 '다시는 이천 2군 훈련장으로 가지 않겠다'라고 다짐했다"고 떠올렸다.

다시 온 기회에서 오명진은 시원한 결승 만루포와 경기 후반 쐐기 2타점 2루타로 화답했다.

오명진은 "감독님이 따뜻한 조언을 해주신다. '선수를 믿어준다'는 걸 피부로 느끼기 때문에 더 보답하고 싶다"고 밝혔다.

올해 육군3사관학교에 입학해 군인의 길을 걷기 시작한 여동생도 오명진에게 좋은 자극이 된다.

오명진의 동생은 입학 전에 편지를 썼다. 그 안에는 '군인이 된 나를 시구자로 초대해달라'는 부탁이 담겼다.

오명진은 "동생 덕에 내가 야구 선수로 뛰고 있다. 앞으로는 내가 동생을 잘 챙기겠다"며 "내가 계속 1군에 버티고, 잘해야 동생을 시구자로 초청할 수 있다. 다시 열심히 뛰겠다"고 다짐했다.

이미지 확대 1군 첫 홈런 기념구를 들고 기념 촬영하는 오명진

1군 첫 홈런 기념구를 들고 기념 촬영하는 오명진

(서울=연합뉴스) 두산 오명진이 27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롯데와 홈 경기에서 1군 무대 첫 홈런을 만루포로 장식한 뒤, 기념구를 들고 촬영하고 있다. [두산 베어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두산 관계자는 오명진의 홈런공을 잡은 팬에게 좌석을 업그레이드해주고, 오명진과 양의지의 사인볼, 기념품을 안기며, 오명진의 기념구를 챙겼다.

4월 2일 키움 히어로즈전 1군 첫 안타에 이어 오명진에게 두 번째 기념구가 생겼다.

오명진은 공을 소중하게 쥐고 활짝 웃었다.

jiks79@yna.co.kr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2025년04월27일 18시24분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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