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욱진 칼럼] 메아리 없는 주택공급 확대 공약

1 week ago 2

[서욱진 칼럼] 메아리 없는 주택공급 확대 공약

2021년 6월 경기연구원이 기획해 출간한 <공정한 부동산, 지속가능한 도시> 표지에는 현 정부의 핵심 인사 세 명의 이름이 등장한다. 이한주 국정기획위원장이 기획을, 이상경 국토교통부 1차관이 공동 집필을 맡았으며 당시 경기지사였던 이재명 대통령이 추천사를 썼다. 이 책은 주택을 소유의 대상이 아니라 주거 공간으로 보고, 개발이익의 공공 환수를 강조한다는 점에서 헨리 조지의 토지 공개념과 맞닿아 있다. 이런 시각은 이 대통령의 2022년 대선 공약인 기본주택, 국토보유세 등으로 이어졌다.

하지만 그해 대선에서 이 대통령은 전통적인 더불어민주당 강세 지역인 서울에서 45.73% 득표에 그치며 고배를 마셨다. 문재인 정부의 규제 중심 부동산 정책을 계승한 공약이 패인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이런 학습 효과 때문인지 이 대통령은 21대 대선에선 부동산과 관련한 직접적 언급을 자제하면서 규제 완화와 공급 확대를 강조하는 방향으로 선회했다. 재건축·재개발 규제 완화와 4기 신도시 개발이 핵심 공약으로 제시됐다.

그러나 새 정부 출범이 두 달 가까이 지난 지금, 이 같은 공약의 실행 가능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이번 정부의 첫 부동산 대책은 지난 6월 27일 발표된 대출 규제였다. 소득, 자산 규모와 관계없이 주택담보대출 한도를 6억원으로 일괄 제한하자 급등하던 서울 집값은 확연히 꺾였다. 하지만 정작 시장이 주목하는 공급 대책은 아직 구체적으로 제시되지 않고 있다.

현재까지 드러난 공급 방안의 윤곽을 보면 늦어지는 남양주 왕숙, 하남 교산 등 3기 신도시 사업 정상화가 우선시되고 있다. 그린벨트 해제를 통한 택지 확보와 태릉CC, 용산 캠프킴, 과천청사 등 국공유지 개발 방안도 거론되고 있다.

반면 대선 공약은 뒤집히고 있다. 이 대통령은 국토 균형발전을 이유로 4기 신도시 개발에 부정적이라는 견해를 직접 밝힌 바 있다. 부담금 등 재건축·재개발 규제를 일방적으로 완화하지 않겠다는 입장도 확고해 보인다. 공급 방향이 시장이 원하는 민영주택이 아니라 공공임대 중심이 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김윤덕 국토부 장관 후보자는 “공공의 이익을 잘 살펴서 정비 사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그린벨트 해제는 지난해 8·8 대책에, 국공유지 개발은 2020년 8·4 대책에 포함된 내용이다. 정리하면 기존 대책을 되풀이하고 있을 뿐 새롭고 획기적인 공급 방안은 보이지 않는다는 얘기다.

특히 서울 지역 공급은 국공유지 개발에 의존하는데, 순조롭게 추진될 수 있을지 의문이다. 8·4 대책에서 서울 국공유지를 활용해 총 3만3000가구를 공급하겠다고 밝혔지만 5년이 지난 지금 실제 착공에 들어간 곳은 마곡의 1200가구에 불과하다. 지방자치단체와 주민 반발 등으로 대부분 사업이 지연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대통령은 강력한 대출 규제가 나온 직후 이를 “맛보기”라고 표현하며 추가 규제를 시사했다. 민주당은 종합부동산세 인상 등 애초 쓰지 않겠다던 세금 규제 카드도 꺼낼 수 있다는 태도로 돌아섰다. 이번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공급 확대보다 규제 강화에 초점이 맞춰지는 모습이다. 국회까지 장악한 현 정부 입장에서는 부동산시장 안정이 어쩌면 쉬운 과제처럼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시장은 결국 규제에 내성을 가지고, 수급 원리는 다시 작동하게 된다. 과거 정부들이 자신 있게 규제 폭탄을 쏟아부었지만 시장 통제에 실패한 이유다. 이재명 정부가 진정 집값 안정을 바란다면 지금이라도 대선에서 약속한 규제 완화와 공급 확대를 제대로 실천할 필요가 있다.

Read Entire Artic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