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살, 마이 무따 아이가"…세계적 거장·톱스타들로 힘준 BIFF [종합]

1 month ago 12

'제30회 부산국제영화제(30th BIFF)' 개막식이 17일 오후 부산 우동 영화의 전당에서 열렸다. 올해 30주년을 맞은 부산국제영화제는 이날 개막식을 시작으로 오는 26일까지 열흘간 영화의 전당을 비롯한 7개 극장 31개 스크린에서 총 241편이 상영된다./ 변성현 한경닷컴 기자 byun84@hankyung.com

'제30회 부산국제영화제(30th BIFF)' 개막식이 17일 오후 부산 우동 영화의 전당에서 열렸다. 올해 30주년을 맞은 부산국제영화제는 이날 개막식을 시작으로 오는 26일까지 열흘간 영화의 전당을 비롯한 7개 극장 31개 스크린에서 총 241편이 상영된다./ 변성현 한경닷컴 기자 byun84@hankyung.com

부산국제영화제(BIFF)의 서른 번째 여정이 시작됐다.

제30회 부산국제영화제는 17일 밤 8시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전당 야외극장에서 성대한 개막식을 열고 열흘간의 대장정에 들어갔다. 올해는 '삼십이립(三十而立)'이라는 말처럼, 서른 살에 맞이한 영화제의 의미를 되새기며 세계 영화인들과 관객 앞에 섰다.

이날 레드카펫 행사에는 평소보다 더 많은 배우와 세계적 거장, 영화계 관계자들이 입장했다. 코로나19 시국에 한동안 사라졌던 시민들의 열기 역시 되살아났다. 영화의전당 곳곳에 모여든 시민들은 굿즈를 구매하며 축제의 분위기를 즐겼다. 5000여 객석의 야외극장은 관객들로 가득 찼고, 배우와 감독들이 레드카펫에 들어설 때마다 아낌없는 박수를 보내며 환호했다.

개막식의 단독 사회는 배우 이병헌이 맡았다. 그는 공자의 말을 인용하며 의미심장한 인사를 건넸다. 그는 "서른에 비로소 선다는 말이 있다. 서른이라는 나이는 인생의 정오라고도 한다. 30년이 되어서야 이제 조금 배우가 됐다는 생각이 든다. 부산국제영화제도 저와 비슷한 시기에 시작했다. 결국 저와 같이 성장한 것이다. 긴 여정 중에서도 몇몇 순간이 기억난다. 30년 전 어떤 영화로 영화제에 갈 수 있을까 고민했는데, 지금 이 무대에 서 있다. 감사하다"고 벅찬 소감을 전했다.

박광수 부산국제영화제 이사장은 부산 배경의 영화 '친구'의 명대사를 인용하며 "서른살, 많이 무따(먹었다) 아이가"라고 재치 있게 인사를 건넸다. 박형준 부산시장은 "서른 잔치는 이제부터 시작이다"라며 개막을 공식 선포했다.

블랙핑크 리사가 17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전당에서 열린 제30회 부산국제영화제(BIFF) 개막식에 참석해 레드카펫을 밟으며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블랙핑크 리사가 17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전당에서 열린 제30회 부산국제영화제(BIFF) 개막식에 참석해 레드카펫을 밟으며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먼저 영화 산업에서 여성의 위상을 드높인 인물에게 주어지는 까멜리아상의 주인공은 대만 출신 감독이자 배우인 실비아 창이었다.

한국영화 공로상은 정지영 감독에게 돌아갔다. 정 감독은 "영화를 만든 관객들이 저를 이 자리에 있게 했다. 반세기, 50년이 절대 순탄치만은 않았다. 거친 파도와 싸우며 노를 저어 왔다. 군사독재 시절엔 검열과 맞섰고, 할리우드 영화가 시장을 지배할 때도 있었다. 대기업이 투자·배급을 독과점으로 운영할 때 그 문제와 싸우기도 했다"고 회고했다. 이어 "그 거친 강을 저 혼자가 아니라 수많은 동료, 후배, 선배님들과 함께 건넜다. 그들을 대신해 받는 상이라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정 감독은 또 "부산 바다는 항상 새로운 파도를 보이게 한다. 한국 영화도 마찬가지다. 지금 잠시 위기에 처해 있지만, 새롭고 힘차고 바람직한 영화를 준비하고 있다. 부산국제영화제를 즐기러 온 관객과 해외 게스트들이 보석 같은 한국 영화를 찾아 많이 즐겨주시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아시아영화인상은 올해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자인 이란의 자파르 파나히 감독에게 돌아갔다. 무대에 선 파나히 감독은 "첫 번째 영화제에 함께했고, 30주년을 함께 하게 되어 뜻깊고 영광스럽다. 첫 영화를 가지고 부산에 왔었다. 다시 집으로 돌아간 뒤, 아시아 최고의 영화를 만들어 다시 오겠다고 다짐했다. 그러나 지난 17년간 감옥에 갇히면서 나라를 떠날 수 없어 훌륭한 영화제에 다시 올 수 없었다"고 소회를 밝혔다.

그는 이어 "지난 30년간 한국은 자유와 영화의 자유를 위해 부단히 노력하고 싸워왔다. 영화를 만드는 표현의 자유를 위해 도전하고 나아가야 한다. 이 상을 그 싸움의 전선에 서 있는 모든 독립영화인에게 바친다"고 강조했다.

제30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식이 열린 17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전당 야외극장에 개회식을 지켜보기 위해 관객들이 가득 자리 잡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30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식이 열린 17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전당 야외극장에 개회식을 지켜보기 위해 관객들이 가득 자리 잡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올해 경쟁 부문인 '부산 어워드' 심사위원단은 배우 한효주, 율리아 에비나 바하라 프로듀서, 코고나다 감독, 마르지예 메쉬키니 감독, 난디타 다스 감독 겸 배우, 배우 양가휘 등이 참여한다. 심사위원장은 나홍진 감독이 맡았다. 나홍진 감독은 무대에서 "별 기대 없이 '어쩔수가없다' 보여준다고 해서 왔다. 농담이다"라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이병헌은 "나홍진이 망쳐놓은 소감을 한효주가 다시 해달라"고 요청했고, 한효주는 "불가능할 것 같다"고 받아쳐 현장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정한석 신임 집행위원장도 무대에 올라 포부를 밝혔다. 정 위원장은 "제가 3월 21일에 집행위원장직을 맡고 6개월간 숨 가쁘게 달려왔다. 바쁘긴 했지만 30회라는 역사적인 해에 함께할 수 있어 영광이다. 올해 매우 많은 것을 변화시키고 개선하고자 노력했고, 긍정적인 성과가 드러났다. 언제나 활기차고 품격 있고 풍요로운 영화제를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정 위원장은 특히 개막작 선정 과정에 대해 "경쟁 영화제로 거듭난 올해이지만 개막작 선정은 조금도 부담이 되지 않았다"고 귀띔했다. 그는 "개막식을 위해 이 영화가 만들어진 것은 아닐까 하는 착각을 하기도 했다. 대한민국을 넘어 세계를 대표하는 거장 감독이 한국의 명배우, 최고의 스태프들과 함께 만든 작품이 올해 개막작이다"라며 영화 '어쩔 수가 없다'를 소개했다.

무대에 오른 '어쩔 수가 없다' 팀에게 이병헌은 "오늘 제 진행 어떠셨나요"라며 농담을 던졌다. 이에 박찬욱 감독은 "앞으로 계속 연기만 하는 걸로"라고 받아쳐 웃음을 자아냈다.

이병헌이 "베니스에서도 호응이 많았고 토론토에서는 관객상도 받았다. 부산영화제 개막작 소감은 어떠냐"고 묻자, 박 감독은 "처음 부산영화제를 만든다고 했을 때 한국에서 되겠나, 무모한 일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30년이 흘러 영화제가 이렇게 자리 잡았다. 딱 30년 되는 해 개막작으로 상영할 수 있게 돼 믿기지 않고 영광스럽다"고 답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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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무대에 오른 배우들도 소감을 전했다. 손예진은 "오랜만에 부산영화제에 오게 됐다. 30주년에 우리 영화가 개막작으로 선정돼 기쁘다. 비가 오지 않은 것도 행운이다. 한국에서 처음으로 관객들께 보여드리게 됐다. 베니스 때보다 더 떨리고 설레고 기대된다"고 말했다.

박희순은 "저희 영화는 블랙코미디다. 가장 극적인 순간에 강력한 코미디가 나온다.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난감할 수 있지만 웃는 걸 추천해 드린다. 웃으라고 만든 영화다. 집으로 돌아갈 때 조용필의 '고추잠자리'를 들으면 짙은 페이소스를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성민은 "입장 전 이병헌이 우리를 붙들고 '시간이 늦어졌으니 소감을 짧게 하고 통역 시간을 주라'고 당부했는데 다들 지키지 못하는 것 같다"며 "우리는 지금 '국제영화제'에 와 있다. 저 역시 설레고 떨린다. 영화 재밌게 봐주시고 응원해 달라"고 전했다.

염혜란은 "이 영화에서 한자리를 차지하고 있다는 게 영광이다. 감독이 '한국 영화임에도 야외 상영을 고려하고 한국어 자막을 특별히 넣었다'고 꼭 전해달라 했다. 왜 저에게 맡겼는지는 모르겠다"며 "오래 기다리셨다. 이제 박찬욱 감독의 세계로 빠져보자"고 했다.

이병헌은 마지막으로 "늘 바랐던 일이다. 막상 현실이 되니 벅차고 감회가 새롭다. 처음 이곳에 왔을 때의 설렘을 여러분께 선물로 드릴 수 있어 행복하다. 여러분들이 있어서 영화가 있고 배우가 존재한다. 감사하다"고 인사를 전했다.

이어 "저희 영화가 이곳에서 상영되기 때문에 여러분들과 끝까지 함께 볼 생각이다. 영화를 사랑하는 모든 분들, 30년 전 누군가 '부산에서 세계와 만나는 영화제를 만들어보자'는 꿈을 꿨다. 그 꿈이 현실이 되어 오늘 30번째 생일을 맞았다. 앞으로 10일간 부산은 영화로 가득할 것이다. 어디서든 영화 이야기가 들릴 것이다. 모든 순간이 여러분의 특별한 기억이 되길 바란다. 제30회 부산국제영화제, 지금 시작한다"고 개막을 선언했다.

올해 부산국제영화제 공식 상영작은 총 241편으로, 지난해보다 17편 늘었다. 새롭게 신설된 경쟁 부문 '부산 어워드'에는 아시아 주요 작품 14편이 초청돼 대상·감독상·심사위원특별상·배우상·예술공헌상 등 5개 부문에서 수상작을 가린다.

영화제는 오는 26일 저녁 영화의전당 야외극장에서 열흘간의 일정을 마무리한다. 폐막식은 기존과 달리 주요 영화인들이 시상자로 참석하며 수상작도 현장에서 공개될 예정이다.

부산=김예랑 한경닷컴 기자 yesr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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