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李 대통령 당선에 "中 영향력 반대" 언급한 美 백악관

1 week ago 5

입력2025.06.04 17:26 수정2025.06.04 17:26 지면A35

이재명 대통령 취임일인 어제 미국 정가에서는 두 개의 입장문이 나왔다. 하나는 마크 루비오 국무장관 명의의 것으로, 기존 한국 대통령의 취임 축하 성명문과 대동소이한 내용이다. 당선 축하 인사와 함께 한·미 동맹 유지 및 강화에 대한 언급 등을 담았다.

문제는 백악관 측 반응이다. 캐롤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이 언론 브리핑에서 한국 대선 결과에 대한 반응을 묻는 말에 서류를 찾다가 “없다”고 답하는 해프닝이 있었다. 이후 한국 취재진의 서면 질의에 백악관 당국자는 단 두 문장짜리 논평을 냈다. “한·미 동맹은 철통같이 유지된다. 한국은 자유롭고 공정한 선거를 치렀지만, 미국은 전 세계 민주주의 국가에 대한 중국의 개입과 영향력 행사에는 여전히 우려하며 반대한다.”

자국 군대가 주둔하고 있는 맹방의 새 대통령 취임에 대해 “축하한다”는 말 한마디 없이, 제3국인 중국의 영향력을 지목하는 논평을 낸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이다. 이날 ‘트럼프의 자문’으로 활동하고 있는 로라 루머나 트럼프 책사 출신의 스티브 배넌 같은 강경 우파 인사들은 한국 대선 결과에 대해 ‘극단적’인 표현을 SNS에 올리기도 했다.

더불어민주당 내에서는 미국 측에서 한국 상황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해 민주당과 이 대통령을 ‘친중’으로 오해하고 있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미국 정가의 이 대통령과 민주당에 대한 인식이다. 로이터통신은 “트럼프 대통령의 우익 세력은 한국과 중국, 그리고 미국과의 관계에서 균형을 맞춰야 한다고 한 이재명 후보를 비판해 왔다”고 전하고 있다.

이번 백악관의 메시지는 이재명 정부의 미·중 ‘균형 외교’ 가능성에 의도적 견제구를 던진 것으로 볼 수 있다. 중국의 안보 위협에 맞서 미·일이 주축이 되고, 호주 필리핀 등이 가세하는 아시아판 NATO(북대서양조약기구) 창설 움직임이 가시화하고 있다. 우리도 참여 요구를 받고 있다. 이 대통령이 트럼프와 직접 통화하면서 미국 측이 갖고 있는 의구심을 해소하고 미래지향적 한·미 관계 구축에 확실한 의지를 밝혀야 한다.

Read Entire Artic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