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감은 욕설과 비하, 조롱의 낯 뜨거운 경연장을 방불케 했다. 인터넷에 떠도는 피감기관장의 합성 사진을 난데없이 꺼낸 장면은 과연 국감장이 맞는지 눈을 의심케 할 지경이었다. 여야 의원들은 법사위에선 서로 ‘꽥꽥이’ ‘서팔계’라 경멸하며 싸웠고, 과방위에선 “한주먹 거리” “넌 내가 이긴다”느니 하는 시정잡배 수준의 다툼을 벌였다. 이에 대한 국민들의 싸늘한 시선을 전혀 아랑곳하지 않는 듯 비슷한 장면들이 국감 내내 반복됐다.
여야가 국감 주제와 동떨어진 설전으로 시간을 낭비하는 사이 피감기관들은 발언 기회조차 얻지 못한 채 앉아만 있다 돌아가는 경우가 많았다. 국감 중반까지 474곳이 기관 증인으로 채택됐으나 180곳(38%)은 단 한 번의 질의도 받지 못했다는 분석도 나왔다. 국감이 여야 ‘그들만의 정쟁’으로 변질되면서 정부 정책을 점검한다는 본래의 역할은 뒷전으로 밀려난 것이다.
이는 국감이 과격한 언행을 담은 쇼츠로 강성 지지층의 관심을 끌어보려는 의원들의 ‘개인 홍보’에 이용되는 작금의 상황과 무관치 않다. 보통 사람이라면 부끄러워할 언쟁마저 영상으로 올리며 이 싸움에서 이겼다는 식의 ‘사자후’ ‘참교육’ 같은 자극적 문구를 다는 게 일상이 됐다. 그런 영상이 인기를 얻으니 더 자극적인 장면을 연출하려 더 소리 지르고 모멸적 언사를 내뱉는 악순환이 계속된다.올해 국감은 상대에 대한 증오를 부추기는 방식으로 입지를 넓히는 여야의 ‘적대적 공생’이 우리 정치를 얼마나 심각하게 좀먹고 있는지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정치가 이토록 후진적일 수 있는지도 새삼 놀랍지만 여야가 반성 한마디조차 내놓지 않는 모습에 더 기가 막힌다. 이런 국감이라면 차라리 없는 게 낫다. 여야 지도부는 이제라도 국감 본연의 기능을 회복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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