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가 있으면 벌을 받아야 마땅하다. 아무리 창의적인 사업으로 성공한 기업, 기업가일지라도 그 과정에서 탈법이나, 불공정이 있었다면 책임을 물어야 한다.
카카오는 정부를 제외한다면 가장 넓은 범위의 국민을 고객으로 하는 거대 서비스기업이다. 2010년, 과연 사람들이 폰에서 메신저를 쓸까 갸우뚱하던 시절 출발했다. 창업 13년만인 2023년, 계열사 147개를 거느린 재계 서열 15위로 뛰어올랐다.
한국 현대 기업사에 남을 갖가지 진기록을 가진 카카오는 사실, 최근 몇년간 혹독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외적으로는 시세조정·배임·청탁성 투자 등 법적 구금 상태다. 내부적으도 사업 대들보라 할 카카오톡의 대규모 업데이트가 사용자 반발을 만나 완전히 안착되지 못한 상태다.
21일 1심 재판부가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 겸 미래이니셔티브센터장에게 SM엔터테인먼트 주가 조작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카카오가 SM엔터테인먼트 경영권 인수를 고려한 것은 맞지만, 반드시 인수해야 할 만한 상황이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며 “검사가 주장하는 증거들만으로 시세 조종 공모에 관한 논의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함께 기소된 담당 대표와 주요 계열 법인도 무죄판결을 받았다.
3년에 가까운 기소·변론 등 법적 외풍은 자연히 카카오의 확장 행보를 위축시켰다. 올해 상반기 현재 계열사 수는 32개나 털어내거나 흡수했다. 재계 순위도 16위로 한계단 밀렸다.
그러는 사이 전세계엔 인공지능(AI) 열풍이 몰아쳤다. 거의 모든 기업이 AI분야 서비스 연계와 경쟁력 확장을 앞다투고 있을 때 카카오는 법의 심판대 위에서 시달렸다. 당연히 그 와중에도 AI 관련 신규 투자와 개발 노력은 계속 이어졌겠지만, 아무래도 뼈아픈 시간이었음이 분명하다.
대한민국 현행법은 혁신가의 삶을 좀체 허락하지 않는다. 김범수 창업가 처럼 재창업· 3창업에 연이어 성공한 사람일 수록 더 혹독하다.
아직 1심 결과이고, 검찰의 항소 가능성도 남아있다. 하지만, 카카오 같은 국민 서비스기업이 더 빠르게 혁신하고 변모하는 것은 결국 국민 편익으로 돌아온다. 잠재적이거나, 확인되지 않은 개연성으로 사업 혁신, 서비스 개선을 위축시켜선 안된다.
카카오가 창업기업으로 단기간 대기업에 성장할 수 있었던 그 혁신 가치를 묻어버리면 안된다. 카카오의 혁신적 항로가 막히지 않아야 또 다른 카카오가 한국 산업에서 나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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