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다음 달 4일 본회의에서 ‘노란봉투법’(노동조합법 2, 3조 개정안) 처리를 공언한 가운데 주한 외국계 기업들이 한국 철수 가능성까지 거론하며 재검토를 요구했다. 800여 기업을 대표하는 주한미국상공회의소(암참)는 30일 “한국의 경영 환경과 투자 매력도에 미칠 부정적 영향에 대해 우려한다”고 밝혔다. 전날에는 주한유럽상공회의소가 최악의 상황을 가정했다는 전제를 달았지만 “교섭 상대 노조가 불분명한 상태에서 교섭 거부로 형사 처벌 위험에 직면할 경우 한국 시장에서 철수할 수 있다”고 했다.
이들은 노란봉투법이 시행된다면 기업이 노조 파업에 대응할 마땅한 수단은 없는데 법적 책임만 무한정 지게 될 것이라고 우려한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를 통과한 노란봉투법은 하청업체 노조가 원청업체와 직접 교섭할 수 있도록 ‘사용자’ 범위를 확대하고, 불법 파업일지라도 노조에 대한 배상 청구를 제한한 것이 그 핵심이다. 이번 상임위 통과 과정에서 노동 쟁의 범위도 ‘근로 조건에 영향을 주는 경영상 결정’으로 확대됐다. 원청이 수백 개 하청업체를 일일이 교섭해야 하거나, 해외 투자를 이유로 파업을 하는 일이 벌어질 수 있다는 얘기다.
가뜩이나 경직된 노동 환경으로 한국은 ‘기업 하기 어려운 나라’라는 인식이 팽배하다. 국제노동기구(ILO)에 따르면 2012∼2021년 한국의 파업으로 인한 연평균 근로 손실 일수는 임금근로자 1000명당 38.8일이었다. 미국(8.6일)과 독일(8.5일)의 4배 이상이다. 일본은 0.2일에 불과했다. 여기에 노란봉투법까지 시행되면 노동 규제와 노사 갈등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외국 기업의 투자 축소나 사업 철수가 현실화되지 말란 법이 없다.
제임스 김 암참 회장은 “2025년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앞두고 어떤 신호를 줄지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글로벌 기업 최고경영자(CEO)를 대거 초청해 투자 유치와 협력 방안 등을 논의할 예정인데 그 노력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란 경고다. 미국과 유럽 등은 자국 제조업 육성과 일자리를 지키기 위해 외국 기업 유치와 자국 기업의 ‘리쇼어링’(유턴)에 모든 정책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한국만 이런 국제적 흐름을 거슬러 투자 매력도를 떨어뜨리는 노란봉투법까지 밀어붙인다면 일자리가 남아날지 의문이다.- 좋아요 0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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