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윤희숙 혁신위원장 '경제는 국민의힘' 입증에 사활 걸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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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2025.07.09 17:46 수정2025.07.09 17:46 지면A31

국민의힘이 20분 만에 전격 사퇴한 안철수 전 혁신위원장 후임에 윤희숙 여의도연구원장을 임명했다. 송언석 비상대책위원장의 표현대로 “실패한 과거와 결별하고 정책 전문 정당으로 만들 혁신 조타수”가 윤 위원장의 역할이다.

대선 패배 후 반성과 쇄신은커녕 당권 싸움으로 지새워온 국민의힘에서 모처럼 만의 신선한 인선으로 평가받고 있다. 당 일각에서는 원외 여성 위원장 선임을 두고 “당에 얼마나 인물이 없는지 보여주는 인선”이라는 자조 섞인 반응도 있지만, 단견이다. 국민의힘은 행정·입법권력을 모두 잃은 데 이어 국민 지지마저 바닥을 헤매는 사실상 식물정당이다. 활기와 동력을 되살리려면 고질적 보신·관료주의에서 자유로운 젊은 비주류 인사가 외려 적격이다. 윤 위원장만큼 국민 지지를 받은 중량감 있는 인사가 있기나 한지 되묻고 싶다.

웰빙파가 득세하는 척박한 풍토에서 윤 위원장은 소신과 실력을 입증해왔다. ‘나는 임차인입니다’라는 뭉클한 연설로 국민 공감을 얻었고, 소소한 가족 관련 스캔들에 의원직을 내던지며 책임정치를 실천했다. 당 부활을 위해 절실한 ‘중수청’(중도·수도권·청년)으로의 외연 확장에 이만한 카드도 드물다고 할 것이다. 알아주는 경제통이라는 점도 ‘수도권 중심 정책정당’이라는 방향성에 부합한다. 언제부터인가 국민의힘에선 ‘능력’이라는 보수정당의 비교우위를 찾아보기 힘들게 됐다. 여당 시절에도 더 나은 국민 삶을 위한 비전을 제시하거나 굵직한 정책을 주도한 적이 거의 없다.

더불어민주당은 이 틈바구니를 파고들었다. 논쟁적이지만 새로운 정책 대안을 제시하며 유권자 마음을 움직였다. ‘경제는 민주당’이라는 이름의 공부 모임까지 만들어 ‘무능한 진보’라는 프레임 탈출에 사력을 다하고 있다. ‘경제’라는 보수정당의 오랜 진지마저 빼앗긴다면 국민의힘 집권 기회는 영영 사라질 수도 있다. 걱정스러운 건 윤희숙이라는 귀한 자산을 급전 돌려막듯 이전투구로 소모시키는 일이다. 대선 국면에서 김용태라는 전도유망한 정치인을 불과 48일간 쓴 뒤 상처만 줬던 일을 반복해선 곤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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