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바이오로직스가 바이오의약품 위탁개발생산(CDMO) 사업과 바이오시밀러(복제약)·신약개발 사업으로 쪼개는 인적 분할을 전격 결정했다. ‘제2의 반도체’로 바이오산업을 육성하려는 삼성의 강한 의지를 보여주는 동시에 글로벌 바이오 시장의 선두 주자로 도약하려는 전략적 포석으로 풀이된다.
이번 분할로 기존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순수 CDMO 기업으로 거듭난다. 그동안 한 회사 내에서 여러 제약사의 의약품을 위탁생산하고 신약까지 개발하면서 사업 간 이해충돌의 소지가 있던 게 사실이다. 기술 유출 우려로 거래를 망설이던 글로벌 대형 제약사에서 수주가 늘어나면 ‘바이오업계 TSMC’로 성장하는 전환점이 될 수 있다. 한국바이오협회에 따르면 2029년 글로벌 CDMO 시장은 438억5000만달러(약 60조원)로, 연평균 14.3% 성장할 전망이다.
동시에 분할·신설되는 ‘삼성에피스홀딩스’(가칭)는 삼성바이오에피스를 100% 자회사로 편입하고 별도의 신약 개발 자회사도 둘 예정이다. 바이오시밀러 사업을 통해 안정적인 수익 기반을 마련하고 이를 바탕으로 고위험·고수익 신약 개발에 도전하는 ‘투 트랙’ 전략이다. 분할되는 사업들이 각자 전문성을 극대화한다면 도널드 트럼프발 관세 전쟁 속에서도 시장 지배력을 더욱 공고히 할 수 있을 것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설립 14년 만에 생산능력 세계 1위, 매출 기준 세계 2위 기업으로 자리매김했다. 올해 매출은 처음으로 5조원을 돌파할 전망이다. 이번 분할이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삼성에피스홀딩스가 각 사업 영역에서 글로벌 톱으로 도약하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