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어제 페이스북에 “국민의 기본적 삶은 국가 공동체가 책임지는 사회, 기본사회로 나아가겠다”고 했다. 이어 “기본사회는 헌법에 명시된 행복추구권과 인권을 바탕으로 모든 국민의 기본적 삶을 실질적으로 보장하는 사회이며 국가전담기구인 기본사회위원회를 통해 정책 이행을 총괄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 후보가 얘기하는 기본사회는 아동, 청년, 취업자와 실업자, 노인 등 전 생애에 걸쳐 일정 소득(기본소득)을 보장해주는 사회다.
하지만 세상에 공짜는 없다. 이런 사회를 만들려면 막대한 재정이 필요하다. 국민 1인당 연 100만원을 지급한다고 해도 50조원이 들어간다. 연 100만원은 기본적 삶에 턱없이 부족한 수준인데도 그렇다. 이 후보의 정책 멘토인 이한주 민주당 선대위 정책본부장마저 재원 마련이 곤란하다고 했다. 기본사회는 인류 역사상 구현된 적도 없다.
물론 이 후보가 단번에 이런 기본사회를 만들겠다는 구상은 아닐 것이다. 경제성장과 재정 상황을 살펴 가며 단계적으로 추진해나갈 것으로 본다. 하지만 복지는 한번 시작하면 중간에 멈출 수 없는 특성을 갖고 있다. 대통령선거, 국회의원선거, 지방선거 등이 번갈아 가며 열리는 우리 정치 현실을 고려하면 특히 그렇다.
더욱이 이 후보의 기본사회 구상은 취약계층 중심의 선별복지가 아니라 모든 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보편복지론에 기반을 두고 있다. 복지정책의 효율성도 문제지만 무엇보다 막대한 재원 부담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더욱이 우리 경제는 저출생·고령화로 0%대 성장이 예고된 마당이다. 적자국채를 찍어 늘어나는 복지 수요를 감당하기엔 현세대는 물론 미래세대의 부담이 너무 크다. 기축통화국인 미국이나 일본조차 국채를 소화하지 못해 애를 먹고 있는 상황 아닌가. 정부가 부족한 재정을 메우기 위해 국채 발행을 남발하면 금리가 오를 수밖에 없다. 그 부담은 부자들이 아니라 오롯이 취약계층에 돌아간다. 정부가 서민 부채를 탕감하기 위해 또다시 재정을 동원하면 시중금리는 더 큰 폭으로 오르는 악순환에 빠지고 말 것이다. 금리가 오르기 시작하면 물가도 덩달아 올라 금리 인하를 통한 경기부양 정책도 펼 수 없다. 한국은행은 공공부채가 과도하게 증가하면 조세부담이 늘고, 민간투자는 위축되고, 생산은 줄어든다는 외국 대학 보고서를 소개했다. 우리 국가부채도 신경써야 한다는 것을 우회 경고한 것이다.
이 후보는 그제 내수 진작을 위해 나랏빚을 더 내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나랏빚이 1000조원 넘었다는 둥 이런 소리를 하면서 절대 나라가 빚을 지면 안 된다는 무식한 소리를 하는 사람이 있다”고 말했다. 선동적이고 위험한 발언이다. 절대 빚을 내면 안 된다는 말은 누구도 하지 않는다. 감당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빚을 내라는 것 아닌가. 정상적 가계나 기업이라면 대체로 빚을 무서워하는 게 일반적이다. 대통령 되겠다는 사람의 고집과 억지가 지나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