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호와 탄식이 엇갈린 가운데 21대 대통령선거가 막을 내렸다. 방송 3사 출구조사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예측 득표율 51.7%로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39.3%)를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새 대통령은 오늘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당선 선언 즉시 임기를 시작한다. 기쁨은 순간이고, 취임 즉시 사방에서 쓰나미처럼 몰려오는 난제를 맞닥뜨려야 한다. 인수위원회 예열(豫熱) 없이 곧바로 임기를 시작해야 하는 대통령의 어깨는 무거울 수밖에 없다. 이제 승리한 쪽도, 패배한 쪽도 격한 공방을 내려놓고 대한민국이 다시 일어서도록 다 함께 매진해야 할 때다.
다급한 과제는 분열과 갈등을 치유하고 수습하는 것이다. 계엄과 탄핵 과정을 거치며 진영 갈등은 상대를 절멸시키겠다는 수준으로 치달았다. 이견과 상호 비판은 용인돼야 하나 ‘심리적 내전’이란 말까지 나오며 정치의 기본 작동 자체를 어렵게 하고 있다. ‘내란 종식’이 상대를 죽이는 수단으로 악용되고, 사생결단식 대결이 지속되면 정상적 국정 운영을 어렵게 하고, 그것은 나중에 대통령의 부담으로 고스란히 돌아올 것이다. 선거 기간 줄곧 통합을 외쳐온 대통령부터 솔선수범해 약속을 행동으로 옮겨 갈등 방파제 역할을 하길 바란다.
사적 자치, 개인의 자유와 책임, 시장경제 등 헌법의 핵심 가치도 존중돼야 한다. 헌법에는 ‘자율과 조화를 바탕으로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확고히 하고(전문), 대한민국의 경제질서는 개인과 기업의 경제상의 자유와 창의를 존중함을 기본으로 한다(119조 1항)’고 돼 있다. 전쟁 폐허를 딛고 세계 10위권 경제 강국으로 발돋움한 원동력도 이 헌법 정신이 뒷받침한 결과다. 누란의 위기에 처한 경제 상황을 보면 이런 헌법 정신이 더욱 절실하다. 미국발 관세 폭탄은 경제에 치명상을 입히는 데다 그 방향조차 가늠하기 힘들다. 수출, 생산, 소비, 투자 등 주요 경제지표 모두 맥을 못 추고 성장률은 0%대 진입을 예고하고 있다.
10년 전 제조업 석권을 선언한 중국은 속속 우리 주력 산업 뒷덜미를 잡고 있다. 인공지능(AI), 로봇 등 첨단산업과 벤처 투자는 미국과 중국이 휩쓸어 한국은 명함을 내밀기 힘든 신세다. 이미 계엄, 탄핵에 따른 지도력 부재로 허송세월한 마당이다. 지금 성장동력을 만들어내지 못하고 실기하면 영원히 미아가 될지 모르는 위급한 상황이다. 대통령도 즉각 비상경제체제를 가동하고, 경제 살리기와 기업하기 좋은 나라를 만들겠다고 약속한 만큼 모든 갈등 이슈를 접고 국가 역량을 총동원해 대응에 나서길 바란다.
국가 경쟁력과 성장잠재력을 끌어올리기 위한 근본적인 해법은 시장에서 찾아야 한다. 기업 투자를 활성화하고, 기업가정신과 창의력을 마음껏 발휘하도록 기반을 마련해 신산업, 스타트업이 활발히 일어나도록 해야 한다. 그래야 더 많은 혁신과 일자리 창출을 기대할 수 있다. 이를 위해선 인기가 없더라도 규제 혁파와 구조개혁, 노동개혁을 통해 체질을 바꾸고 기초체력을 탄탄히 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측근, 진영을 떠나 최고의 전문가를 두루 기용하고, 숱한 반기업법은 재고해야 마땅하다. 이번 대선 과정에서 반시장적 포퓰리즘 공약이 난무한 것은 우려스럽다. 물론 깊은 침체에 빠진 경기를 살리기 위해 추가경정예산 편성 등 단기적 재정 투입은 필요하다. 그렇더라도 전략적 우선순위와 재원 대책 등을 점검해 성장을 위해 유효하고 꼭 필요한 곳에 지출해야 한다.
또 다른 헌법 가치인 법치주의도 존중돼야 한다. 법치는 예측 가능한 나라를 위한 기본적인 장치다. 위헌적이고 법치를 무너뜨리는 법안들이 양산돼 우려스럽다. 법치의 잣대가 공정성을 잃지 않고, 특정 목적을 위한 도구가 되지 않도록 정치권과 사법부 모두 노력을 다해야 할 것이다.
만기친람식 제왕적 대통령제, 국회의 입법 폭주 등 정치 폐해를 해소하는 데도 앞장서길 바란다. 대통령은 정파의 수장이 아니라 국정 관리자인 이상 권위주의적 통치 개념을 버리고 야당을 국정 파트너로 인정하고, 적극 소통에 나서야 한다. 정치를 당파적 목적이 아니라 국가 경쟁력을 한층 끌어올리기 위한 수단으로 삼을 때 더 큰 대한민국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대통령의 성공은 곧 나라의 존망과 직결돼 있다. 새 정부 출범을 축하하면서 대한민국의 성공적 재도약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