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견기업으로 성장하면 각종 지원이 사라지거나 줄어들어 되레 중소기업으로 돌아가는 기업이 크게 늘었다는 한경 기획 보도(7월 22일자 A1, 3면)다. 구체적으로 보면 중기로 되돌아간 중견기업은 2017년 197개에서 2023년 574개로 191% 증가했다. 중견기업 요건을 갖췄지만 중기 지위를 유지하는 ‘졸업 유예’ 기업도 2021년 855개에서 지난해 1377개로 61% 늘었다.
이 같은 ‘피터팬 증후군’이 나타나는 것은 중기에 주어지는 혜택이 너무 많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실제 중견기업이 되는 순간 축소되거나 끊기는 세제만 26개에 이른다. 연 2~3%의 저금리가 적용되는 정책자금도 중기를 벗어나는 순간 대상에서 제외된다. 중기만의 리그를 운용토록 하는 제도 역시 기업의 성장 의욕을 꺾는 데 한몫한다. 대기업은 참여할 수 없도록 한 중기 적합업종 제도, 공공기관의 물품 구매 때 50% 이상을 중기 제품으로 채우게 한 규정, 정부 입찰 때 중기를 우대하는 제도 등이다.
중기 지원 제도는 외국에도 있지만 한국만큼 과도하지 않다. 법인세만 보면 단일세를 기본으로 하고 예외적으로 소기업에만 낮은 세율을 적용하는 것이 글로벌 추세다. 한국처럼 9%(과세표준 2억원 이하), 19%(200억원 이하), 21%(3000억원 이하), 24%(3000억원 초과) 등 규모별로 차등화한 국가는 찾기 힘들다. 정책자금을 포함해 중기 지원 예산이 전체 예산의 6%에 이르는 국가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중 한국이 유일하다. OECD가 중기에 대한 정부의 관용적 지원을 줄이고 지원 분야를 법으로 제한할 필요가 있다고 수차례 권고한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런데도 역대 정부는 중기 지원을 지속적으로 늘렸다. 대한상공회의소 집계를 보면 중기 지원 사업은 2018년 1422개에서 2023년 1646개로 15% 늘었고, 같은 기간 예산은 21조9000억원에서 35조원으로 60% 증가했다. ‘성장’을 모토로 내건 이재명 정부는 과거 정부와는 다른 성장 촉진 정책을 펴주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