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韓 장관 후보들 비웃듯…김정은 "철저한 主敵 관점이 억제력"

1 week ago 3

입력2025.07.24 17:36 수정2025.07.24 17:36 지면A35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그제 포병부대의 포사격 훈련 경기를 참관한 뒤 ‘철저한 주적(主敵) 관점’과 실전 같은 훈련을 강조했다. 김정은은 이날 “이번 훈련 경기는 우리 군대의 싸움 준비 완성에서 일어나고 있는 실제적이며 근본적인 변화를 직관해 주는 좋은 계기”라며 “가장 확실한 전쟁 억제력은 가장 철저한 주적 관점이라는 것을 다시금 상기시킨다”고 말했다. 우리를 대상으로 적시한 것은 아니지만 이미 지난해부터 “북남관계는 적대적 두 국가 관계”이며 “대한민국은 불변의 주적”이라고 강조해 온 그다.

북한이 이렇게 대한민국을 확실한 주적으로 못 박고 있는 데 비해, 우리는 안보 관련 장관에 지명된 사람들조차 “북한은 주적이냐”는 물음에 제대로 통일된 답조차 내놓지 못하고 있다. 정동영 통일부 장관 후보자는 지난주 인사청문회에서 북한이 주적이라는 데 “동의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단지 “위협”이라고 했다. 권오을 국가보훈부 장관 후보자도 “지금 시점에서 주적이라고 표현하기에는 애매한 점이 있다”고 ‘애매한 답변’을 했다. 그나마 안규백 국방부 장관 후보자가 유일하게 “주적은 북한”이라고 밝혔을 뿐이다. 이종석 국가정보원장 역시 지난달 인사청문회에서 “(북한을 주적이라고 부르는 데) 어려움이 있다”고 했다.

이재명 정부가 한반도 긴장 완화와 남북 관계 복원을 대북정책의 핵심 목표로 삼고 있음을 모르지 않는다. 하지만 상대가 아무런 변화를 보이지 않는데 우리가 먼저 일방적으로 ‘무장해제’부터 하는 건 아닌지 우려스럽다. 북한이 중국·러시아와 군사·외교적으로 밀착하고 있고, 우리는 미국으로부터 한·미 동맹을 인도·태평양 지역 차원으로 확대하자는 요구를 받아 든 엄중한 국면이라 더욱 그렇다. 자칫 일방적인 유화 제스처로 우리의 전략적 입지만 축소될 수 있다. 최근 국정원은 50여 년간 북한 주민에게 자유세계 소식을 전파하던 대북 방송 송출도 중단했다. 북한은 여전히 대한민국을 주적 삼아 전쟁 능력을 높이고 있는데, 우리만 대북 유화책의 ‘과속 페달’을 밟고 있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다.

Read Entire Artic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