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21대 대통령선거 본투표가 실시된다. 대선 후보들은 어젯밤 늦게까지 치열한 경쟁을 펼쳤고, 이제 유권자의 심판만 남았다. 안팎의 중층적 위기에 처한 대한민국이 도약과 후퇴의 갈림길에 서 있는 만큼 유권자의 선택과 판단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이미 마음을 정하고 사전투표까지 한 유권자가 있고, 선거전에 실망해 아직 그렇지 못한 이들도 있을 것이다. 느닷없는 12·3 비상계엄과 대통령 탄핵으로 선거전이 초반부터 죽기 살기식 진영 대결 등 극심한 혼탁 속에서 진행되다 보니 그럴 만도 하다. TV토론도 예년보다 횟수가 줄어 세 차례밖에 치러지지 않은 데다 비전 경쟁도 찾아보기 어려워 유권자의 선택폭을 넓혀주지 못했다. 유세전은 끝까지 퇴행적 논쟁으로 일관해 탄식을 불렀다.
선거판이 아무리 실망스럽다고 해도 경제와 안보 등 사방이 먹구름으로 둘러싸인 나라를 조금이라도 생각하면 유권자마저 방관할 수만은 없다. 미국발 관세 전쟁 파도가 쓰나미처럼 몰려오는 데다 방향마저 가늠하기 어렵다. 수출과 생산, 소비, 투자 등 모든 경제 지표는 악화일로다. 나랏빚은 급증세고, 성장률은 0%대 진입을 예고하고 있다. 첨단산업은 갈길이 멀고 주력 상품 경쟁력은 뚝뚝 떨어지는데 해법은 캄캄하다. 주한미군 감축설, 북한의 전략무기 성능 향상, 중국의 서해 위협 등 나라 안위도 위기 일색이다. 그런 만큼 유권자의 분별력과 혜안이 절실하다.
손가락질만 한다고 정치가 나아지고 나라가 발전하지 않는다. 투표는 유권자의 권리이자 기본 의무이고, 민주주의를 지탱하는 최후의 보루다. 내 한 표가 얼마나 힘이 될까 하는 의구심도 버려야 마땅하다. 수많은 모래알이 모여 거대한 성(城)이 되고, 작은 물방울이 어우러져 배를 띄울 수도, 뒤집을 수도 있는 힘이 된다. 물론 선심 공세와 정파성에 함몰돼선 안 된다. 누가 나라 성장을 잘 이끌고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의 헌법적 가치를 구현하며, 안보를 튼튼히 하고, 나라를 통합할 수 있는지 그간의 공약을 꼼꼼하게 살펴보고 소신에 따라 투표해야 한다. 대한민국 향후 5년이 내 손에 달렸다는 비상한 각오로 임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