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마귀' 박규영의 액션 도전기 "체지방률 10%↓…생명 줄어드는 느낌"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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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2025.09.30 14:05 수정2025.09.30 14:05

/사진=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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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액션 촬영이 힘들지 않았다면 거짓말이에요. 촬영이 끝나곤 '다신 못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그동안 열심히 연습한 게 아깝기도 해서 좀 더 제대로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합니다."

넷플릭스 영화 '사마귀'에 출연한 임시완은 박규영에 대해 '악바리 근성이 있는 친구'라고 칭찬했다. 30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서 만난 박규영은 "액션을 잘 하는 사람이 아니라 이번엔 제대로 보여드리고 싶었다"며 "대역으로 채우는 부분도 있겠지만 될 수 있는 많은 부분을 스스로 해내고 싶었다"고 말했다.

'사마귀'는 넷플릭스 화제작 '길복순'과 세계관을 공유하는 액션 영화로, 킬러 업계의 무너진 질서 속에서 업계 1인자의 자리를 차지하기 위한 혈투를 그린다. 박규영은 극 중 주인공 한울(임시완)과 함께 MK에서 훈련받았던 실력파 킬러 재이 역을 맡아, 복잡한 내면 연기부터 거친 액션을 동시에 소화했다.

박규영은 "하루에 해결되는 신들이 아니어서 하루 하루 생명이 줄어드는 듯한 현장이었다"며 첫 영화 주연의 소회를 전했다. 이어 "최선을 다했지만 제 연기에 대해 100% 만족은 못 한다. 다만 새로운 모습을 보여드린 것 같아 감사하다"고 말했다. '길복순'의 팬이라고 밝힌 그는 "세계관을 공유하는 작품에 주연으로 처음 출연할 수 있어 영광스럽다"고 덧붙였다.

그가 연기한 재이는 업계 최고 킬러 한울과 친구이자 라이벌 관계로 얽힌 인물이다. 단순한 액션 캐릭터가 아니라, 질투와 열등감, 사랑과 동경이 복잡하게 뒤섞여 있는 입체적인 인물이다. 박규영은 "영원히 1인자가 될 수 없는 2인자의 자격지심, 죄책감, 질투 같은 인간적인 감정이 녹아있다"고 설명했다.

박규영은 "한울은 동경과 질투가 동시에 얽힌 존재이자 인생에서 끝까지 가야 하는 관계"라며 "사랑을 표현하기엔 용기가 필요했지만 마지막 순간만큼은 솔직해지려 했다"고 설명했다. 단순히 총과 칼을 휘두르는 액션이 아니라, 관계 속에서 인물이 드러내는 감정의 결을 치밀하게 고민했음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재이는 극 중 다양한 무기를 다루는 캐릭터다. 단검, 장검을 오가며 치열한 액션을 펼친다. 박규영은 "장검은 흔들림 없이 잡는 힘이 필요해 어렵고, 단검은 훨씬 수월했다"며 "남들보다 욕심 많은 캐릭터라 여러 무기를 연습했고, 많은 부분을 직접 소화하려고 액션 스쿨에 매일같이 다녔다"고 말했다. 이어 "최선은 다했다는 점을 알아주셨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촬영을 위해 그는 체지방률을 10% 이하로 낮추고 상체 근육을 키웠다. "연약해 보이지 않게 운동하라는 감독님의 주문이 있었다"며 "인바디 수치까지 확인하며 혹독하게 관리했다"고 밝혔다. 그는 "근질을 키우는 것이 생각보다 쉽지 않다는 걸 체감하며, 액션 연기를 훌륭히 소화한 이시영 선배님 같은 분이 얼마나 대단한지 새삼 느꼈다"고 덧붙였다.

첫 영화 주연에서 그는 임시완, 조우진 등 믿음직한 배우들과 호흡을 맞췄다. "차마 쳐다보기도 어려운 선배님들과 함께해 부담감이 컸다"면서도, "누가 되지 않으려 최선을 다했다"고 말했다.

특히 임시완과는 오랜 훈련을 함께하며 묘한 라이벌 구도를 실제로 체감했다고 한다. 박규영은 "저는 하나하나 외워서 하는 스타일인데, 임시완 선배는 몇 분 만에 끝내는 걸 보고 재이가 느끼는 열등감을 이해할 수 있었다"고 회상했다. 배우 개인의 성향과 캐릭터의 감정이 겹쳐지며 자연스럽게 연기로 이어진 셈이다.

조우진, 임시완과의 1:1:1 대결 장면은 촬영 과정에서 가장 고된 순간이었다. 박규영은 "체력적 부딪힘뿐 아니라 감정 폭발까지 겹쳐서 쉽지 않았다. 일주일간 촬영하며 매 순간 최선을 다했다"고 밝혔다. 단순한 몸싸움이 아니라, 감정이 최고조로 치닫는 순간을 몸과 표정으로 표현해야 했던 장면인 만큼 배우로서 큰 도전이었음을 알 수 있다.

같은 세계관의 '길복순'에는 전도연, 설경구 등이 출연했지만, 박규영은 작품상 직접 호흡할 기회가 없었다. 그럼에도 그는 "설경구 선배 촬영날 세트에 찾아가 인사를 드렸다"고 말했다. 이어 "성대모사도 했는데 좋은 평가는 받지 못했다. '내가 그렇게 연기하지 않았는데'라고 하셔서 웃었다"고 덧붙였다. 선배와의 짧은 만남이지만 그에게는 기억에 남는 순간이었다.

박규영은 최근 몇 년간 넷플릭스 작품을 중심으로 활동하며 '넷플릭스의 딸'이라는 별칭까지 얻었다. '오징어 게임' 시즌2·3, '스위트홈' 등 넷플릭스표 장르물에서 연이어 강렬한 캐릭터를 소화해온 그에게는 꽤 어울리는 수식어다.

극한의 상황을 연기해온 그는 이제 새로운 도전을 꿈꾼다. "장르물에서 배운 게 많지만, 이제는 로맨스를 해보고 싶다. 좋은 작품이 있다면 꼭 도전하고 싶다"는 바람을 내비쳤다. '차갑고 강인한 캐릭터' 이미지에 머물지 않고, 보다 다채로운 얼굴을 보여주겠다는 각오다. 그러면서도 봉준호, 박찬욱 감독들이 장르물로 러브콜을 보내면 어떻겠느냐고 묻자 "사지를 던질 것"이라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김예랑 한경닷컴 기자 yesr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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