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먼저 정정부터 하겠다. 여기서 눈먼 돈은 멍청이가 아니고 사랑에 빠진 눈이다. 수백 명의 창업주와 경영진을 만나면서 그동안 셀 수조차 없는 수의 투자 제안을 받았다. 창업을 꿈꾸는 여러분이 어떻게 이 돈을 잡아챌 지 창업주의 시각에서 ‘꼼수’를 나눠 보겠다.
Do’s - 나보다 더 성공할 창업주의 공통점
첫째, 돈이 어디에, 언제, 왜 필요한지 구체적으로 적어 와라
까놓고 이야기하면, 투자자는 지구를 구하거나 유기견을 살리는 데 관심이 없다. 오직 숫자, 이익, 결과. 당신의 비전이 아무리 숭고해도 내부수익률(IRR)로 번역되지 않으면 시간낭비다. 준비는 이렇게 하라. 얼마가 언제까지 필요하고, 그 돈이 들어오면 제품 개발, 마케팅, 인력 확보, 재고 생산, 공장 증설에 각각 언제 얼마를 쓸지 먼저 이야기하라. 이 돈 중에 얼마를 당신과 당신 친구들 주머니에서 꺼내고, 얼마를 은행에서 빌리고, 얼마를 투자자에게서 받을지도 먼저 정하라. 그리고 몇 년 뒤 얼마를 투자자에게 언제까지 돌려줄 건지 딱 첫 만남에 알려주시라. 더 중요한 건, 남의 돈 없이도 할 수 있는 걸 미리 하는 것이다. 수백억원이 들어오기 전에도 당신은 첫 고객사 10곳, 쌔끈한 웹사이트, 경쟁사 분석과 시장 규모 파악 등 수많은 일을 할 수 있다. 우리의 귀여운 인공지능(AI)과 당신의 쭈글쭈글한 뇌를 활용해서 공짜로 할 수 있는 것이 모래알만큼 많다.
둘째, 뒷조사는 기본이다
숫자로 둘러싸인 메시지가 준비됐다면 두번째로 중요한 것은 ‘전달 방식’이다. 자, 그럼 구체적으로 뭘하냐? 간단하다 ‘이상형 월드컵’. 이 펀드가 선호하는 섹터가 있는지, 비슷한 사업모델로 돈을 번 기억이 있는지, 대표나 운용역 중에 학연, 지연, 혈연, ‘미용실연’으로 걸리는 사람이 있는지. 내가 아는(믿는) 누군가가 미팅 전에 나한테 카톡 한 줄이라도 넣어 준다면 그 회사는 한 번 더 눈길이 간다. 투자자의 지인을 찾을 수 있는 실력이라면, 당연히 고객사 임원과 한 잔 할 수 있는 가능성도 더 높다. 인맥은 단순한 신뢰가 아니라 실력이다. 팁을 하나 더 주자면, 링크드인, 인스타그램, 카카오스토리, 페이스북, 리멤버, 유튜브, 틱톡, 네이버 기사, 검색 등 흔해빠진 소스에서 최신 정보를 만남 전에 미리 긁어라. ‘21세기 흙수저’가 인맥을 보강할 방법은 널리고 널렸다.
셋째, 한번 만난 투자자한테서 꼭 ‘뽕’을 뽑아라
뽕을 뽑으라는 게 바가지를 씌우라는 이야기가 아니다. 20년짜리 파트너를 찾는 마음으로 대하라는 소리다. 파트너십은 양보에서 시작된다. 이사회 자리 하나, 주간 회의 자료 한 장, 벨류에이션 몇 % 이렇게 먼저 내줘야 ‘쩐주’도 진짜로 걸고 들어온다. 현금이 안 돌 때, 경쟁사가 목을 조를 때, 그런 투자자가 밤에 전화를 받아준다. 여기서 제일 중요한 것이 첫 만남이다. 투자자의 마음속 냉정한 평가와 그 안에 숨겨진 비법을 꼭 끌어내라. 물티슈 한 팩, 걸그룹 사인이라도 한 장 건네면서 인간적인 터치를 남겨라. 말보다는 1장짜리 자료가, 자료보다는 사진이, 사진보다는 30초짜리 영상이 더 기억에 남는다. 이렇게 마음을 파고든 후 당신의 미션은 반드시 다음 만남을 잡는 것이다.
Don’ts - 투자자들이 도망가는 창업주
첫째, 세상에 없는 시장, 유일무이한 사업모델이란 없다
세상에 없는 새로운 사업 모델이란 곧 시장이 없다는 뜻이다. 시장규모(TAM) 100조원 따위 수치는 넘쳐난다. 하지만 당장 내일 지갑을 여는 고객이 없다면 몽상이다. 진짜 혁신가는 김밥천국처럼 흔하디흔한 시장, 이미 검증된 수요 속에서 빛난다. 경쟁사를 정하고 냉정하게 비교하라. 기업공개(IPO)를 할 때 좋건 싫건 비교대상 회사군에 당신의 회사를 쑤셔 넣는다. 비교당할 것인지, 할 것인지는 ‘선빵’을 날리는 사람 마음이다. 비교군이 있어야 당신이 뭘 잘하는지, 뭘 잘못하는지 알 수 있다.
둘째, 투자자한테 뭘 배우러 가지 마라
나도 가르치는 것보다 배우는 게 즐겁다. 새로운 기술, 뜨는 시장, 요즘 세대가 듣는 음악, 입는 브랜드, 쓰는 전자기기…뭐든 좋다. 스무 살 창업주 앞에서 무식한 질문을 던지는 것은 투자자의 권리다. 올해 필자가 가장 즐거웠던 만남도 모 AI 회사 헤드와 합석해 주접을 떨었던 5월 어느 날의 30분이었다. TAM, 경쟁사, 단위 경제성(unit economics) 같은 기초는 나를 만나기 전 끝냈어야 할 숙제다. 창업주는 숫자로 막힘없이 답하고, 동시에 나에게 내가 모르는 세계를 열어준다. 그런 만남은 실사가 아니라 발견이 된다. 그리고 그런 창업주의 연락처를 나는 소중히 저장한다.
셋째, 약점을 숨기지 마라…투자자는 반드시 찾아낸다
공동창업자와의 분쟁, 핵심 인력 이탈, 전 투자자와의 갈등, 특허 분쟁, 불용 재고자산 등… 아무리 꽁꽁 숨기고 싶은 비밀도 캐면 반드시 드러난다. 투자자를 절대 호구로 보지 마라. 참고로 필자는 땅도 파보고, 범죄 기록도 뒤져보고, 사생활 레퍼런스까지 다 뒤진다. 전 직장 동료, 전 투자자, 전 고객, 전 비서, 전 운전기사, 전 여자친구는 풍부한 비밀의 보고다. 덮지 말고 차라리 당당히 까라. “이런 사고가 터졌는데, 이렇게 극복하고 있습니다” 이 한마디가 신뢰를 만든다.
소중한 만남을 전략적으로 준비해라. 딱 20년 만날 인연을 찾는다는 기분으로 최선을 다하라. 현찰이 그대를 기다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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