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칼럼] 민주당에 숙제 던진 호남 반도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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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산칼럼] 민주당에 숙제 던진 호남 반도체

‘호남 반도체’ 투자는 민주당에 몇 가지 질문을 던진다. 원전 없이 반도체 공장을 돌릴 수 있는지, 댐 건설 없이 물 공급은 충분한지, 주 52시간 규제는 이대로 둬도 되는지.

반도체의 핵심은 전기와 물이다. 호남 반도체 공장에 필요한 전력만 6.3GW, 원전 4~5기 규모다. 정부는 호남의 한빛원전과 재생에너지로 감당 가능한 규모라고 하지만 반도체업계의 생각과는 거리가 있다. 삼성전자 부회장은 호남 반도체 투자를 발표하면서 “재생에너지의 간헐성을 보완할 원전 확대와 액화천연가스(LNG), 열병합 발전을 추진해달라”고 했다.

태양광과 풍력은 태생적으로 24시간 안정적 전력 공급이 어렵다. 에너지저장장치(ESS)로 보완해야 한다. 그만큼 기업 부담이 크다. 게다가 정부는 전국 각지에 AI 데이터센터를 짓기로 했다. 이 역시 안정적 전력 공급이 필수다. 원전과 LNG 발전이 필요한 이유다.

그런데 민주당은 과거 원전에 적대적이었다. 문재인 정부 때는 탈원전을 추진했다. 지금은 그 정도까진 아니지만 여전히 신규 원전 건설과 원전 수명 연장에 소극적이다. 화석 연료도 장기적으론 퇴출 대상으로 본다. 호남 반도체 공장에 전력이 안정적으로 공급될지 의문이 제기되는 이유다.

물 문제도 비슷하다. 호남은 2023년 가뭄 때 논밭이 갈라질 정도로 극심한 물 부족을 겪었다. 반도체 공장까지 들어서면 물 부족은 더 심해질 것이다. 4대강 활용과 댐 건설에 부정적이던 민주당 입장이 궁금해지는 까닭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호남에 반도체 공장 4개를 짓겠다고 한 날, 청와대 비서실장은 “이 정부 내에 완공하는 것을 목표로 도전하겠다”고 했다. 물론 현실은 그렇게 간단치 않다. 당장 삼성과 하이닉스부터 ‘투자 계획은 이해를 돕기 위해 제공하는 가이드라인으로, 향후 시장 상황 및 당사 경영 환경 변화에 따라 변동될 수 있다’는 공시를 냈다. 투자 규모와 일정은 불확실하다는 것이다. 지금이야 주문 대기조차 힘들 정도로 메모리 공급난이 심하니 기존 평택, 용인 외에 추가 부지를 검토하지만 시황이 바뀌면 어찌 될지 모른다. 미국 빅테크가 천문학적 AI 투자를 계속할지도 장담하기 어렵다.

게다가 중국 반도체가 무섭게 크고 있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창신메모리(CXMT)의 세계 D램 시장 점유율은 지난해 1분기 3%에서 올해 1분기 8%로 높아졌다. 낸드플래시 시장에선 양쯔메모리(YMTC)의 점유율이 같은 기간 8%에서 13%로 뛰었다. 아직 삼성, 하이닉스에 비할 정도는 아니지만 가볍게 볼 일도 아니다. 중국 메모리는 한국산보다 성능은 다소 떨어지지만 가격이 월등히 싸다. 가성비를 무기로 범용 제품 시장에서 입지를 넓히고 있다.

중국은 한국 반도체의 최대 구매자다. 중국 업체가 이 물량만 가져가도 삼성과 하이닉스는 타격이 불가피하다. 애플조차 중국 D램에 눈을 돌리고 있다. 고대역폭메모리(HBM) 같은 첨단 제품에선 중국이 아직 명함을 못 내밀지만 여기도 안전지대는 아니다. 중국은 TV, LCD, 2차전지 같은 산업에서도 처음엔 범용 제품으로 시장을 잠식하다가 결국엔 첨단 제품에서도 존재감을 드러내며 시장을 장악했다.

메모리는 ‘잔인한 비즈니스’라고 한다. 사이클 산업인 데다 돈을 벌어도 막대한 투자를 하지 않으면 버티기 어렵기 때문이다. 수십 년간 치열한 치킨게임에서 수많은 기업이 쓰러진 끝에 D램 시장에선 삼성, 하이닉스, 미국 마이크론만 살아남았다. 그런데 방대한 내수시장과 국가적 지원을 등에 업고 중국이 도전자로 등장한 것이다. 삼성과 하이닉스에 신규 팹 건설은 사활이 걸린 일이다.

그런 만큼 호남 반도체 공장도 정치보다 경제 논리를 따라야 한다. 청와대 정책실장이 “생산 혁명 시대에는 국가가 생각하는 스케일도 함께 커져야 한다”며 “팹을 짓자. 전력과 용수를 풀자”고 한 건 그런 점에서 시의적절하다. 에너지 담당 장관이 신규 원전 가능성을 열어둔 것도 바람직하다. 정부의 주 52시간 규제 완화 검토도 맞는 방향이다.

호남 반도체의 성공을 위해 민주당은 과거에 반대한 정책을 뒤집어야 할 상황이 됐다. ‘과거의 자신’과 싸우는 건 쉬운 일이 아니지만 집권당이라면 피해선 안 된다. 민주당의 건투를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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