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 3구와 함께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되는 용산은 부동산시장에서 상징성이 남다르다. 옛 용산정비창 부지인 용산국제업무지구(용산서울코어)는 면적 49만㎡, 총사업비 51조원에 달하는 도심 최대 개발사업이다. 서울에서 대규모 주택을 공급할 수 있는 마지막 금싸라기 땅으로 꼽히는 만큼 이곳에 들어설 주거시설은 서울 집값과 주택시장 안정의 바로미터가 될 가능성이 크다.
정부가 ‘1·29 부동산 대책’에서 용산을 핵심 공급 카드(1만 가구)로 제시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노원구 태릉CC(6800가구)와 과천 경마장 부지(9800가구) 개발과 함께 서울 도심에 신규 주택을 대거 공급해 시장 불안을 완화하겠다는 구상이다. 하지만 출발부터 난관에 부딪혔다. 서울시는 교육, 교통, 공원 등 기반시설을 감안할 때 적정 공급 규모가 8000가구라는 입장이다. 2000가구를 둘러싼 이견이 사업 전체를 흔드는 모양새다.
주택 공급 vs 도시 경쟁력
용산은 개발의 역사만큼이나 좌절의 역사도 길다. 일제강점기에 군용지로 사용됐고, 6·25전쟁으로 큰 피해를 입었다. 철도정비창으로 산업화 시대 물류의 중심 역할을 했지만, 시설 이전 뒤에는 도심 최대 유휴부지로 남았다. 2000년대 후반 ‘단군 이래 최대 개발사업’(사업비 31조원)으로 추진된 용산국제업무지구는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와 사업 구조의 한계, 출자사 간 갈등이 겹치며 끝내 무산됐다. 20여 년 만에 다시 추진되는 사업인 만큼 이번에는 반드시 성공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로서는 도심 내 주택 공급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공급 정책은 실제 입주 물량뿐 아니라 시장 심리를 안정시키는 효과가 크다. 서울 한복판에 대규모 공급이 예정대로 추진된다는 신호만으로 집값 상승 기대를 낮출 수 있다. 토지주인 코레일(지분 70%)도 사업 정상화로 20조원 넘는 부채를 줄일 수 있다.
서울시의 우려도 가볍게 볼 수 없다. 도시는 주택만 늘린다고 완성되지 않는다. 학교와 도로, 대중교통, 공원 등 생활 인프라가 함께 갖춰져야 지속 가능한 도시가 된다. 무리하게 공급 규모만 키웠다가 기반시설 부족이라는 또 다른 문제를 남길 수 있다. 정부가 공급 대책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서울시와 충분히 소통하지 않았다는 지적에도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중요한 건 속도와 타협
문제는 누구 말이 맞느냐가 아니다. 합의에 이르지 못한 채 시간을 허비하는 게 더 큰 손실이다. 용산 개발은 여러 차례 좌초와 지연을 겪었다. 이번에도 정부와 서울시가 줄다리기만 이어간다면 사업은 또다시 수년 늦어질 공산이 크다. 주택시장 안정도, 도심 경쟁력 강화도 그만큼 뒤로 밀릴 수밖에 없다.
정부와 서울시의 목표는 다르지 않다. 안정적인 주택 공급으로 시장을 안정시키고 서울의 미래 경쟁력을 높이자는 것이다. 그렇다면 필요한 것은 자존심 경쟁이 아니라 현실적인 절충이다. 공급 확대라는 정책 목표와 도시 수용 능력을 함께 고려하는 합리적인 접점을 서둘러 찾아야 한다. 일각에서는 제기되는 9000가구 절충안도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다.
용산은 더 이상 논쟁의 대상이 아니라 서울의 미래 성장동력이 돼야 한다. 마지막 금싸라기 땅이 또 한 번 시간 속에 묶여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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