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가 베트남에 푹 빠졌다. 인공지능 전환(AX) 사업의 글로벌 시장 진출 국가로 베트남을 지목하고 속도를 내고 있다. KT는 베트남의 국영 기업과 손을 잡고 AX 솔루션을 제공부터 데이터센터 설립까지 구상 중이다. 누가 먼저 베트남 AI 시장을 선점하느냐에 따라 동남아 진출의 성공이 좌우될 만큼 주요 국가로 부상하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KT는 최근 베트남 하노이 비엣텔 그룹과 AX 협력을 위한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지난 26일 체결된 이 업무협약은 비엣텔 그룹과 베트남 AI 시장에 공동 진출하는 것이 골자다. 이에 따라 양사는 AX 솔루션 제공, AI 데이터센터(AIDC) 설립 등의 사업을 함께 추진한다. 이번 협약으로 KT가 수주한 금액은 1300억원 수준이다.
KT가 베트남 시장에 주목한 이유는 안전성과 성장성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어서다. KT가 파트너십을 맺은 비엣텔 그룹은 베트남 국영 기업이다. 그만큼 베트남 정부의 사업 추진에 맞춰 안정적으로 사업을 육성할 수 있다. 실제로 베트남은 2022년 사이버보안법 시행을 계기로 정부가 주도적으로 AI 사업을 육성하는 중이다.
중위 연령이 낮은 젊은 시장이라는 점도 매력포인트다. AI라는 신기술 특성상 중위 연령이 낮을수록 기술 수용력이 높고 AI 인력도 폭넓게 확보할 수 있다. 베트남은 중위연령이 약 33세로 젊은 인구층 비중고 인구 규모도 1억명으로 세계 15위권이다. KT는 하노이에 위치한 글로벌개발센터(GDC)를 통해 현지의 우수한 AI 인력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예정이다.
베트남은 AI 시장 전망도 밝다. 시장조사업체 마켓데이터포캐스트 조사에 따르면 올해 동남아 AI 시장은 92억달러 규모를 기록했다. 2033년까지 연평균 증가율은 39.9%에 이른다.
KT는 현지 상황을 일찌감치 파악하고 2021년 베트남 시장 진출의 발판을 마련했다. 2021년 당시 베트남 정보통신기술 기업인 FPT그룹 계열사인 FPT 스마트클라우드와 업무협약을 맺어 기업용(B2B) 클라우드 시장에 진출한 것. 2022년엔 KT의 자사 AI 클라우드 기술을 기반으로 한 디지털 헬스케어 업무협약을 베트남 하노이의과대학과 체결했다.
비엣텔 그룹과의 파트너십은 그간의 노력이 결실을 맺은 것으로 평가된다. 특히 이번 협약의 핵심은 베트남에 데이터센터를 설립한다는 대목이다. 데이터센터는 AI 사업의 필수 인프라로 AI 시장을 선점하는 주요 요소 중 하나다.
응우옌찌중 베트남 부총리는 김영섭 KT 대표와의 회담에서 "AI, 저궤도 위성, 데이터센터 분야에서 한국과 베트남의 협력을 통해 차별화된 전략을 도출할 것"이라고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단 국가 주도형 데이터센터(NDC)는 아닐 가능성이 크다. KT 관계자는 "비엣텔 그룹이 국영 기업이지만 KT가 민간 회사이기 때문에 NDC가 아닌 기업 주도 데이터로 설립할 가능성이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AIDC와 그래픽처리장치(GPU) 팜을 짓기로 한 건 장소가 베트남이라는 것만 정해졌다"며 "규모에 대해서는 추가로 베트남 현지 상황에 맞춰 구축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박수빈 한경닷컴 기자 waterbe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