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래프톤이 최근 일본 광고·애니메이션 기업 ADK그룹을 7100억원에 인수하자 업계에선 그 배경을 궁금해하는 목소리가 쏟아졌다. 한국 대표 게임 기업인 크래프톤이 왜 70년 된 일본의 전통 광고 회사를 샀냐는 의문이었다. 장병규 크래프톤 이사회 의장은 21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일본 애니메이션산업의 경쟁력과 지식재산권(IP) 창출을 위한 중장기적 시너지를 고려했다”며 “일본 IP를 다른 국가로 확장하는 일도 크래프톤이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IP 창출 시너지 내겠다”
“일본의 오래된 전통 기업이 매물로 나왔을 때 한국 회사에까지 기회가 오는 경우가 흔치는 않죠. 그 기회를 잡았습니다.”
장 의장은 지난달 발표한 ADK그룹 인수 결정을 두고 이렇게 말했다. ADK는 300편 넘는 일본 애니메이션 제작위원회에 참여한 70년 역사의 기업이다. 이번 거래를 통해 크래프톤의 연결 계열사가 됐다. ADK의 작년 사업 거래액 규모는 3480억엔(약 3조2640억원)에 달했다.
장 의장은 “단기적으로 바로 시너지가 보이는 딜은 아니었다”고 했다. 그럼에도 1년 넘는 검토 끝에 750억엔(약 7100억원)을 베팅한 이유는 일본의 IP 창출 생태계에 들어갈 기회를 놓쳐선 안 된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그는 “일본 애니메이션 생태계는 전 세계 어떤 산업도 모방할 수 없는 경쟁력이 있다”며 “애니메이션 제작위원회에 다양한 파트너가 참여해 신규 IP를 탄생시키고 발전시키는데, 그 생태계에 일원으로 참여하겠다는 의미”라고 강조했다.
그는 확보한 IP를 다른 미디어로 확장·변주해 IP 수익성과 지속 가능성을 높이겠다는 전략을 강조했다. 장 의장은 “IP는 게임, 애니메이션, 영화 등 다양한 방식으로 변주돼야 수명이 늘어나는데 이걸 한 회사가 전부 하긴 어렵다”며 “게임화하기 쉬운 애니메이션 IP를 발굴하거나 ADK가 보유한 IP를 게임으로 제작하는 방식부터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크래프톤이 다양한 국가에 진출해 있는 만큼 일본 IP를 수출할 수도 있다는 게 장 의장의 설명이다. 그는 “일본 애니메이션업계엔 글로벌 진출 수요가 많다”며 “경쟁력 있는 일본 IP를 다른 국가로 가지고 가는 방향까지 그림을 그리고 있다”고 말했다.
◇일본 사업 디딤돌 될까
크래프톤은 그간 인도 중국 등 다양한 국가에서 매출을 올렸지만 일본에서의 성과는 상대적으로 미미했다. 장 의장은 ADK가 크래프톤의 일본 게임시장 영향력을 확대하는 발판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한 국가에 지속 가능한 사업 기반이 있다는 건 단순한 사업 시너지 이상의 의미가 있다”며 “ADK가 일본 시장에서 크래프톤의 버팀목이 될 것”이라고 했다. ADK를 디딤돌로 일본 게임시장을 공략하는 전략이다. 크래프톤은 최근 일본법인을 새롭게 출범시켰다.
장 의장의 판단엔 인도 시장에서의 성공 경험이 반영됐다. 그는 “인도 국민 게임이 된 BGMI(배틀그라운드 모바일 인디아) 기반이 현지 사업 확대에 큰 힘이 됐다”고 설명했다. 인도는 장 의장이 2018년부터 공들여온 국가다. 그는 “BGMI는 인도에서 단순히 게임을 넘어 일종의 플랫폼 역할을 한다”며 “BGMI 브랜드를 활용해 게임 이외에 다른 사업으로 발전시킬 방안도 고민 중”이라고 했다. 장 의장은 인도 친환경 기업 인수를 검토하기도 했다.
그는 한국 게임사들이 ‘글로벌’이라는 키워드에 더 집중해야 한다고 했다. 장 의장은 “한국 시장만 봐서는 한계가 있다”며 “크래프톤이 기업에 투자하거나 인수할 때 보는 기준도 ‘이 딜이 글로벌이냐’는 것”이라고 했다. 새롭게 관심을 두고 있는 시장으로는 브라질을 꼽았다. 그는 “작년과 올해 브라질을 방문해 시장을 파악했다”며 “경제 규모가 크고 중산층도 탄탄해 좋은 기회를 들여다보고 있다”고 말했다.
고은이 기자 kok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