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이 우주개발 주도…'뉴스페이스 시대' 열린다

1 month ago 16

지난 16일 전남 고흥군 나로우주센터에서 누리호가 최종 점검을 위해 기립하고 있다. /우주항공청 제공

지난 16일 전남 고흥군 나로우주센터에서 누리호가 최종 점검을 위해 기립하고 있다. /우주항공청 제공

지난 16일 전남 고흥 나로우주센터. 전날까지만 해도 폭우가 쏟아져 발사체 점검은 물 건너가는 듯 보였다. 하지만 아침이 밝자 먹구름이 갈라지고 파란 하늘이 열렸다. 발사 전 최종점검인 추진제 충전·배출 사전시험(WDR)을 앞둔 16일 발사대에 곧게 솟은 누리호가 현장을 압도했다.

누리호는 2021년과 2022년 두 차례 발사를 통해 기술적 가능성을 증명했고 2023년 5월 3차 발사에서는 위성을 직접 궤도에 올리며 독자 발사 능력을 입증했다. 그로부터 2년6개월 만에 맞는 이번 4차 발사의 의미는 단순한 기술 검증을 넘어선다는 평가다. 발사체 제작 전 과정을 민간 기업이 주도하는 첫 사례여서다.

3차 발사까지만 해도 한화는 일부 공정에 제한적으로 참여했지만 이번에는 구성품 참여 업체 관리부터 단·전기체 조립까지 전 과정을 책임졌다. 국산 부품 비율은 94.1%에 달한다. 압력센서 등 일부 부품을 제외하면 모두 국내 업체에서 수급했다. 37만여 개로 이뤄진 누리호 1기에는 약 300개 업체의 노고가 담겨 있다. 본격적인 민간 우주개발 시대 ‘뉴 스페이스’의 개막을 알리는 전환점이다.

이번 발사의 또 다른 차별점은 탑재 능력이다. 3차 발사 때 500㎏급 위성을 실었는데 이번에는 1050㎏ 규모로 두 배 이상으로 늘렸다. 박종찬 한국항공우주연구원 고도화사업단장은 “최대 2t 이상 실을 수 있는 수준”이라며 “1, 2차 발사 때 더미 위성을 통해 1500㎏까지 탑재 능력을 입증했다”고 말했다.

WDR 시험은 극저온 환경에서 발사체 구성품과 시스템이 정상 작동하는지 확인하는 작업이다. 박 단장은 “1차 발사 때만 시행됐고 2, 3차 발사에서는 생략됐지만 이번에는 민간이 처음 주도하는 발사라는 점에서 돌다리를 두드리는 심정으로 재개했다”고 설명했다. 이날 조립동에서 발사대로 옮겨진 누리호는 산화제 충전과 압력 테스트, 각종 제반 시스템 점검을 마쳤다. 이상이 없으면 다음날 다시 조립동으로 이송된다.

발사관리위원회는 이날 WDR 결과를 반영해 오는 26일 최종 발사 일정을 확정한다. 예정 시간은 밤 12시54분~오전 1시14분이다. 누리호는 발사 후 고도 600㎞ 태양동기궤도까지 올라가 주탑재위성 1기와 큐브위성들을 순차적으로 분리하는 것이 목표다.

고흥=이영애 기자 0a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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