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묻지도 따지지도 않더니"…'비만약 성지' 갔다가 경악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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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라이릴리 비만치료제 마운자로의 고용량 제품(7.5㎎)이 판매 첫날부터 품귀 현상을 빚었다. 일부 병·의원에서는 체질량지수(BMI) 측정이나 만성질환 확인 없이 불과 1분 만에 처방이 이뤄졌다. 저용량 단계를 거치지 않고 고용량 제품부터 처방하는 사례도 확인됐다. 전문가들은 “공식 권장 지침을 무시하고 고용량을 처방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묻지도 따지지도 않더니"…'비만약 성지' 갔다가 경악한 이유

24일 오전 11시30분 이른바 ‘비만약 성지’로 불리는 서울 종로 약국 거리 인근 병원에서 만난 대학생 김수영 씨(27)는 “완전 공장식으로 처방이 이뤄졌다”며 “의사가 구체적으로 질환 여부 등을 묻지 않았다”고 말했다. 김씨는 접수처에 비치된 태블릿PC에서 ‘마운자로’와 ‘7.5㎎’을 선택한 뒤 진료실로 들어갔다. 그는 키와 몸무게만 말했을 뿐 추가 검사와 질환 확인 없이 순식간에 처방받고 약국으로 이동했다.

공식 권장 투여 지침과 달리 저용량 단계를 거치지 않고 중간 또는 고용량 제품 처방도 가능했다. 이날 인근 병원 세 곳에 “효과가 빠른 고용량 제품부터 사용하고 싶다”고 문의하자 병원 관계자들은 “가능하다. 원장과 상담을 받아보라”고 답했다.

종로 약국가 약사들은 저용량 품귀와 의사 재량 처방이 맞물린 결과라고 말했다. 익명을 요청한 약사 A씨는 “재고 사정에 따라 의사들이 용량을 결정하기도 한다”고 전했다.

비급여 의약품 특성상 정확한 처방 실태 파악이 어렵다는 점에서 비만치료제는 관리·감독 사각지대에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같은 비만 치료제인 위고비는 임신부(194건)와 만 12세 미만 어린이(69건)에게 처방된 사례도 보고됐다. 마운자로는 최근 출시돼 통계조차 없다.

이날 주요 병원과 약국에서는 제품이 순식간에 동이 났다. 종로 약국가 약사 B씨는 “두 시간 만에 7.5㎎ 제품은 두 개만 남았다”며 “점심시간이 지나면 모두 소진될 것”이라고 말했다.

비만약 수요가 급증하는 만큼 의료 현장에 관리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용호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내분비내과 교수는 “급성 췌장염 병력 등이 있는 환자는 부작용 위험이 더 커서 문진 없이 처방하면 매우 위험하다”고 했다. 이어 “고용량 비만치료제의 위험도는 개인별 민감도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중요한 것은 용량을 천천히 올리는 것”이라며 “마운자로에는 위억제펩타이드(GIP)라는 추가 기전이 있어 위고비 경험자라도 중간 이하 용량부터 시작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이민형 기자 mean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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