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지혁의 슬기로운 문학생활] [40] 우리가 밟고 지나온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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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선한 바람이 불어오기 시작하면 떠오르는 소설이 있다. 일본의 소설가 엔도 슈사쿠의 ‘침묵’이다.

소설은 17세기 일본 에도 막부의 가혹한 기독교 박해 시대를 배경으로, 배교(背敎)했다는 소문이 퍼진 스승 페레이라 신부를 찾기 위해 일본에 잠입한 포르투갈 예수회 신부 로드리고의 여정을 그린다. 그는 극심한 고문과 탄압 속에서도 꿋꿋하게 신앙을 지키는 일본 신자들을 만나지만 결국 배신당해 체포되고, 마침내 참혹하게 고통받는 신자들을 구하기 위해 예수의 얼굴이 새겨진 성화를 밟는 ‘후미에’를 해야만 하는 극단적 선택 앞에 선다. 밟지 않으면 그는 신앙을 지킬 수 있다. 하지만 저들은 죽을 것이다. ‘후미에’를 하면? 저들을 살릴 수는 있겠지만, 자신은 배교자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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