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물상] 디지털 멱살잡이

1 month ago 14

스마트폰을 넘기다 손가락이 스쳤을 뿐인데 쇼핑 앱이 번쩍 열린다. 분명 ‘닫기’를 눌렀는데 엉뚱한 광고 페이지로 강제 이동된다. 이런 황당한 경험을 안 당해 본 사람이 드물다. 누군가 스마트폰 안에서 보이지 않는 손으로 내 멱살을 잡은 듯 이리저리 끌고 다닌다 해서 ‘디지털 멱살잡이’ ‘납치 광고’라 부른다. 이 교묘한 기술은 100년에 걸쳐 진화해 온 상술의 결정판이다.

▶시작은 1920년대 미국의 한 광고 전문가의 아이디어였다. ‘이달의 책 클럽’은 가입만 하면 신간을 거의 공짜로 보내줬다. 매달 ‘추천 도서 소식지’도 함께 발송했는데, ‘거부 엽서’를 보내지 않으면 추천 도서를 보내고 돈을 받았다. 소비자의 관성과 건망증을 파고든 ‘네거티브 옵션’의 탄생이다. 오늘날 ‘무료 체험 후 자동 결제’의 할아버지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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