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격 수술이 가능한 국산 수술로봇이 등장할 전망이다. 다관절 복강경 수술 기구를 만드는 리브스메드가 원천기술을 기반으로 수술로봇 시장에 뛰어들면서다.
리브스메드는 미국 캘리포니아~시카고 간 3000㎞ 초장거리 원격 로봇 수술 시연(사진)을 성공적으로 완료했다고 7일 발표했다. 시연에 사용된 수술로봇은 리브스메드가 개발 중인 차세대 수술로봇 ‘스타크’다. 스타크는 아직 임상 전인 수술로봇으로 이번 원격 수술은 동물 수술로 진행됐다. 캘리포니아의 시티오브호프종합암센터 교수 세 명이 참여해 실시간으로 담낭 절제술, 위 절제술 등 다양한 복강경 수술을 원격으로 수행했다.
이번 원격 수술은 미국의 원격 의료 시스템 전문기업 소바토와 함께했다. 소바토는 2022년 설립된 원격 의료 시스템 기업이다. 최근 원격 로봇 수술을 위한 통합 플랫폼을 개발하고 있다. 소바토 플랫폼은 원격 수술에 필요한 인력, 시스템, 도구, 데이터를 종합 연결하는 솔루션을 제공한다. 율룬 왕 소바토 회장은 1990년 미국에서 컴퓨터모션을 설립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컴퓨터모션은 1994년 복강경 카메라 보조 로봇 ‘에이솝’을 개발해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았다. 컴퓨터모션은 이후 글로벌 1위 복강경 수술로봇 업체 인튜이티브서지컬에 인수됐다.
리브스메드가 왕 회장의 협력 파트너로 선택된 것은 세계에서 유일하게 ‘360도 다관절 기술’을 보유했기 때문이다. 경쟁사 제품은 로봇팔 끝에 달려 있는 수술 기구(엔드툴)가 각 방향으로 최대 60도까지만 젖혀진다. 이때 수술 기구가 닿을 수 없는 사각지대가 생긴다. 반면 리브스메드의 수술 기구는 모든 방향으로 90도까지 돌아가 더욱 원활한 수술이 가능하다.
왕 회장은 “원격 로봇 수술은 외과 의료의 접근성과 효율성을 혁명적으로 바꿀 것”이라고 내다봤다.
리브스메드는 오는 15~17일 프랑스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규모 로봇수술학회 ‘SRS’에서 이번 협업 성과를 소개한다. 내년 국내 인허가를 마무리하고 2027년 FDA 승인에 도전할 계획이다.
이정주 리브스메드 대표는 “소바토, 세계적인 의료진 등과의 협업을 통해 원격 로봇 수술의 새로운 표준을 제시했다”며 “이번 성과를 바탕으로 글로벌 수술로봇 시장과 외과 수술 기구 시장에서 게임체인저로 부상하겠다”고 말했다.
오현아 기자 5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