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색약 '세븐에이트' 지사제 '정로환' 등으로 유명한 동성제약이 경영권 분쟁과 잇따른 부도로 경영 위기에 빠졌다.
동성제약은 만기 도래한 어음 1억5522만원의 결제 미이행으로 법적 지급제한 사유에 따라 부도 처리됐다고 7일 공시했다. 앞서 2일에도 동성제약은 12억6662만2155원이 결제되지 않아 부도 처리됐다고 밝혔다. 5월 이후 두 달 만에 11번의 부도가 발생하면서 누적 금액은 약 42억원에 달한다.
동성제약은 2018~2022년 5년 연속 적자가 이어지는 등 회사 실적이 악화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지난해 10월 오너 2세였던 이양구 회장이 대표직을 조카인 나원균 부사장에게 넘기면서 경영권 승계가 시작됐다. 이후 올해 2월 나 대표는 이 회장이 보유 중인 동성제약 주식 약 70만주를 장외 매수하면서 경영권 승계가 원활히 이뤄지는 듯했다.
다만 4월 상황이 급변했다.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것으로 여겨졌던 이 회장이 돌연 동성제약 지분 전량(14.12%)을 마케팅 전문기업 브랜드리팩터링에 매각하면서, 브랜드리팩터링이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경영권을 둘러싼 갈등은 법적 분쟁으로까지 번졌다. 지난달 24일 고찬태 동성제약 상근 감사는 나 대표와 등기임원 2명 등 경영진 3명을 횡령 및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서울 도봉경찰서에 고발했다. 이에 동성제약은 6월 25일 총 177억 원 규모의 횡령 혐의가 발생했다고 공시했다. 이는 자기자본 대비 30.6%에 달하는 규모다.
지난달 23일에는 서울회생법원이 동성제약의 회생절차(법정관리)를 개시하기로 결정했다. 주요 경영에 대한 결정을 내릴 공동관리인으로는 나 대표와 제3자인 김인수 씨가 선임됐다. 이들은 기업의 재산, 부채, 경영상황 등에 대한 조사 결과를 보고서로 제출해야 한다. 이후 법원이 '청산가치'와 '계속기업가치'를 기준으로 기업의 회생 가능성을 평가하게 된다.
업계 관계자는 "2~3개월이 걸리는 절차"라며 "계속기업가치가 높으면 인수합병(M&A)을 추진해 새 주인을 맞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영애 기자 0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