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다 이루어질지니' 호불호에도⋯김우빈x수지에 웃고 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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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영 기자 입력 2025.10.05 10:32

김은숙 작가 신작, 넷플릭스 시리즈 '다 이루어질지니' 10월 3일 공개
사탄 김우빈x사이코패스 수지, 가슴 절절한 천년의 사랑

[조이뉴스24 박진영 기자] "내가 사랑한, 존경한 유일한 인간. 나의 주인." 흙으로 빚어진 인간에게 절대 고개를 숙일 수 없다며 지옥을 선택한 사탄. 그리고 감정이 결여된 사이코패스 여인. 그들이 사랑을 한다. 그것도 아주 사무치게. 그래서 기쁘고, 또 슬프다. 김우빈과 수지가 '다 이루어질지니'를 통해 천년의 사랑을 완성했다. 연출, 스토리 구성에서 아쉬움이 많이 남지만, 그럼에도 김우빈과 수지의 열연에 웃고 울 수밖에 없는 '다 이루어질지니'다.

지난 3일 전 세계에 공개된 넷플릭스 시리즈 '다 이루어질지니'는 천여 년 만에 깨어난 경력 단절 램프의 정령 지니(김우빈 분)가 감정 결여 인간 가영(수지 분)을 만나 세 가지 소원을 두고 벌이는 스트레스 제로, 판타지 로맨틱 코미디다. 김은숙 작가의 신작으로, 김우빈과 수지, 안은진, 노상현, 고규필, 이주영 등이 출연했다. 여기에 송혜교, 다니엘 헤니 등이 특별출연해 재미를 더했다.

배우 김우빈, 수지가 넷플릭스 시리즈 '다 이루어질지니'에서 열연하고 있다. [사진=넷플릭스]배우 김우빈, 수지가 넷플릭스 시리즈 '다 이루어질지니'에서 열연하고 있다. [사진=넷플릭스]
배우 김우빈, 수지가 넷플릭스 시리즈 '다 이루어질지니'에서 열연하고 있다. [사진=넷플릭스]배우 김우빈, 수지가 넷플릭스 시리즈 '다 이루어질지니'에서 열연하고 있다. [사진=넷플릭스]

사막을 거닐던 가영은 '사람 묻기에 참 좋은 모래 무덤'이라고 생각하던 중 돌부리에 걸려 넘어진다. 자세히 보니 돌이 아닌 웬 고대 유물같이 생긴 램프다. 이를 건드리자 거대한 모래바람이 일어나며 자신을 사탄이라고 소개하는 램프의 정령 지니가 등장한다. 감정을 느끼지 못하는 가영은 이 비현실적인 상황 앞에서도 무표정이고, 세 가지 소원을 들어주겠다는 달콤한 유혹에도 무반응이다. 983년 만에 램프에서 탈출한 지니는 반드시 세 가지 소원으로 인간을 타락시키리라 다짐하고 가영과 목숨 건 내기를 한다. 그렇게 지니는 이상하고 아름다운 새 주인 가영을 따라 대한민국 청풍마을에 도착하고, 끈질기게 따라붙은 덕에 마침내 가영의 첫 소원을 듣게 된다. 그 소원을 시작으로 지니와 가영은 서로의 생사여탈권을 쥔 채 오묘한 관계에 접어든다.

'다 이루어질지니'는 명실상부 넷플릭스의 2025년 하반기 최고 기대작으로 손꼽혀 왔다. '더 글로리' 시리즈로 대박을 친 김은숙 작가의 신작일 뿐만 아니라 김우빈과 수지가 KBS 드라마 '함부로 애틋하게' 이후 9년만 재회한 작품이기 때문. 특히 김우빈은 '신사의 품격', '상속자들'에 이어 김은숙 작가와 세 번째 만남이라 더욱 큰 관심을 모았다.

캐릭터 설정은 굉장히 흥미롭다. 천년 만에 깨어난 지니와 사이코패스 인간이 만나 사랑을 한다니, '로코 장인' 김은숙 작가답다. 사이코패스지만 할머니를 비롯해 온 동네 사람들의 사랑과 보살핌으로 커서 누구보다 법질서를 잘 지키고 사는 가영이다. 그런 가영 앞에 느닷없이 나타나 세 가지 소원을 빌라고 하는 지니. 그것도 나쁜 지니, 사탄이다. 딱히 소원에 연연하지도, 삶에 대한 애착이 크지도 않은 가영은 이런 지니를 무시하다가 결국 길에서 마주친 5명의 소원을 놓고 목숨 건 내기를 하게 된다.

배우 김우빈, 수지가 넷플릭스 시리즈 '다 이루어질지니'에서 열연하고 있다. [사진=넷플릭스]배우 김우빈, 수지가 넷플릭스 시리즈 '다 이루어질지니'에서 열연하고 있다. [사진=넷플릭스]
배우 김우빈, 수지가 넷플릭스 시리즈 '다 이루어질지니'에서 열연하고 있다. [사진=넷플릭스]배우 수지가 넷플릭스 시리즈 '다 이루어질지니'에서 열연하고 있다. [사진=넷플릭스]

그 과정에서 김은숙 작가의 말맛 대사와 티격태격 싸우는 두 사람의 케미가 웃음을 자아낸다. 물론 늘 가영을 불편하게 만드는 지니가 귀에 피가 날 정도로 욕을 듣고, 이마가 움푹 패이고 팔이 꺾일 정도로 얻어맞지만. 김은숙 작가의 셀프디스를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파리의 연인', '더 글로리', '상속자들'을 패러디하며 "작가 미친 거 아냐?"라고 하거나 '상속자들'의 명대사인 "사탄들의 학교에 루시퍼의 등장"도 등장한다. 그야말로 김은숙 작가니까 가능한 장면들이 웃음 요소로 활약한다.

물론 문제점도 꽤 많다. 김은숙 작가의 대사의 맛을 제대로 살리려면 연출이 굉장히 중요한데, '다 이루어질지니'의 초반 연출은 그 역할을 잘 해내지 못해 그냥 말장난으로 흘려버리게 된다. '다 이루어질지니'는 당초 이병헌 감독이 메인 연출을 맡았지만 촬영 도중 하차했고, 안길호 감독이 투입됐다. 명확하게 연출자를 내세우기 어려운 탓에 '다 이루어질지니' 크레딧엔 연출자의 이름이 없다. 하지만 두 사람의 연출 방식이 굉장히 다르기 때문에 중간중간 분위기와 색채가 나뉘는 것을 어느 정도 캐치할 수 있다. 이는 곧 호불호로 갈리며 작품의 약점이 되고 말았다.

서사 역시 아쉬움이 있다. 지니와 가영이 과거부터 현재까지 차곡차곡 쌓아온 감정선은 그 자체로 설레고 아름답다. 특히 두 사람이 잊었던 기억 속 이별 이야기는 가슴 시리게 아프고 슬프다. 그래서 이들이 현재에 이렇게 만나 사랑할 수밖에 없구나,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하지만 그 외 곁가지가 너무 많다. '하나를 얻게 되면 하나를 잃는다'라는 명제와 불멸을 향한 욕망이 불러온 비극을 보여주는 건 어느 정도 이해하나, 과하다는 인상을 지울 수가 없다.

배우 김우빈, 수지가 넷플릭스 시리즈 '다 이루어질지니'에서 열연하고 있다. [사진=넷플릭스]배우 수지가 넷플릭스 시리즈 '다 이루어질지니'에서 열연하고 있다. [사진=넷플릭스]
배우 김우빈, 수지가 넷플릭스 시리즈 '다 이루어질지니'에서 열연하고 있다. [사진=넷플릭스]배우 김우빈, 수지가 넷플릭스 시리즈 '다 이루어질지니'에서 열연하고 있다. [사진=넷플릭스]

소원을 향한 인간의 끝없는 욕심을 보여주는 방식은 재미있다. 세 가지 소원을 한 번에 다 보여주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궁금증을 유발하는 동시에 상상하게 되는 계기를 선사한다. 그리고 결국 마지막 소원을 통해 사건을 지혜롭게 해결하는 동시에 인간성을 회복하는 기회를 준다는 것도 인상적이다. 유치함 때문에 초반 하차했다는 반응이 적지 않은데, 끝까지 봐야지만 알 수 있는 깊은 감정이 있다. 마지막까지 손녀를 보듬어 안았던 할머니의 사랑, 연인과 헤어지더라도 수요일 룰을 지키며 함께 해준 친구의 사랑, 지옥에 떨어지는 한이 있더라도 목숨 다해 사랑하는 사람을 지키는 연인의 사랑. 그리고 끝까지 남을 위해 소원을 비는, 의로운 사람의 사랑까지, '다 이루어질지니'가 그려내는 사랑의 깊이가 얼마나 거대한지 가늠이 안 될 정도다. 그래서 김우빈의 목소리로 듣는 정호승 시인의 '슬픔이 기쁨에게'가 더 슬프게 마음을 치고 지나간다.

김우빈은 이번 '다 이루어질지니'를 통해 자신의 장기를 모두 발휘한다. 좀 진부한 표현이지만, '김우빈 매력 종합선물세트'다. 오글거리는 지니의 주문부터 현대에 적응하며 살아가는 과정에서 드러나는 허당미, 폭력적인 가영 앞에서의 쭈글미 등 세상 가장 귀엽고 사랑스러운 지니를 완성해냈다. 허세마저 웃기다. '파리의 연인' 한기주, '더 글로리' 문동은으로 변신해 기가 막힌 패러디 능력을 보여준 김우빈은 '상속자들' 최영도 교복을 입고 등장해 큰 재미를 안겨준다. 김은숙 작가가 김우빈을 얼마나 신뢰하고 애정하는지를 알 수 있게 하는 대목. 후반 휘몰아치는 감정 연기는 더욱 놀랍다. 사랑하는 사람을 눈앞에서 잃고 쏟아내는 절규, 가영과의 이별 앞에서 두 눈이 벌게진 채로 슬픔을 삼키는 모습 등을 보고 있자니 같이 눈물이 쏟아진다. 이렇게 연기 잘하는 배우였구나, 새삼 놀라게 된다.

수지 역시 한 뼘 더 자란 연기력으로 가영의 매력을 극대화한다. 감정이 결여된 인물이기 때문에 연기하기 굉장히 까다롭고 쉽지 않았을텐데도, 수지는 단단하게 극을 이끌며 김우빈과 환상적인 호흡을 완성했다. 사랑하는 사람을 잃고 버석하게 말라버린 가영은 극 마지막에 극한의 상황을 맞이한다. 사막을 기며 온몸으로 오열하는 수지는 금방이라도 쓰러져 바스러질 것 같다. 지금껏 본 적 없는 수지의 놀라운 열연에 자연스레 박수를 보내게 된다.

배우 김우빈, 수지가 넷플릭스 시리즈 '다 이루어질지니'에서 열연하고 있다. [사진=넷플릭스]배우 안은진, 이주영, 노상현, 고규필이 넷플릭스 시리즈 '다 이루어질지니'에서 열연하고 있다. [사진=넷플릭스]

안은진, 노상현, 이주영을 비롯해 마을 사람들, 소원자들을 연기한 배우들의 연기도 돋보인다. 지니의 신수 세이드 역을 맡은 고규필은 등장할 때마다 강렬한 존재감을 발산하며 웃음 버튼 역할을 톡톡히 해낸다. 두바이 현지 촬영으로 담아낸 아름다운 랜드마크와 사막 풍경은 눈을 황홀하게 하고, 화려한 CG 등 판타지 장르의 쾌감 역시 좋다. 반면 흐름과 몰입을 깨는 BGM은 아쉽다.

10월 3일 넷플릭스 공개. 총 13부작.

/박진영 기자(neat24@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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