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스타링크와 유럽 유텔샛원웹 등 저궤도 위성통신 서비스가 이르면 다음달 한국에서 정식으로 서비스를 시작한다. 해양, 산간벽지 등 유선망이 닿지 않는 지역에서 주로 활용되는 저궤도 위성통신은 최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서 군사 작전의 필수 인프라로 자리매김했다. 도심항공교통(UAM), 자율주행차 등을 위한 6세대(6G) 이동통신의 핵심 기술이기도 하다.
◇선박·항공 등 서비스 출시 전망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저궤도 위성통신 서비스의 국경 간 공급에 관한 협정 세 건을 승인했다고 30일 발표했다. 스타링크코리아와 스페이스X가 맺은 협정과 한화시스템, KT샛이 원웹과 각각 체결한 협정까지 총 세 건이다. 스페이스X는 한국에 스타링크코리아를 설립해 국내 기간통신사업자로 등록한 뒤 서로 협정을 맺었다. 업계에선 다음달 서비스가 출시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스타링크는 통신 사각지대가 없다는 강점을 앞세워 인터넷 사용이 원활하지 않은 선박, 항공에서 시장 기회를 찾을 전망이다.
정지궤도(3만6000㎞)에서 운행하는 일반 통신위성은 지상국과 신호를 주고받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린다. 이 때문에 저궤도(1500㎞ 이하) 통신위성이 각광받는 추세다. 궤도를 낮추면 거리가 줄어들어 속도가 빨라진다. 저궤도 위성의 단점은 전파 도달 영역이 고궤도보다 좁다는 것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전 지구를 커버할 정도로 위성을 많이 올려야 한다. 이 분야에서 가장 앞선 곳은 스타링크다. 위성 추적 웹사이트 ‘오비팅 나우’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기준 스타링크는 7100대 넘는 저궤도 위성을 쏘아 올렸다. 스타링크는 100여 개 국가에서 400만 명이 이용하고 있고, 지난해 9조원의 매출을 올린 것으로 추산된다.
◇저궤도 위성 경쟁 치열
해외에선 스타링크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급부상하자 새로운 포식자가 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2022년 2월 24일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는 지상 기지국 등 통신 인프라부터 파괴해 우크라이나군의 통신을 마비시켰다. 우크라이나는 일론 머스크 스페이스X 최고경영자(CEO)에게 스타링크 지원을 요청했고, 48시간 만에 통신 서비스가 제공됐다.
머스크 CEO가 지원한 스타링크 수신기는 4만 개 이상으로 우크라이나군의 작전에 핵심 역할을 했다. 미국은 스타링크와 함께 군사·안보 목적 저궤도 위성망 ‘스타실드’를 구축해 정찰 및 정보 수집 등에 활용할 것으로 알려졌다. 스타링크는 미국의 통상전략과도 연계돼 영향력이 넓어지고 있다. 워싱턴포스트는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가 여러 국가와 관세 협상을 벌이는 과정에서 미국 위성 인터넷 기업의 진출을 위한 규제 철폐를 압박했다고 보도했다. 베트남과 인도 등이 통상 압박을 받았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최근 미 상무부가 전임 조 바이든 행정부에서 미 전역 인터넷 인프라를 확대하기 위해 개발한 425억달러 규모의 ‘BEAD(광대역 형평성·접근성 및 분포) 프로그램’ 개편을 검토 중이라고 보도했다. 개편의 핵심은 보조금 지급 규정 완화로 ‘스타링크 밀어주기’ 법안으로 불린다.
각국도 저궤도 위성 인프라 구축에 뛰어들었다. 중국은 지난해 말 중국판 스타링크로 불리는 ‘궈왕’ 프로젝트를 위한 첫 번째 위성그룹 발사에 성공했다. 2035년까지 1만3000개 위성을 발사하는 게 목표다. 유럽연합(EU)은 290여 개 위성으로 구성된 다중 궤도 위성통신망을 자체 구축하기 위한 ‘아이리스2’ 프로젝트에 15조원 이상을 투자하기로 했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스타링크가 통상 압박용 카드로 활용되고 있는 터라 시장 개방과 국가 통신 주권이라는 두 가지 가치를 동시에 지키는 전략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이승우/강경주 기자 lees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