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방시혁의 분노와 자본시장 미스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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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방시혁의 분노와 자본시장 미스터리

방시혁 하이브 의장은 불만이 엄청 많은 사람이다. 납득할 수 없는 현실, 불행하게 하는 상황과 싸우고, 화를 내고, 분노한다. 외면하고 안주하고 타협하는 것은 그가 살아가는 방식이 아니다. 태생적으로 그렇다. 방탄소년단(BTS)을 키우고 K팝 역사를 새로 쓴 원동력은 다름 아닌 분노였다. 2019년 모교인 서울대 졸업식에서 방 의장은 후배들에게 그만의 성공 비결을 그렇게 소개했다.

분명 자본시장에도 분노했을 것이다. 모진 고생 끝에 기업공개(IPO)를 하려는데 온갖 규제가 득실댄다. 무엇보다 돈을 만질 수가 없다. 상장해도 보호예수에 묶여 주식을 팔 수 없다. IPO 문턱을 넘은 창업자 모두 공감하는 얘기다. 지분 가치가 조 단위라고 해도 사이버 머니와 다름없다고들 한다. 방 의장은 이런 현실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2020년 하이브 상장을 앞두고 사모펀드(PEF)들과 비밀 계약을 맺은 배경이다.

교묘한 계약과 대담한 기획

방 의장과 PEF가 맺은 주주 간 계약은 간단하면서 교묘하다. 하이브 주식을 가진 PEF들이 상장 후 그 주식을 팔면 차익의 30%를 방 의장이 받는다는 게 핵심이다. 목적은 분명하다. 돈을 벌기 위해서다. 방 의장은 4000억원을 손에 쥐었고, 이스톤PE의 관련 키맨(핵심 운용역) 세 명도 2000억원을 벌었다. 5년 전 하이브 상장 당시 아무도 몰랐던 일이다.

작년 11월 이들의 비밀을 취재하게 된 건 뒤늦게 호기심이 발동하면서다. 방 의장 덕에 돈벼락을 맞았다는 키맨의 존재를 인지하면서 당시 하이브 상장을 재구성하기 시작했다. 방 의장이 비밀 계약의 중심이자 가장 큰돈을 벌었다는 점이 확인되자 순식간에 퍼즐이 맞춰졌다.

본지 취재팀의 보도 내용은 금융감독원과 경찰 조사에서 그대로 확인됐다. 방 의장은 대담했다. 하이브가 IPO 준비를 진행하고 있었음에도 마치 상장이 지연될 것처럼 기존 주주들을 속여 지인들이 조성한 기획 PEF에 주식을 매각하게 했다는 혐의를 받는다. 지난주 증권선물위원회는 방 의장과 관계자들을 자본시장법상 사기적 부정거래행위 금지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 조치했다.

최고의 전문가들은 왜 침묵했나

이번 부정거래 혐의의 본질은 하이브 기존 주주를 속였다는 게 아니다. 대주주와 연관된 비밀 계약이 상장 과정에서 철저하게 은폐됐다는 점이다. 보호예수 규제를 비껴간 PEF들은 하이브 상장 첫날부터 나흘 동안에만 지분 4.99%를 시장에서 팔아 4258억원을 챙겼다. 상장 첫날 상한가인 35만1000원으로 직행했던 주가가 1주일여 만에 15만원대로 수직 낙하했다. 그 피해를 누가 봤을지는 말할 필요도 없다.

하이브 상장 과정에서 비밀 계약의 존재를 알고 있었던 사람은 방 의장과 PEF 키맨들만이 아니다. 수많은 자본시장 전문가가 연관돼 있다. 방 의장과 하이브는 최고의 로펌 자문을 받으면서 최고의 IPO 주관사를 거느렸다. 자본시장 상식이 있다면 문제의 소지를 직감하지 않았을 리 없다. 그런데도 아무도 한국거래소 상장 심사 때 이를 공유하지 않았고, 금감원에 제출하는 증권신고서에도 관련 내용을 누락시켰다. PEF에 자금을 댄 연기금, 은행, 증권사 등 수많은 금융기관도 모르는 체했다.

대한민국 최고의 자본시장 전문가들은 침묵했고, 자본시장 시스템은 전혀 작동하지 않았다. 여전히 미스터리다. 이번 부정거래 사건에서 가장 분노가 치미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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