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무역 장벽 거부한 하노버 메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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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하노버 메세가 던진 메시지

“우리는 독일, 유럽, 전 세계와 더 많은 비즈니스를 할 준비가 돼 있습니다.”

2016년 4월 25일 독일 하노버콩그레스센터(HCC)에서 열린 ‘하노버 메세’ 개막 연설에서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은 이 같은 말로 서두를 열었다. 미국 대통령으로는 처음 하노버 메세에 참석한 오바마는 연설 내내 유럽과 미국의 경제 협력을 강조했다. 훗날 결렬되긴 했지만 오바마는 이 무대에서 관세 철폐를 핵심으로 하는 ‘범대서양무역투자동반자협정(TTIP)’의 필요성도 역설했다.

장벽이 아닌 장터

약 10년 뒤인 지난달 30일 같은 장소에서 기자가 지켜본 하노버 메세 개막식 풍경은 정반대였다.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는 “자유무역이 위기에 처해 있다”며 글로벌 불확실성을 높이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관세 정책을 강한 어조로 비판했다. 공교롭게도 미국의 통상 압박에 시달리는 캐나다가 이번 하노버 메세 파트너국으로 참가하면서 개막식의 ‘반미 연대’ 분위기는 더욱 고조됐다. 이날 독일과 캐나다는 보란 듯이 대서양 횡단 파트너십을 과시했다.

박람회는 속성 자체가 자유무역 플랫폼이다. 참가한 기업들이 수출 계약을 맺고 네트워크를 쌓는 경제적 교류 공간이다. 장벽이 아니라 장터 역할을 한다. 하노버 메세 출발도 그랬다. 처음 개최된 건 1947년이다. 제2차 세계대전 직후 피폐해진 독일 경제를 회복시키기 위해 열린 하노버 메세는 50개국에서 73만 명이 찾아 총 3200만달러 수출 계약이 체결되는 성과를 올렸다. 독일의 산업 역량을 알리고 전쟁으로 단절된 무역 네트워크를 복구해 전후 독일 경제를 다시 일으켜 세우는 전환점이 됐다. 이후 국제무역과 협력의 중심지로 자리 잡은 하노버 메세는 세계 최대 산업기술 박람회로 성장했다. 2011년 ‘인더스트리 4.0’이 발표된 곳도 하노버 메세다.

인공지능(AI)이 화두로 떠오른 올해 하노버 메세는 기업 간 담장도 허문 듯한 개방성이 인상적이었다. 클라우드와 AI를 내세운 마이크로소프트 전시관에는 항공엔진 제조사 롤스로이스, 스타트업 생추어리AI 등 협력업체가 함께 둥지를 틀었다. 자율이동로봇(AMR)의 통합 운용 시스템을 선보인 SAP 부스 한복판엔 일본 오므론(OMRON), 독일 보쉬렉스로스(Bosch Rexroth)의 AMR이 돌아다녔다. 독자적 기술과 모델만 홍보하는 한국 기업 부스와 결이 달랐다.

글로벌 협업만이 생존의 길

디지털 시대를 맞아 특정 산업 공급망에 속한 기업 간 데이터를 공유하는 개방형 플랫폼을 구축하려는 움직임도 활발했다. 자동차산업의 ‘카테나-X’를 비롯해 ‘팩토리-X’(산업용 장비 업체 간 데이터 공유) 문구 등이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플랫폼에 참여해 표준화된 데이터를 확보함으로써 비용을 줄이고 품질과 생산성을 높이려는 기업이 늘어나면서다. 글로벌 비즈니스 환경은 협력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는 시대로 접어들고 있다.

지난 4일 막을 내린 올해 하노버 메세 슬로건은 ‘지속가능한 산업에 활력을 불어넣자’였다. 지속가능성을 달리 표현하자면 생존이다. 장벽을 뛰어넘는 협력이야말로 생존의 길이라는 게 하노버 메세가 던지는 교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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