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은 기본 복지이고 동시에 미래를 위한 투자지만 디지털 시대엔 국가 생존을 위한 강력한 ‘필살기’가 될 수 있다. 인구가 줄어들면 인재 하나도 낭비할 수 없으니 우리가 죽고 사는 문제가 될 수도 있다. 학비가 공짜면 얼마나 좋겠냐마는 인생을 투자하는 개인은 졸업 이후를 생각할 수밖에.
그래서 공짜에 가까운 유럽이 아니라 눈 튀어나오게 비싼 미국 대학을 선호한다. 돈 없어도 배울 수 있다는 유럽? 참 좋다. 그래서 대학에 정부 지원금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70%밖에 안 주면서 16년이나 학비 동결을 압박했나? 잘나가던 프랑스 대학들을 파리1대학부터 13대학까지 이름부터 평준화하고 무료화한 결과를 한번 보시라.
그건 그렇고 부산, 진짜 ‘문제’다! 34년 전에 했던 롯데의 ‘우승’을 ‘죽기 전에 다시 볼 수 있겠냐’는 우울함부터 광속으로 이탈하고 있는 인구까지. 도시를 지탱하던 보잉이 어려워지니 공항로에 ‘마지막으로 떠나는 사람은 불 좀 꺼주세요’라는 입간판이 섰던 그 시절의 시애틀이 떠오른다. 실리콘밸리, 시애틀, 상하이, 선전, 싱가포르, 텔아비브. 이 도시들의 공통점은? 우선 그 나라의 수도와 멀찍이 떨어져 정치적 중력에서 자유로워 진보적이다. 항구 도시이고 겨울에도 따뜻하다. 결정적으로 놀라운 스타트업을 반복적으로 만들어 내는 ‘역동성’으로 빠르게 성장하고, 그래서 인재들이 몰려들어 인구 증가를 걱정한다.
한국에서 그런 조건을 두루 갖춘 도시? 단연 부산인데 어쩌다 이 지경일까? 결정적인 차이점은 그 도시들에는 스탠퍼드, 워싱턴주립대, 푸단대, 저장대, 난양공대, 테크니온 같은 명문 공대가 딱 버티고 있다는 점이다. 도시의 기간산업이 쇠퇴기에 접어들 때 활력을 회복하는 비책이 공대를 중심으로 한 스타트업 생태계에 달려 있다는 건 상식이다. 부산은 ‘신흥명문’ UNIST, DGIST, 포스텍과 적지 않은 거리로 포위된 외통수에 ‘한때 명문’ 부산대는 파리14대학쯤으로 진화하고 있다. 10년 넘게 동결된 교수 연봉에 뭘 또 기대하겠냐마는. 오기 싫어하는 공공기관을 끌어오는 것도 그 순간일 뿐, 새끼를 낳고 또 낳는 스타트업 생태계의 연쇄 성장으로 이어질 수 없다.
그리고 그 도시들은 외부인에 대한 개방성이 높다. 조선 말에 개항하면서 동래보다 작았던 어촌 부산포가 철도와 해상물류의 중심지가 되고, 6·25 때 임시수도가 되며 엄청난 피란민이, 또 흥남 철수로 북쪽 인구가 ‘보태지고 섞이면서’ 역동성 넘치는 도시로 성장했다. 그런데 지금의 부산은 ‘우리가 나미가!’의 발생지다. 오탈자 아니다! 받침 적당히 생략된 발음에 적응하지 못하면 남이 될 수 있는 분위기란 말이다.
부산포 시절에 ‘우리’였던 이가 지금 몇이나 있을까? 부산은 그 ‘남’들이 모여 번영을 만들어 낸 곳이다. 수도권에서 벗어나 있고, 바다에 인접, 겨울에 따뜻하고 역사적으로 외부에 개방적인 도시, 모든 걸 갖추고도 가능성을 펼치지 못하는 이 답답함, 속 시원한 복국 한 사발로 안 풀린다.
2차대전이 끝나며 열린 ‘태평양시대’에 꽃을 피우기 시작한 실리콘밸리는 샌프란시스코에서 새너제이까지 80㎞의 광역 클러스터다. 부산이 명문 공대가 있는 울산, 포항, 대구를 ‘우리’로 엮어 그런 클러스터를 구축하면 어떨까? 서울에 이어 부산이 다 빨아들인다는 불평이 터질까? 야구에선 ‘막하막하’인 대전은 스탠퍼드를 명문으로 만든 터먼 교수의 조언에 따라 설계된 KAIST를 중심으로 오송과 청주를 엮고 아울러 ‘과학기술 클러스터’ 평가에서 세계 17위를 했다.
그런데 부산은 81위! 그 스탠퍼드를 본 시애틀이 워싱턴주립대를 중심으로 스타트업 생태계를 조성하니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스타벅스가 탄생했다. 또 그걸 베낀 저장대와 항저우는 딥시크를 포함한 세계적인 기술기업을 찍어내고 있다. 서울대 10개? 지역거점대 교수들은 살길이 열렸다고 신나셨지만 미래의 ‘필살기’는 분산보다 집중에 있다. 이제 열리는 ‘북극항로시대’에 부산과 인근 공대에 대한 투자와 네트워크로 새로운 혁신을 주도하는 클러스터, 우리는 그 중심이 될 스탠퍼드 하나가 필요하다. 부산은 ‘문제’가 아니고 우리에게 주어진 ‘기회’다.

1 month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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