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21대 대통령 선거일이다. 향후 5년간 대한민국을 이끌 국가 지도자를 뽑는 날이다. 지난해 비상계엄 사태로 촉발된 정치 위기는 한국을 혼란과 갈등의 장으로 이끌었다. 사실상 1987년 체제의 붕괴를 초래했다. 1%를 밑도는 저성장과 통상 위기가 나날이 심해지고, 나라 살림에도 적신호가 울리고 있다. 온갖 난제를 해결해야 할 차기 정부의 성공 조건을 깊이 성찰해야 할 상황이다.
‘연꽃이 아무리 고와도 푸른 잎이 받쳐줘야 한다.’ 중국에서 널리 회자되는 명구다. 아무리 뛰어난 지도자도 부하의 헌신과 충성심 없이는 대사를 이룰 수 없다. 부하의 헌신은 그들에 대한 인정과 보상에 좌우된다. 한고조 유방은 소하, 장량, 조참, 진평, 한신 등의 보좌에 힘입어 진 제국의 폭정을 종식하고 400년간 이어진 통일 왕조인 한 제국을 수립했다. 연꽃과 푸른 잎이 조화를 이룰 때 조직의 성공이 담보된다. 차기 정부 성패도 푸른 잎의 역할에 달렸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인사가 만사”라는 말을 자주 했다고 전해진다. 내각 구성, 공공기관장 선임, 주요 공직자 임명 등 인사 문제를 얼마나 적절히 처리하는지에 따라 차기 정부의 안정적 착근이 결정된다. 삼성그룹 창업주 호암(湖巖) 이병철 회장은 의인물용 용인물의(疑人勿用 用人勿疑)를 인사의 기본 원칙으로 삼았다. 믿을 수 없는 사람은 쓰지 말고 일단 쓰면 믿어야 한다는 의미다. 호암의 신뢰 경영이 삼성을 한국 제일의 회사로 만들었고, 반도체산업 진출을 계기로 세계 정상급 기업으로 도약했다. 호암은 능력과 경력을 적절히 믹스함으로써 인사의 치우침을 막고 적재적소 인사를 구현했다. 인재의 삼성을 만들었다. 역대 정부 초기의 어려움은 대부분 인사 실패에 기인했다. 호암의 인재 경영을 눈여겨봐야 할 이유다.
조하문이석봉행(朝下問而夕奉行). 아침에 지시하면 저녁에 실행한다는 표현이다. 차기 정부는 산적한 난제에 대응하기 위해 신속한 의사결정과 스피드 행정을 필요로 한다. 명확한 정책 방향과 실효성 있는 실천 전략을 제시함으로써 공직 사회가 난제에 대해 실기하지 않고 효과적으로 움직일 수 있도록 이끌어야 할 것이다. 그 과정에서 정책의 명분과 효과성에 관해 일을 직접 추진하는 공무원과 소통하며 공감대를 이룰 수 있도록 시스템화해야 한다. 공무원이 복지부동하면 차기 정부의 개혁 아젠다는 표류한다.
나라 살림에 빨간불이 켜졌다. 국가 재정의 건전성을 보여주는 관리재정수지 적자가 지난해 100조원을 넘어섰다. 재정 건전성 회복을 위한 비상한 노력이 요구된다. 통상 현안 대응, 사회 안전망 강화, 민생 안정을 위한 재정 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전망된다. 민생 회복을 위한 가시적 조치가 시급하다. 범사노복 선념기한(凡使奴僕 先念飢寒)이란 구절이 있다. 아래 사람을 쓸 때는 그들의 배고픔과 추위를 먼저 생각해야 한다는 뜻이다. 정치란 국민들 배부르고 등 따시게 하는 것이란 주장은 시공을 초월한 큰 울림이 있다. 그러나 재정 포퓰리즘과는 구분돼야 한다. 실사구시적 국가 운영이 차기 정부 성공의 필수 조건이다.
기업하기 좋은 나라를 만들어야 한다. 한국은 기업하기 힘든 나라다. 기업가 정신이 크게 도전받고 있다. 과잉 규제가 혁신과 기업가 정신을 좌절시킨다. 기업의 창의와 열정이 식을 때 나라 위기가 심화한다. 기업이 성장과 고용을 견인한다. 기업하기 좋은 환경 조성에 올인해야 한다. 여시구진(與時俱進) 자세가 요청된다. 시대 흐름과 같이 감으로써 변화를 놓치지 않는다는 표현이다. 인공지능(AI), 저출생, 고령화 등 급변하는 대내외 환경 변화에 시의적절히 대응할 수 있는 창의적 발상과 리더십이 필요하다. 선진국에 진입한 대한민국의 지속 가능성은 미래 지향적 리더십과 국가 운영에 달렸다.
막강한 핵전력과 군사력을 보유한 소련이 몰락한 것은 시대 변화에 대처하는 노력을 게을리했기 때문이다. 시대 변화에 편승하는 리더십이 대한민국의 지속 성장을 견인하는 조타수 역할을 수행한다. 오늘의 선택이 나라 명운을 결정한다. 표심이 민심이다. 높은 투표율이 성숙된 민주주의와 미래를 추동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