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심 레드포스와 KT 롤스터, ‘용의 꼬리’들은 반란에 성공할 수 있을까? 2025 LCK 정규 시즌이 어느덧 4라운드에 접어들었다. LCK는 리그오브레전드(LoL) 챔피언스 코리아의 약자로 라이엇게임즈가 주관하는 국내 LoL e스포츠 프로 리그다. LCK는 올해부터 포맷을 전면 개편했다. 3라운드부터 레전드 그룹과 라이즈 그룹으로 나뉘어 각 그룹 내에서만 대결을 펼친다. 1~2라운드 성적에 따라 상위 5개 팀이 레전드 그룹에, 하위 5개 팀이 라이즈 그룹에 배정됐다.
두 그룹으로 나뉘어 진행되는 방식에 고통받는 두 팀이 있다. 바로 레전드 그룹 하위권인 농심 레드포스와 KT 롤스터다. 두 팀은 일명 ‘용의 꼬리’로 불린다. 같은 레전드 그룹에 속해 있지만 우승후보로 꼽히는 젠지 e스포츠와 T1, 한화생명 e스포츠라는 ‘3강’에게 상대적으로 밀린다는 의미다. 실제로 두 팀은 3라운드부터 현재까지 상위 세 팀을 상대로 아직까지 1승을 기록하지 못했다.
농심과 KT는 지난 6일과 8일에 각각 한화생명에게 패했다. 이번 주말에도 나란히 어려운 대결을 앞두고 있다. 농심이 9일 T1과, KT가 10일 젠지와 격돌한다. 이번에는 두 팀이 승리를 기록할 수 있을지에 관심이 쏠린다.
승리를 위해선 역설적으로 두 팀 모두 집착을 버려야 한다. 양 팀이 승리에 대한 부담감으로 아쉬운 선택을 보인 적이 많아서다. 일례로 농심은 지난 6일 한화생명과 대결에서 2세트 승리를 목전에 두고 역전패를 당했다. 농심이 골드 격차를 6000 이상 앞선 상황에서 상대가 내셔 남작(바론) 공략을 시도했다. 농심은 유리한 입장임에도 정면 승부가 아닌 우회로를 택했다. 상대의 귀환을 저지하면서 넥서스를 파괴하려 한 것이다. 결국 귀환에 성공한 한화생명 선수들에게 되레 몰살을 당하며 눈앞에서 승리를 내줬다. KT 역시 지난 1일 젠지와의 대결 1세트 앞서는 상황에서 젠지에게 역전당해 패한 기억이 있다. 전문가들은 두 팀이 승리에 과하게 몰입하다 보니 냉정한 플레이를 하지 못한 것을 패인으로 꼽았다.
양 팀 정글러의 각성이 필요하다. 농심의 '기드온' 김민성과 KT의 '커즈' 문우찬은 POG(플레이어 오브 더 게임) 포인트가 300점으로 동일하다. 문우찬은 팀 내 2위, 김민성은 팀 내 공동 1위다. 하지만 모두 지난 1~2라운드에 얻은 것으로 3라운드에는 눈에 띄는 활약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두 선수의 지표 역시 레전드 그룹 정글러 중 하위권이다. 먼저 KDA(킬과 어시스트를 데스로 나눈 값)를 보면 김민성이 1.7로 가장 낮고 문우찬이 2.8로 바로 위에 올라있다. 분당 대미지(DPM) 역시 문우찬이 419, 김민성이 374로 저조한 모습을 보였다.
농심과 KT는 레전드 그룹에 속한 만큼 '포스트 시즌' 진출은 확정된 상황이다. 레전드 그룹 4위까진 플레이오프에 직행하고 5위는 플레이인을 치른다. 하지만 결국 3강의 벽을 넘어야 더 높은 곳을 바라볼 수 있다. 지금처럼 '패배의 기억'이 각인된 상태로는 상위 팀과의 경쟁이 더욱 어려울 수밖에 없다. 두 팀이 남은 4, 5라운드 동안 '반란'에 성공할 수 있을지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이주현 기자 2Ju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