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 양궁에 축구도 우승…'억세게 운 좋은' 이도현 전북 단장

3 weeks ago 11

'데이터사이언스' 도입해 선수단 관리 체계화…다음 과제는 왕조 구축

이미지 확대 거스 포옛 감독 취임 기자회견에서 함께 유니폼 든 이도현 단장

거스 포옛 감독 취임 기자회견에서 함께 유니폼 든 이도현 단장

[전주=연합뉴스]

(전주=연합뉴스) 안홍석 기자 = '억세게 운 좋은 남자'

18일 프로축구 K리그1 챔피언으로 4년 만에 복귀한 전북 현대의 이도현 단장을 두고 나오는 말이다.

이 단장은 프로축구계에 몸담기에 앞서 프로농구, 양궁계에서 잇따라 행정가로 좋은 성과를 냈다. 그때마다 한쪽에서는 그가 운을 잘 타고났다며 시샘 어린 평가를 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틀린 말은 아니다. 이 단장 자신도 운이 좋았다고 인정한다.

이 단장은 2002년 프로농구 울산 현대모비스(당시 모비스)에 외국인 선수 통역으로 입사하면서 스포츠계에 입문했다.

홍보팀장과 사무국장을 지내면서 현대모비스가 역대 거둔 챔피언결정전 7차례 우승 중 6차례를 경험했다.

프로농구를 넘어 한국 스포츠 역대 최고 명장을 꼽을 때 단연 첫머리로 거론되는 유재학 감독(현 KBL 경기본부장)과 함께한 것부터가 행운이다.

1라운드 전체 10순위로 지명한 함지훈이 리그 최고 수준의 빅맨으로 기대를 뛰어넘는 활약을 펼치는 등 이 단장이 현대모비스에 몸담는 동안 크고 작은 행운이 잇따랐다. 함지훈은 18시즌째 현대모비스에서 현역으로 뛰고 있다.

이 단장은 2019년부터는 현대차가 회장사인 대한양궁협회의 기획실장과 사무처장을 역임했다.

원래 '세계 최고'로 인정받던 한국 양궁은 그가 양궁협회에 몸담는 동안 아예 '상상을 뛰어넘는 수준'의 성과를 냈다.

양궁에 걸린 금메달이 5개로 늘어난 2020 도쿄 올림픽에서 4개의 금메달을 쓸어 담았고, 2021 양크턴 세계선수권대회에서는 전 종목 석권의 대업을 이뤄냈다.

이 단장 재임 기간, 역대 최강의 궁사 김우진(청주시청)의 기량은 절정에 달했다. 여기에 김제덕(예천군청), 안산(광주은행) 등 겁 없는 신예가 가세한 대표팀은 '무적'이었다.

이번 전북 우승을 두고도, '이 단장이 운이 좋았다'고 어디에선가 수군거릴 터다.

경쟁자인 디펜딩 챔피언 울산 HD가 사령탑을 두 번이나 교체한 끝에 파이널B로 추락한 것이 전북 입장에서 확실히 행운이었던 건 사실이다.

하지만 이 단장이 '운'만으로 여기까지 온 건 아니다.

깐깐한 완벽주의자 유 감독에게서 깊은 신뢰를 받으며 15년 가까이 동행한 것 자체가 운만으로는 불가능한 일이다.

한국 양궁은 이 단장이 SNS 등을 활용한 홍보에 힘쓰면서 보다 팬 친화적인 종목이 됐다.

특정 선수의 팬들이 경기장을 찾아 응원하는, 예전엔 쉽게 볼 수 없었던 장면이 국내대회에서도 연출되고 있다.

이 단장은 전북에서는 마이클 김 디렉터와 함께 '데이터사이언스'를 도입해 효과를 봤다. 데이터사이언스는 선수들의 몸 상태를 지표화해 코치진에 제공, 보다 효율적으로 선수단을 관리하도록 돕는다.

거스 포옛 감독 선임 과정에서는 발표 시점까지 관련 정보가 전혀 새어 나가지 않도록 관리하는 철두철미한 행정을 보여줬다.

이번 우승을 코앞에 두고 연합뉴스와 만난 이 단장은 전북을 부활시킨 비결을 묻는 말에 "다 운 때문이죠"라고만 답하며 특유의 알 듯 모를 듯한 미소를 지었다.

자신이 단장으로서 우승에 기여한 부분에 대해서는 끝내 모호하게만 설명하고서 그와 '삼각 공조 체제'를 이룬 포옛 감독, 김 디렉터를 향한 칭찬만 늘어놨다.

"빅리그 사령탑 출신이면서도 열린 마인드를 가지고 프런트와 소통하는 포옛 감독, 구단의 미래까지 큰 그림을 그리며 시스템을 구축해온 김 디렉터 덕에 여기까지 왔습니다."

포옛 감독, 김 디렉터를 만난 게 자신이 전북에서 맞이한 최고의 행운이란 얘기다.

운이 반복되면 실력이다. 이 단장의 전북이 '2025시즌 챔피언'을 넘어 예전처럼 '왕조'를 구축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ahs@yna.co.kr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2025년10월18일 16시17분 송고

Read Entire Artic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