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망할 것 같다' 했지만 결국…창업 이후 첫 '깜짝 베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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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한경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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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이나 모바일 혁명 때와 비슷한 충격의 ‘인공지능(AI) 파도’가 오고 있습니다.”(이해진 네이버 의장)

지난 5일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열린 비즈니스 네트워킹 행사 ‘벤처링 네이버 넥스트 챕터’. 이 의장과 이재성 트웰브랩스 대표, 김동신 센드버드 대표, 김진우 라이너 대표 등 한국인 실리콘밸리 창업가와 엔지니어 200여 명이 한자리에 모였다. 이날 네이버는 첫 해외 투자 법인 ‘네이버벤처스’ 설립을 공식화했다. 네이버가 해외 투자법인을 설립한 것은 이 의장이 1999년 네이버를 창업한 이후 처음이다. 검색과 콘텐츠, 커머스 등 핵심 사업에 해외 선진 AI 기술을 접목해 단기 경쟁력을 높이고 장기적으로는 기술 주권(소버린 테크)을 확보하는 전략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네이버 망할 것 같다' 했지만 결국…창업 이후 첫 '깜짝 베팅'

◇글로벌 테크 중심지에 투자 거점 마련

네이버는 8일 실리콘밸리 현지에 네이버벤처스를 설립한다고 발표했다. 네이버벤처스는 첫 투자처로 엔비디아 등의 투자를 받은 현지 멀티모달 AI 기업 트웰브랩스를 낙점했다. 커머스 추천, 콘텐츠 검색, 디지털 트윈 기반 스마트시티 구축 등 네이버의 주요 서비스 내 AI 성능을 끌어올릴 전략으로 해석된다. 네이버벤처스의 자본금과 트웰브랩스 투자 금액 및 형태 등은 공개하지 않았다.

네이버가 글로벌 테크 혁신의 중심지인 실리콘밸리에서 승부수를 띄웠다는 분석이 나온다. 네이버는 현지 AI, 로보틱스, 바이오·헬스 등 미래 하이테크 스타트업을 적극 발굴하고 필요 시 인수합병(M&A)에 나설 계획이다. 네이버벤처스 사령탑은 2022년 북미 중고거래 플랫폼 포시마크 인수를 주도한 김남선 네이버 전략투자 대표가 맡는다. 이 의장은 “네이버는 다양한 글로벌 파트너와 함께 성장할 준비가 돼 있다”며 “글로벌 AI 스타트업과 협력과 투자로 공존할 수 있는 생태계를 만들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상거래 특화 AI로 승부수

네이버는 ‘소버린 테크’ 전략의 핵심 축으로 상거래 분야를 지목하고 있다. 챗GPT 등 범용 AI 모델의 경쟁력은 미국과 중국이 앞서 있지만, 네이버가 수년간 축적해온 커머스 데이터를 활용한 특정 분야 AI에선 승산이 있다는 계산이다. 이 의장은 “검색 시장도 처음에는 알고리즘 싸움이었지만 (기업들의 역량이) 비슷해지면서 데이터를 갖고 차별화하는 것이 중요해졌다”며 “AI 시장에서의 경쟁도 결국 데이터 싸움으로 귀결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해외 빅테크와 AI 경쟁이 가능하겠냐는 질문에 이 의장은 “우리는 지금까지도 모든 것이 부족한 상태에서 싸워왔고 그 싸움에 익숙하다”고 했다. 이어 “다윗이 골리앗을 이기려면 빨리 포커스(집중)를 해야 하고 ‘돌멩이 하나’를 잘 던져야 한다”며 “지금은 돌멩이를 잡는 과정이고, 돌멩이를 잡기 전에 대규모언어모델(LLM)이나 클라우드 등 기본 기술을 준비하는 단계”라고 밝혔다.

그간 네이버는 일본(라인·야후 재팬), 미국(포시마크), 스페인(왈라팝) 등 해외에서 커머스 데이터를 축적해왔다. 사우디아라비아, 프랑스 등에도 글로벌 법인을 운영 중이다. 이 의장은 “매년 새로운 기술이 등장하면서 25년 내내 ‘망할 것 같다’는 위기감 속에서도 네이버는 결국 살아남았다”며 “AI에 과감히 투자하고 더 많은 데이터를 확보해 지속가능한 성장을 만들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안정훈 기자 ajh6321@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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