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고은, '은중과 상연' 떠올리며 눈물 흘린 이유 [인터뷰+]

1 month ago 10

/사진=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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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에 가까운 친구를 잃었는데, 그때 '은중과 상연'을 찍었어요."

배우 김고은이 그동안 많은 작품에 참여했지만, 넷플릭스 오리지널 '은중과 상연'에 과몰입하게 된 이유를 밝혔다.

지난 12일 공개된 '은중과 상연'은 매 순간 서로를 가장 좋아하고 동경하며, 또 질투하고 미워하며 일생에 걸쳐 얽히고설킨 두 친구, 은중과 상연의 모든 시간을 마주하는 이야기를 담은 드라마다. 은중과 상연의 10대부터 40대까지 오랜 시간 질투와 동경으로 오갔던 시간을 따라가며 수십 년에 걸쳐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김고은은 은중 역을 맡아 극을 이끈다. 은중은 넉넉하지 않은 어린 시절을 보냈지만, 특유의 당당하고 구김살 없는 성격으로 주변 사람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인물이다. 영화 '대도시의 사랑법', '파묘', tvN '작은아씨들', '유미의 세포들', '도깨비' 등 내놓는 작품마다 사랑받았던 김고은은 세월을 뛰어넘는 매력과 당당함으로 존재감을 발휘했다는 평이다.

앞서 진행된 제작발표회에서 '은중과 상연'의 소개하며 눈물을 흘려 여전히 작품에 과몰입한 모습을 보여주던 김고은은 "촬영할 즈음에 소중한 친구를 잃었다"면서 남다른 감정을 느낀 이유를 전했다. 그러면서 할머니의 임종을 지켰던 기억을 떠올리며 "저에게 상연처럼 '마지막을 함께하자'는 제안이 온다면, 바로 응할 거 같다"고 했다. 다음은 김고은과 일문일답.

/사진=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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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떻게 '은중과 상연'을 봤을까.

= 저는 개인적으로 좋은 작품으로 나온 거 같아서 안도하는 마음이 들었다. 이제 작품이 나오면 주변 지인들에게 연락이 오는데, 이번엔 배우 선배님들이 연락을 많이 주셨다. 또 업계에 계신 분들에게 메시지가 유달리 많이 와서 '잘 보고 계시는구나' 싶었다. '이틀 밤새워서 봤다', '너 때문에 수면 패턴 망했다' 이런 얘기들.

▲ 호흡이 긴 작품이었다. '소설책 같이 느꼈으면 좋겠다'는 말을 했는데, 무슨 의도였을까.

= 우리는 끝을 향해 가는 내용이고, 책은 마지막 페이지까지 읽었을 때 완성되는 느낌이 있지 않나. 이 작품을 연기할 때도 그랬지만, 한 발 한 발 조심스럽게 나아가는 느낌이었다. 한글자, 한글자 읽어나가길 바라는 생각이었다.

▲ 제작발표회에서 눈물을 흘렸다. 캐릭터에서 이렇게 몰입한 건 처음인 거 같다.

= 2023년에 가장 가까운 친구들을 잃었다. 짧은 시간에. 그런데 너무 신기하게, 제가 당시 촬영한 작품이 '대도시의 사랑법'과 '은중과 상연'이었다. 물론 '대도시의 사랑법'도 많이 생각이 많이 났다. 20대의 우정 얘기가 주를 이루고 있으니까. 그런데 '은중과 상연'을 촬영하면서, 남겨진 은중이 상연에 대해 얘기를 하는 작품이라 생각하게 됐다. 상연의 일기도 보면서 그 아이의 삶과 나의 이야기를 전달하는 이야기이지 않을까. 스위스를 따라가는 은중의 마음은 '잘 보내주고 싶다'였을 거다. 그리고 정말 사랑하고, 소중한 누군가를 보내주기 쉽지 않은데, 임종을 지키기도 어려울 때도 있고. 그런데 마지막 순간에 침대 위에서 해준 얘기인 거처럼 고생했다, 잘 견뎠다는 말도 덧붙일 수 있고. 그게 은중에겐 참 좋은 기회가 아닐까 싶다. 마음의 짐을 좀 덜었을 거 같다.

▲ 은중이 이해가 안된 시점은 없었나? 120억원은 왜 안 받았을까.

= 세금은 어떡하냐.(웃음) 그 건물 보니까 월세도 많이 나오지 않을 거 같고. 현실적으로. 어렵지 않았을까.

▲ 은중에게 상연은 쉼 없이 뒤통수를 치는데, 왜 그런 인연을 이어갔을까.

=그렇게 보인 거지 시간의 텀이 있긴 하다. 저는 은중이가 상연에게 동경이 많았다고 생각했다. 질투나 샘보다는. 어릴 때 굉장히 멋지게 느껴지는 그런 친구 있지 않나. 그게 컸던 친구였던 거 같다. 어릴 때 느낀 강렬한 감정을 또 느꼈을까 싶기도 하다.

▲ 인간 김고은에게도 그런 인연이 있나.

= 어릴 때 생각하면 그런 친구가 있었다. 저는 어릴 때 키가 작았는데, 그 친구는 키도 크고, 옷도 예쁜 거 같고. 성인이 됐을 땐 제가 더 커지긴 했지만(웃음), 그런 친구가 있다.

▲ 연령대별 연기가 달랐다.

= 20대 초반엔 외적으론 10대처럼 보이길 바랐기에 볼살도 찌웠다. 새내기의 느낌을 주고 싶었다. 감정을 다루는 데 서툴기도 하고. 30대는 제가 지금 30대라 제가 어떻게 달라졌는지 많이 돌이켜봤다. 20대 초반의 말투와 달라진 게 있다고 치면 가장 일을 활발하게 하는 시기 아닌가. 일에서 오는 말투가 있지 않을까 싶더라. 분위기나 에너지가 '뿜뿜'하고, 능숙해 보이도록 하도록 했다. 40대는 주변을 많이 봤다. 30대 중반에서 40대 초반을 생각해보면 엄청나게 크게 달라지진 않더라. 크게 변화를 주는 게 과장될 수 있을 거 같아서. 또 보다 차분해지고 혼자 작업하는 사람이 됐기 때문에 그런 변화를 생각했다. 체중은 6kg 정도 차이가 난다. 3kg씩, 3kg씩 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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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0대는 러브라인으로 갈등이 불거지는데, 그냥 '은중과 상연, 두 사람이 만나라'는 반응도 있었다.

= 아무래도 이성애자니까?(웃음). 상학이 괜찮지 않나? 상연이도 안정적인 그 모습에 반한 게 아닌가 싶다. 누구든 김상학을 만나면 안정적인 관계를 만들고, 살아갈 거 같았다.

▲ 김상학을 연기한 김건우와 호흡은 어땠나.

= (한예종) 두 학번 차이더라. 그걸 알고 잡도리 좀 했다. 우리 땐 2년 차이면 눈도 못 봤다. 세상 좋아졌다. 그런 얘기들을 했다. 실제로 건우 배우가 성격이 부드럽고 선하다. 그래서 (박)지현이도, 저도 장난을 많이 쳤는데 다 받아줬다. 상학에 가까운 인물이지 않나 싶었다.

▲ 박지현과 '유미의 세포들'에 이어서 다시 만났다.

= 그땐 잠깐 만났다. 제가 박지현이라는 배우를 좋아했다. 연기도 잘해서 추천도 하고 그랬다. '은중과 상연'으로 만났을 때, 상연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저는 묵묵하게 긴 호흡을 끌어가는 포지션이라고 생각했고, 상연은 깊은 서사가 있고 감정의 스펙트럼이 크고, 연령별로 많은 사건이 있어서 누가 소화할지, 그런 파트너가 나타나야 할 텐데 싶었는데, 지현이가 훌륭하게 소화해줬다.

▲ 김고은이 연기하는 상연은 어땠을까.

= 그런 생각은 없었다. 그땐 은중을 하고 싶은 마음이 더 컸고, 그래서 더 잘 할 수 있을 거 같았다. 저 역시 은중처럼 동일한 제안을 받으면 같이 갈 거 같기도 했고. 제가 대학교 1학년부터 6년간 할머니랑 단둘이 같이 살았다. tvN '치즈인더트랩' 마칠 때까지. 그래서 많은 교감을 했다. 할머니가 고모들한테도 말 안 하는 걸 저에게 다 말하고, 저랑만 막걸리를 드시고 했다. 할머니가 돌아가셨는데, 그때 임종을 보겠다고 3일 밤낮을 병원에서 보냈다. 그런데 마지막 잠들었을 때 할머니가 가셔서 임종은 못 봤다. 그게 '미지의 서울'에서 그런 장면이 나오더라. 그런데 돌아가시기 며칠 전에 제 귀에 대고 '고은아, 너는 베풀면서 살아. 많이 도와주고, 많이 베풀면서 살아'라는 말을 해주셨다. 나도 할머니 귀에 얘기하고. 임종의 순간은 함께 하진 못했지만 3일 밤낮을 함께한 그 기간이 다행스럽다고 살면서 더 느낀다. 마지막을 잘 동행했다는 마음이 좋더라. 시간을 돌아보면 그 선택을 하길 잘했다고 생각했을 거 같다.

▲ 이게 공개된 후엔 비교가 없어졌지만, 초반엔 중국의 유명 소설 '칠월과 안생'을 원작으로 한 게 아니냐는 의혹도 불거졌다.

= 비교선상에 처음부터 놓지 않았다. 그냥 제목에 이름이 2개여서 언급이 됐던 거 같다. 홍보 기간에 그런 반응이 나와서 그때야 '그렇게 볼 수도 있겠다' 싶었다. 처음에 ''은중과 상연'이 제목인데 바뀔 수 있다'고 작가님이 말했을 때 '왜 바꾸냐. 이름 너무 이쁜데, 제목이 좋은데' 이런 얘기를 했던 기억이 있다. 그렇게 비교선상에 놓을 수 있을 거란 생각은 못 한 거 같다.

▲ 극 중 취중 연기가 눈길을 끌었다.

= 조금의 알코올의 도움은 받았다. 제정신으로 하면 오그라드는 포인트가 있어서.(웃음) 열심히 했다. '애드리브냐' 이런 질문을 많이 받는데, 토씨하나 안 빼놓고 작가님이 써준 대사대로 했다.

▲ 흥행타율이 워낙 좋아 '믿고 보는 배우'로 꼽힌다. 워낙 성적이 좋았다보니 이번 작품의 흥행 스코어가 아쉬울 수도 있을 거 같다.

= 넷플릭스 오리지널 처음이라 순위나 이런 걸 어떻게 볼 지 모른다. 1부 부터 마지막까지 다 봐야 성적으로 친다는 얘기는 들었다. 회당 시청률처럼 한 회가 나왔을 때 성적이 나오는 건 아니더라. 완주해야만 수치를 쳐주니. 그렇다면 좋은 작품이라 조금씩 느리더라도 오를 거 같다. 그러길 바란다. 제발.(웃음)

▲ 작품 선택의 기준이 뭘까.

= 그때그때 다르다. 제가 작품을 잘 보는 사람이라고 생각하진 않는다. 그래서 많이 물어보고, 코멘트 받고, 대표님한테 꼭 물어보고. 그런데 이번엔 4부까지 읽었는데 좋아서 '5부는 언제 나오나' 이런 저 자신을 보면서 '이건 해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 '은중과 상연'을 본 시청자들이 김고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길 바랄까.

= 잘했다고 해주시길. 그리고 은중이도 잘했다고 봐주시길 바란다. 잘 살았으면 좋겠다고 해주시길 바란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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