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하이브리드 자원 시대, 인적자원 관점의 전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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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중학 동국대학교 교수이중학 동국대학교 교수

인공지능(Artificial Intelligence:AI) 시대가 본격화되면서 기업들의 조직 운영 패러다임이 근본적으로 변화하고 있다. 지난 달 15일 클로드(Claude) 개발사인 앤트로픽은 국가별 AI 활용 지표를 발표했는데, 한국이 사용량이 많은 국가 20개 중, 3.73로 5위를 기록했다. AI 활용 지표는 경제활동인구 수 대비 얼마나 많은 사람이 앤트로픽을 쓰는지인데, 이스라엘이 7로 1위, 싱가포르가 4.57을 기록했고 한국은 3.73을 보였다. 흥미로운 것은 마지막에 AI 활용 수치와 자동화와의 관계였는데, AI 활용지표가 높은 국가에서는 단순히 자동화로 AI를 쓰는 것이 아니라, AI와 협업하는(AI collaboration) 수준이 높았다는 것이다.

한국을 넘어 전 세계 거의 대부분 기업에서 AI 도입에 사활을 걸고 있지만, 실제로 성공하는 비율은 적다. 주요 이유 중 하나가 단순히 우리 구성원이 하는 일을 대체하기 위한 수단(예:자동화)으로 AI를 도입할 경우 조직 전체 성과 향상에 유의미한 결과를 만들어내지 못하기 때문이다. 단순히 도구가 아니라 환경이자 협업 대상으로서 AI를 바라봤을 때, 중요한 것이 바로 일하는 방식을 인간 중심이 아니라 일의 흐름(Workflow)으로 재정의해야 한다는 점이다. 미국 바이오회사 모더나(Moderna)는 최근 조직내 인사부서와 정보기술(IT) 기능을 통합하는 구조적 변화를 발표했고 그 흐름에 마이크로소프트(MS) 역시 다양한 조직 실험을 진행하고 있으며 국내 여러 기업에서도 관련된 실험을 준비하고 있다. 동시에 관련사들은 일하는 방식에서도 사람과 기능, 직무중심이 아닌 일(work)과 일의 흐름으로 재정의를 하고 있고 준비하고 있다. 이는 크게 두 가지 관점 변화를 요구한다.

첫째, 이제 조직과 리더는 사람이나 기능을 관리하는 것이 아니라 일을 관리한다는 점이다. 지금까지 우리는 임직원 한명 한명에게 직무나 기능을 부여해왔다. 가령, 마케팅 부서에 30명, 기획 부서 20명 등 특정 기능을 수행할 수 있도록 사람을 관리했는데, AI와 협업하는 시대에는 사람이나 기능이 아니라 수행해야 할 과업이나 일을 우선 정의하고, 이를 수행할 수 있는 AI 에이전트가 사람의 능력을 매칭하는 식이다. 그러므로 직무나 기능이 아닌 이제 일과 과업을 관리해야 한다.

둘째, 일하는 방식 역시 AI가 잘 작동할 수 있도록 '일의 흐름'으로 재정의하고 관리가 필요하다. 지금까지 우리는 인사팀 직원에게 '채용 업무'를 맡겨왔다. 관련 업무를 담당한 직원은 과거 경험, 조직 내 지식 등을 이용해 일을 했는데, 이렇게 '통'으로 주어진 일을 AI는 이해하고 수행하기 어렵다. 그러므로 채용 업무를 수행하는데 필요한 작은 단위의 과업을 순서도처럼 정렬하고, 인과 및 상호 작용에 따라서 시각화하고 관리해야 하는데 이를 일의 흐름 혹은 워크플로(Workflow)라고 표현한다.

결국 이 두 가지 변화는 이제 우리 조직 구성원이 단순히 인적자원(Human Resource)만 있는게 아니라 하이브리드 자원(Hybrid Resource)으로 확장돼야 함을 의미한다. 오랫동안 우리가 써온 'HR'이란 표현을 인적자원에서 하이브리드 자원으로 재정의해야 한다는 것이다.

2026년을 준비하는 지금, AI 전환을 위해 필요한 관점 전환이 바로 리더 뿐만 아니라 조직 모든 구성원 역시 협업 대상이 AI까지 확장되었다는 점과 AI가 단순히 도구가 아닌 동료로서 내 업무와 능력을 증강해줄 것이라는 태도로 바라봐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채용, 육성, 보상 등 제도적 변화도 뒤따라야 하고, 조직구조, 문화 및 리더십 모두 변해야 한다. AI 전환 시대, 우리 기업들은 인적자원에서 하이브리드 자원으로의 패러다임 전환을 서둘러야 한다. 이는 단순한 조직 개편이 아닌, 미래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 전략이다.

이중학 동국대 교수 Joonghaklee@dg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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