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대섭 KISTI 전문위원정부는 인공지능(AI)을 국가 생존 전략으로 규정하고, 이를 지휘할 컨트롤타워로서 대통령 직속 '국가인공지능전략위원회'를 출범시켰다. 대통령이 직접 위원장을 맡고, 산업계와 학계 최고 전문가 34명이 참여하는 '민관 원팀' 체제로 운영되며, AI 관련 예산 심의·의결권까지 부여됐다.
위원회는 출범과 함께 '대한민국 AI 액션플랜'을 제시했다. 이는 △AI 혁신 생태계 조성 △범국가 AI 대전환 △글로벌 AI 기본사회 기여라는 3대 축을 중심으로 실행 목표를 담고 있다. AI 3대 강국이라는 국정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길이 결코 순탄치만 않을 것이다. 반드시 넘어야 할 현실적 과제들이 산적해 있다.
우선, 가장 시급한 과제는 단연 인재 확보다. 우리나라 AI 기업 81.9%가 인력난을 호소하고 있으며, 고용노동부는 2027년까지 AI 분야에서만 1만2800명의 신규 인력이 부족할 것으로 내다봤다.
문제는 단순 숫자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어렵게 키운 인재들이 해외로 떠나는 '두뇌 유출'이 심각하다. 한국은 AI 인재유지율에서 OECD 38개국 중 35위로 최하위권에 있다. 교육 혁신을 통한 인재 육성은 물론, 이들을 국내에 머무르게 할 파격적인 보상 체계와 해외 최고 인재를 유치하기 위한 특단의 대책이 절실하다.
둘째, 한국은 AI 관련 특허 등록 수에서 세계 최상위권을 기록할 만큼 연구 역량은 뛰어나지만, 이를 실제 시장가치로 연결하는 상용화 단계에선 여전히 미흡하단 평가를 받는다. 최신 AI 모델 개발에 천문학적인 비용이 소요되는 현실은 이러한 격차를 더욱 벌리고 있다.
미국 스탠퍼드대 AI인덱스2025에 따르면, 오픈AI GPT-4 학습에는 약 7800만달러, 구글 제미나이 울트라에는 1억9100만달러 컴퓨팅 비용이 소요된 것으로 추정된다. 이러한 '머니게임' 속에 다행히 긍정적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서울대와 네이버가 수백억 원을 투자해 설립한 '초대규모 AI 공동 연구센터'는 기업의 인프라와 대학 연구 역량을 결합한 대표적 모델이다.
또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KIER)이 개발한 'AI 활용 규정 챗봇시스템' 기술을 민간 IT 기업에 이전한 사례처럼, 공공 연구 성과가 산업 현장으로 확산되는 모습도 보인다. 이러한 사례를 발굴하고 확산시켜 연구 성과가 사장되지 않고 혁신 기업 육성으로 이어지는 선순환 생태계를 구축해야 한다.
셋째, AI 기술의 발전 속도를 법과 제도가 따라가지 못하는 문제 역시 혁신의 발목을 잡는 주요인이다. 다행히 지난 1월, 아시아태평양 지역 최초로 포괄적인 AI 법률인 '인공지능기본법' 이 국회를 통과해 내년 1월 시행을 앞두고 있다.
이 법은 '우선 허용, 사후 규제' 원칙을 기반으로 고위험 AI에 대한 의무를 부과하는 등 위험 기반 접근법을 채택했다. 이제 과제는 법의 취지를 살리면서도 산업의 창의성을 저해하지 않는 합리적인 하위 법령을 마련하고, '규제 샌드박스' 제도를 더욱 활성화해 기업이 마음껏 기술을 시험하고 사업화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AI 강국으로의 도약은 기술 발전을 넘어 사회 전체의 신뢰와 수용을 확보할 때 비로소 완성된다. '포용적이고 사람 중심적인 AI 원칙'을 실현하고 기술 발전 과정에서 소외되는 계층이 없도록 하는 것이 국가 전략의 중요한 목표가 돼야 한다.
2024년 3월 유럽연합(EU)이 세계 최초로 포괄적인 AI 법안을 채택하는 등 주요국이 AI 규범 경쟁에 나선 상황에서, 우리나라도 'AI 기본법'을 바탕으로 국제 사회에서 윤리와 안전을 중시하는 규범을 제안하며 '국제 AI 거버넌스'를 선도하는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
선제적이고 과감한 정부 투자가 민간 투자를 이끌어내는 마중물이 되고, 반도체, 제조, 콘텐츠 등 우리의 강점 분야와 AI를 융합하는 'K-AI 전략'을 치밀하게 추진해야 한다. AI를 생존 전략으로 삼겠다는 결단이 정부, 기업, 국민 모두의 역량을 하나로 결집시킬 때, 'AI G3'라는 비전은 비로소 현실이 될 것이다.
소대섭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 전문위원·전주대 초빙교수 dasus@kisti.r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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