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가상공간에서 신차 개발하는 버추얼 트윈, 차세대 모빌리티 산업의 열쇠"

자동차산업은 전례 없는 변화의 갈림길에 있다. 전 세계적 관세 인상과 무역 장벽 강화, 이에 따른 정책 변화 등 급격한 시장 변동이 산업의 질서를 뒤흔들고 있다. 소프트웨어중심자동차(SDV)의 등장은 자동차가 이제 물리적 플랫폼을 넘어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가 유기적으로 결합한 차세대 플랫폼이 됐음을 의미한다.

이 같은 변화 속에서 모빌리티 기업은 새로운 형식의 자동차를 개발하면서 제품 개발 주기를 단축하고 비용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동시에 친환경 및 디지털 전환에 대한 요구를 수용해야 하는 과제를 안았다. 상반된 요구에 대응하려면 단순히 기계적 성능을 개선하는 것으로는 부족하다. 기업 전체의 디지털 전환을 통한 차량의 종합적 성능, 효율성, 감성 품질, 안전성 등의 재정의가 절실히 요구된다. 과거의 제품 개발 방식으로는 복잡하고 다양한 차량의 요구 조건과 소비자의 경험까지 고려한 차량 개발을 적기에 진행하기 어렵다.

버추얼 트윈 기술은 새로운 방식의 자동차 개발과 운영 과정에서 중요한 인에이블러(enabler) 역할을 할 수 있다. 특히 생성형 인공지능(AI)을 적용한 버추얼 트윈은 차량 부품 단위부터 풀 자동차 모델까지 가상화하고, 소프트웨어와의 융합 모델까지 구성해 가상 공간에서 차량의 모든 특성을 정밀하게 재현할 수 있다.

버추얼 트윈을 사용하면 초기 디자인 단계부터 안전성 평가, 성능 최적화에 이르기까지 발생할 수 있는 리스크를 미리 확인하고 완화할 수 있다. 이뿐만 아니라 제한 없는 반복적 시뮬레이션을 통해 개발 및 테스트 시간을 대폭 줄여 제품 출시 주기를 눈에 띄게 개선할 수 있다. 특히 자동차산업의 핵심으로 급부상한 SDV의 구현 과정에서는 수많은 시뮬레이션과 테스트가 필요한데, 실제 테스트로 감당하기 어려운 수많은 과정을 가상 공간에서 얼마든지 수행할 수 있다.

배출가스 규제와 같은 친환경 정책을 준수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 버추얼 트윈을 활용해 실제 차량 테스트를 가상 테스트로 전환하면 탄소 발생을 최소화하고 설계, 생산 등 프로세스를 최적화할 수 있다. 제한 없는 시뮬레이션을 통해 실질적인 비용 절감을 이루는 것은 물론, 테스트 과정에서 이루어지는 반(反)환경적인 요소의 발생도 사전에 차단하는 것이다.

이제 산업은 ‘제조-소비-폐기’의 선형 경제모델을 넘어 ‘생성-경험-재생’으로 이어지는 순환형 경제모델인 ‘생성형 경제’로 변모하고 있다. 버추얼 트윈 기반 혁신을 통해 더 스마트하고 혁신적인 제조 공정을 구축한 모빌리티 기업은 생성형 경제에서 지속 가능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글로벌 불확실성과 친환경 규제, 소비자 수요의 다변화 속에서 전통적인 제조 방식은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한 근본적인 전환이 불가피하다. 단순한 기술 변화가 아니라 차량의 설계, 개발, 생산, 운영 전반에 걸친 혁신을 의미한다. 버추얼 트윈과 클라우드 기반 시뮬레이션 등 첨단 디지털 기술은 이 같은 전환을 가속하고 있다.

버추얼 트윈은 기술 혁신을 넘어 외적 요소인 경제 및 규제 환경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고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전략적 선택이다. 변화는 항상 파도를 만들지만, 산업을 선도하는 기업은 이를 기회로 삼아왔다. 버추얼 트윈은 미래 모빌리티 시장에서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이루기 위한 핵심 동력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