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바이오로직스 덕분에 글로벌 바이오 소재·부품·장비 업체의 한국 시장 매출이 4년간 60.7% 급등했다. 이들 업체의 한국 매출은 중국 매출을 추월한 사례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6일 한국평가데이터에 따르면 미국 써모피셔사이언티픽, 독일 머크·싸토리우스, 미국 싸이티바 등 글로벌 ‘빅4’ 바이오 소부장 기업의 지난해 한국법인 매출은 전년 대비 9.1% 증가한 1조6277억원이었다. 2020년 1조123억원을 기록한 이후 4년 만에 60.7% 증가했다. 빅4 가운데 매출 1위는 써모피셔로 5979억원을 기록했다. 바이오 분석·진단 장비 및 소모품과 시약 등을 제조하는 써모피셔는 항암제,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등 바이오의약품 생산에 필요한 세포의 먹이인 배지 분야에서 국내 시장 선두다. 매출 2위 머크는 배양, 정제, 제품화 등 바이오의약품 생산 공정 중 정제에 필요한 필터 분야에서 국내 1위다. 2896억원의 매출을 기록한 싸이티바는 전년 대비 46.6%, 4년 전 대비 134.7%의 매출 증가율을 기록해 가장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싸이티바는 정제 과정에서 목표 단백질을 추출하는 데 쓰이는 배지 분야에서 국내 선두다.
빅4의 급성장은 국산화율이 7%에 불과한 빈약한 국내 바이오 소부장 시장 여건과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수주 영향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글로벌 바이오 소부장 시장은 연평균 10.3% 성장해 2029년 96조5000억원에 달할 전망이다. 업계에 따르면 빅4 한국법인 매출의 80%가량은 삼성바이오로직스에서 나온다. 나머지 20%는 셀트리온 SK바이오사이언스 등에서 비롯된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지난해 위탁개발생산(CDMO) 사업과 바이오의약품 개발 및 상업화에 필요한 레진 필터 등 원재료 구입에만 1조1150억원을 썼다. 지난해 매출(4조5473억원)의 24.5%에 달한다. 삼성바이오로직스 공시에 따르면 원재료 매입처는 싸이티바 싱가포르, 씨그마알드리치코리아, 써모피셔사이언티픽솔루션스, 머크, 싸토리우스코리아바이오텍 등이다. 국내 기업은 거의 없다. 매출의 4분의 1 가량을 외국계 기업이 차지하고 있다는 얘기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이 반도체사업을 일으키며 관련 국내 소부장 생태계를 키웠듯, 국가 대표 CDMO업체로서 바이오 소부장 생태계 조성에도 힘을 써야 한다”고 지적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글로벌 고객사 눈높이에 맞춰 해외 소부장 업체 제품을 사용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회사 관계자는 “국내 소부장 업체와의 협력 강화도 지속적으로 검토하며 중장기적 목표로 추진하고 있다”고 했다.
안대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