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Z 재즈 디바' 첫 내한 공연 성황…"그래미 수상으로 음악 자신감 얻어"
"유명세 쫓으면 음악 인생 끝나…팝시장서 여성 음악의 힘 오래돼"
(서울=연합뉴스) 강민지 기자 = 첫 내한공연을 한 재즈 보컬리스트 사마라 조이가 17일 서울 용산구의 한 호텔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5.2.17 mjkang@yna.co.kr
(서울=연합뉴스) 이태수 기자 = "그래미를 2개 더한 게 어떤 의미냐고요? 제가 사랑하는 음악을 계속할 수 있는 자신감을 얻었죠."
'MZ 재즈 디바' 사마라 조이(26)는 지난 2023년 정규 2집 '링거 어와일'(Linger Awhile)로 팝계 최고 권위를 지닌 '그래미 어워즈'(Grammy Awards)에서 '베스트 재즈 보컬 앨범'과 '제너럴 필즈'(General Fields)의 하나인 '베스트 뉴 아티스트(신인상)'를 수상하며 재즈계 샛별로 떠올랐다.
그래미 신인상을 재즈 가수가 받은 것은 2011년 에스페란자 스팔딩 이후 12년 만으로 큰 화제를 모았다.
조이는 지난해와 올해 그래미에서도 총 3개의 트로피를 품에 안으며 5관왕의 대기록을 세웠다.
이는 1999년생인 조이가 2021년 데뷔 이후 불과 4년 만에 이룬 성과다.
지난 16일 첫 내한 공연을 마친 조이는 17일 서울 용산구에서 국내 취재진을 만나 "관객이 원하는 음악을 해야 한다는 부담을 느낀다"면서도 "이 상은 나 자신을 믿고 더욱 과감하게 음악을 하라는 음악계의 지지를 보여준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그는 그러면서도 "학교를 마치고 투어를 돌다 이른 나이에 첫 상을 받았지만, 그럴 만한 자격이 있었다고 말하기는 어렵다"며 "수상 여부 보다는 음악 그 자체와 동료를 통해 인정받는 게 중요하다"고 겸손하게 말했다.
조이는 이번 내한 공연에서 '노 모어 블루스'(No More Blues), '데이 바이 데이'(Day By Day), '유 스텝드 아웃 오브 어 드림'(You Stepped Out Of A Dream) 등 지난해 발매한 3집 수록곡 등 다채로운 무대를 보여줬다.
그는 앙코르로 '블루스'와 데뷔 앨범의 '스타더스트'(Stardust) 두 곡을 불러 객석의 환호를 받았다.
조이는 "앙코르를 두 번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이는 전적으로 관객의 반응 덕분이다. 90분간 긴 세트리스트를 공연하니 사람들이 피곤하겠다고 생각했는데, 관객이 더 원해서 놀라웠다"고 떠올렸다.
또한 "한국 공연에서 관객들의 굉장한 에너지를 느꼈다"며 "그런 걸 예상하지 못했기에 놀라웠다. 관객의 사랑을 받아 기뻤다"며 만족스러워했다.
조이는 공연마다 실황을 녹음해 이후 다시 듣고 꼼꼼히 모니터링 한다고 했다. 공연 전에는 관객의 집중도를 높일 세트리스트를 짜느라 고심한다. 이번 내한 공연 역시 시작 20분 전에야 최종 세트리스트가 완성됐다.
그는 "내년에 한국에 다시 오고 싶다"며 "여름이든 겨울이든 오를 수 있는 페스티벌 무대가 있다면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강민지 기자 = 첫 내한공연을 마친 재즈 보컬리스트 사마라 조이가 17일 서울 용산구의 한 호텔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5.2.17 mjkang@yna.co.kr
조이가 내한 공연에서 선보인 3집 '포트레이트'(PORTRAIT)는 '초상화'라는 앨범명처럼 그가 음악으로 자기 자신을 묘사한 작품이다.
그는 "지금 내게 일어나는 일을 포착한 음악을 앨범에서 시도해 봤다"며 "2집 '링거 어와일'의 성공 이후 같은 것을 답습하고 싶지 않아 많은 시도를 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2집의 성공으로 너무 많은 관심을 받게 되면서 내성적인 성격인 탓에 큰 부담을 갖기도 했다"며 "그 이후 어떻게 음악을 해야 할지에 관한 질문이 생겼는데, '포트레이트' 앨범은 이러한 질문이자 답"이라고 덧붙였다.
조이는 "(이번 앨범에 담긴) 질문은 '이런 음악 여정 어디에서 마음의 안식을 얻을 수 있는가'였고, 답은 '여정에서 꿈을 이룰 수 있다는 것을 믿는다면 행복해질 수 있다'는 것이었다"고 진지하게 말했다.
그는 또한 자신이 천착하는 재즈 장르에 대해 "여러 가지 음악적 가능성을 탐색할 수 있다는 점에서 즐거움을 느낀다"며 "무대에서 끊임없이 배우고, 영감을 받는 여러 사람에게 둘러싸여 있다는 것도 즐겁다. 나에 대해 더 배우고, 보컬리스트로 성장하고, 더 나은 방향으로 가도록 도움을 받는 과정이 재즈가 선사하는 즐거움"이라고 했다.
조이가 거둔 성공과 '상복'을 최근 팝 시장에서 부는 '여풍'(女風)과 연결 짓는 시각도 있다. 실제로 이달 열린 제67회 그래미에서는 조이를 비롯해 비욘세, 찰리 XCX, 사브리나 카펜터, 채플 론 등 여성 스타들이 잇따라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조이는 이에 대해 "여성들이 주도하는 음악은 사실 굉장히 오래 전부터 힘을 가지고 있었다"며 "단지 지금 이 순간에 와서야 주목받기 시작했을 뿐"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내게 음악적 영향을 끼친 많은 '영웅'들이 있었다"며 "이들을 따라 하거나 베끼는 것은 그들의 정신을 이어받는 게 아니라고 생각하기에 내 음악과 힘을 찾으려고 노력한다. 그것이 그들의 유산을 존중하는 길"이라고 했다.
"진부한 이야기일 수 있지만, 유명해지는 것에만 신경 쓴다면 (커리어가) 시작되기도 전에 음악 인생이 끝나버릴 겁니다. 상을 받지 못하고 제가 누구인지 아무도 알아봐 주지 않더라도 계속 연습하고 노래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tsl@yna.co.kr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2025/02/17 15:44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