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IDC 발표…하이퍼컨버지드 시스템 투자 감소에 따른 시장 정체

[아이티비즈 김문구 기자] 국내 외장형 엔터프라이즈 스토리지 시스템(외장형 ESS) 시장이 감소세를 나타내고 있다.
인터내셔날데이터코퍼레이션코리아(한국IDC)는 최근 발간한 ‘국내 엔터프라이즈 인프라스트럭처 스토리지 컴핏 보고서‘에서 2024년 국내 외장형 엔터프라이즈 스토리지 시스템(외장형 Enterprise Storage Systems) 시장은 전년 대비 1.4% 감소한 7,051억원의 매출 규모를 기록했다고 17일 밝혔다.
이 시장은 작년에 이어 2년 연속 감소세를 보이며 투자 위축이 장기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생성형AI의 급속한 성장으로 기업의 IT예산이 GPU 확보에 집중되면서, 상대적으로 기존 외장형 ESS에 대한 투자가 줄어든 것이 시장 위축의 주요 원인으로 분석된다. 또한, 생성형AI 환경을 지원하기 위한 스케일-아웃(Scale-out) NAS에 대한 수요가 증가세에 있었지만, 최근에는 다소 제한적이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외장형 ESS 시장의 위축은 하이퍼컨버지드 시스템(HCI)의 투자 부진 또한 주요 원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2023년 브로드컴의 VM웨어 인수 이후 변경된 라이선스 정책으로 인한 시장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브로드컴은 2024년 4월 말 기준으로 VM웨어의 영구(Perpetual) 라이선스 제도를 폐지하였으며, 모든 제품을 구독(Subscription) 라이선스 기반으로 변경하고 라이선스 비용을 인상함에 따라 기존 VM웨어 고객의 하이퍼컨버지드 시스템 투자가 정체된 상황이다.
이미 국내 많은 대기업들이 VM웨어 기반의 프라이빗 클라우드 및 VDI 환경을 구축한 가운데, 최근에는 라이선스 전환을 검토하는 움직임이 조금씩 나타나고 있다. 경쟁사 제품으로 전환하거나 오픈소스를 도입하는 등 다양한 대안이 제시되고 있으나, VM웨어 영구 라이선스의 기술지원이 종료되는 시점까지는 투자가 지연될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서는 2026년에 해당 기술지원이 종료될 것으로 예상함에 따라, 내년부터는 기존 하이퍼컨버지드 시스템을 전환하기 위한 투자가 더욱 증가할 것으로 기대된다.
산업 관점에서는 2024년에 공공 분야에서 외장형 ESS 투자가 가장 크게 감소하였다. 정부 데이터센터인 국가정보자원관리원(NIRS)의 스토리지 투자는 유지되었으나, 다른 정부 기관의 스토리지 도입은 지연되거나 혹은 예산 부족으로 투자가 감소하였다. 환율 증가에 따른 스토리지 구매 여력이 줄어든 이유도 있지만, 2024년 연말에 정치적인 불안정성이 커지면서 공공 기관의 스토리지 뿐만 아니라 전반적인 IT투자가 급격히 감소하였다.
전문서비스 산업 역시 전년 대비 17.8%의 시장 규모가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급격히 성장하고 있는 AI 시장 대응을 위해 GPU 확보에 예산이 집중 편성되었으며, 정부의 공공 클라우드 전환 사업 예산 감축으로 클라우드 사업자의 클라우드 인프라 투자 또한 감소한 것이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반면, 제조업 분야에서는 2023년 지연됐던 스토리지 도입이 회복되면서 가장 큰 폭의 성장을 보였으며, 해외공장을 중심으로 한 스토리지 투자 확대와 함께 규모는 크지 않지만 생성형AI 대응을 위한 스케일-아웃 NAS에 대한 신규 투자도 진행되고 있다.
한국IDC에서 엔터프라이즈 인프라 시장 리서치를 담당하고 있는 김민철 수석연구원은 “생성형AI 기술에 대한 높은 관심으로 클라우드, 반도체, 네트워크 등 관련 인프라에 대한 투자가 급속히 확대되고 있는 반면, 스토리지 분야에 대한 관심과 투자는 상대적으로 위축된 상황이다. 하지만 이러한 변화는 단기적인 현상일 수 있으며, 오히려 스토리지의 중요성은 점차 부각될 것”이라며, “최근 AI가 생성하는 데이터의 양이 급격히 증가하며 대용량 비정형 데이터와 고속 처리 요구가 기존 스토리지 아키텍처의 한계를 넘어서는 가운데, AI 최적화된 데이터 레이크, 엣지 스토리지, 고속 인터페이스 기반의 NVMe 스토리지 등과 같은 새로운 형태의 스토리지 기술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결국 지금은 단기적인 투자 축소보다는 다음 스토리지 패러다임 전환을 준비해야 하는 전략적 대응이 요구되는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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