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수물의 거장' 기예르모 델 토로 "韓 영화엔 영혼 살아있어" [BIFF]

1 month ago 11

'괴수물의 거장' 기예르모 델 토로 "韓 영화엔 영혼 살아있어" [BIFF]

베니스와 아카데미 시상식을 석권한 거장 멕시코 출신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이 한국영화에 대한 깊은 애정을 드러내며 "박찬욱, 봉준호 감독의 영화에는 영혼이 살아있다"고 말했다.

19일 서울 해운대구 영화의전당에서 열린 제30회 부산국제영화제 갈라프레젠테이션 초청작 '프랑켄슈타인' 기자회견에서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은 "한국과 멕시코가 공유하는 것이 많다고 생각한다. 술을 너무 좋아한다"며 운을 뗐다.

이어 "장르영화를 할 때 문화의 프리즘을 통해 장르를 핸들한다. 박찬욱 감독을 보면 혼돈, 부조리, 시적임, 추악함 모든 것을 한 영화에 버무린다. 봉준호 감독의 '살인의 추억'에는 미국 수사물에서의 존재론적인 질문들이 허술한 형사, 허술한 수사를 통해 다 드러난다"고 평가했다.

그는 "영화 '괴물'은 괴수의 디자인이 정말 너무 멋지다. 한국 사회를 보여주고, 한국 가족을 보여준다. 문화가 주제에 녹아든다. 저와 비슷한 지점이 인데 제 영화도 저에 대해 이야기한다. 멕시코인으로서의 정체성이 드러난다"고 말했다.

이어 "박찬욱 감독은 정말 아름답고 존재론적인 낭만적인 영화를 한다. 감독의 영화에 영혼이 살아있다. 다른 나라 영화에서 찾아볼 수 없는 유니크함이 한국영화에서 나온다"고 강조했다.

그는 "'악마를 보았다', '부산행' 등 정말 사랑하는 영화들이다. 박찬욱, 봉준호 감독의 영화들에서 에너지와 힘을 항상 느낀다"고 덧붙였다.

'괴수물의 거장' 기예르모 델 토로 "韓 영화엔 영혼 살아있어" [BIFF]

'프랑켄슈타인'은 메리 셸리의 1818년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작품이다. 천재적이지만 이기적인 과학자 빅터 프랑켄슈타인(오스카 아이작 분)이 극악무도한 실험 끝에 괴물(제이콥 엘로디 분)을 창조하고, 결국 파멸로 치닫는 비극적 여정을 그린다.

박가언 프로그래머는 "이 영화는 아이맥스 프리미어로 어제 처음 상영했다. 존재론적인 질문을 던지는 아름답고 슬픈 작품"이라고 소개했다.

델 토로 감독은 "전기적이라고 생각했다. 처음 봤을 때 내 마음에 와닿았다. 내가 그 사람이 된 것 같았다. 우리가 만들어지고 세상에 내버려졌다는 점에서 말이다. 수년간 우화라는 것을 이해했다. 나와 아버지와의 관계는 크면서 이해하기가 힘들었는데, 내가 아버지가 되고 나서야 아버지를 알게 됐다. 45살이 되어서야 아버지처럼 됐다. 메리 셸리의 원작에 저의 전기적인 부분이 녹아들었다"고 밝혔다.

그는 "30, 40대에 만드는 '프랑켄슈타인'과 60대에 만드는 '프랑켄슈타인'은 다를 것으로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은 '프랑켄슈타인'에 대해 "불완전과 용서에 대한 이야기다. 우리는 사실 다 가운데에 있다. 아침엔 성인이지만 저녁엔 나쁜 사람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아버지이기도 하지만 또 다른 시간에는 다른 사람이 되기도 한다. 아버지도 인간이라는 사실을 인정한다면 우리의 목소리를 더 잘 들을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감독으로서 혼자 있는 시간이 길지만,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들을 만난다는 것은 큰 기쁨이다"고 덧붙였다.

'괴수물의 거장' 기예르모 델 토로 "韓 영화엔 영혼 살아있어" [BIFF]

연이어 '괴수물'을 내놓는 이유에 대해 그는 "제가 괴수에 매력을 많이 느낀다. 오디오 비주얼과 스토리텔링에 있어 억압적이라고 생각한다. TV에서 보면 아름답고 행복한 사람들뿐이고 두려움도 없다. 삶은 고통으로 가득하고 완벽하지 않다. 괴물들은 완벽하지 않은 성자와 같다. 인간의 어두운 면을 대변하고 비범함을 드러내 상징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또 "괴수들은 좋은 심볼이 될 수 있다. 사회적·정치적 코멘트를 줄 수 있고, 우화와 동화를 통해 관객과 제 아이디어를 공유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형태, 색깔, 환경적인 것들을 디자인해 괴수가 영화 속에서 잘 살아날 수 있도록 한다"고 말했다.

자신의 필모그래피와의 연결성에 대해 델 토로 감독은 "'피노키오'도 우화를 다르게 사용한다. 아빠를 이해하지 못하는 아들의 이야기다. '크로노스', '헬보이' 등 같은 주제를 다른 방식으로 스토리텔링하려고 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미 들었던 노래를 다시 부르되 목소리를 바꿔 다른 창법으로 부르는 것과 같다. 그것이 제가 괴수를 다시 만드는 이유"라고 덧붙였다.

그는 '한국괴물백과'라는 책을 선물 받았다며 자랑한 뒤 "저는 한국 괴수를 좋아한다. 모든 신화를 완벽히 알기는 어렵지만 멕시코처럼 우리는 모든 자연에 영혼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게 굉장히 좋다"고 했다. 이어 "아름다운 책을 주셔서 감사하다. 한국영화를 돕고 제작할 수 있다면 좋겠다. 영화인은 자신이 잘하는 것을 만들어야 한다. 마리 셸리를 너무 잘 알고 있어 영화를 만들었고, 내가 잘할 수 있다는 확신이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내가 만든 영화는 필모그래피가 아니라 바이오그래피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그는 "감독들이 영화를 잘 만드는 이유는 다른 걸 못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하나에만 몰입하는 크리처다. 가족이나 친구들과의 시간을 놓치더라도 선택해야 한다. 그렇게 만드는 영화는 고통스러울 정도로 나에게 중요한 것이어야 한다"며 "삶 자체를 즐기기보다는 프로젝트에 모든 걸 투자해야 한다. 그래서 영화는 볼 만한 가치, 만들 만한 가치가 있다고 믿는다"고 강조했다.

부산=김예랑 한경닷컴 기자 yesr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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